[원로들의 이야기-이종우 편] '태권도와 조직'(3부)

품새 제정과 호구

우리의 기본기는 일본 것을 가져다가 했다. 각도는 그들 것이 다 맞게 잘되어 있었다. 하지만 보폭 등에 있어서 일본식은 어깨 너비로 팔자걸음 하듯이 발이 나갔는데, 걸음이 느리고 이로 인해 동작도 느렸다. 춤추는 것에서 발이 바지가 서로 스치듯이 나가도록 개량을 했다.

우리 나름대로의 독자적으로 해야 하는 것을 팔괘라는 것을 만들어 명칭을 붙였다. 명칭 때문에 최홍희씨와 다툼도 많았다. 일본에서 조금 하고 와서 마치 대가처럼 굴었다. 육군 소장 출신이라고 뻗대기도 했다. 나중에 (최홍희씨 관련된 것은) 다 떼버렸다. 팔괘나 태극 품새 등 명칭은 내가 만들었던 것 같은데, 옛날 (전통적인) 것을 기본으로 해서 만들었다.

고려 품새의 칼재비와 바탕손으로 턱치기는 택견하던 사람들이 하던 것을 가져온 것이다. 칼재비는 주먹으로 목젖을 치는 것보다 더 효과적이었다. 사직 공원 활 쏘는 데(황학정)에 택견하는 송덕기 할아버지가 있었는데, 그 분 때문에 그것을 응용했다. 우리가 어렸을 때도 칼재비로 목을 치는 사람들이 있었다. 사직 공원에 가서 점심 대접을 해드리기도 하고 담배 사서 피우시라고 용돈도 드려가면서 송덕기 할아버지하고 이야기를 해서 많이 응용했다(칼재비는 택견의 ‘칼잽이’로 고려 품새에, 바탕손 턱치기는 택견의 ‘낙함’을 말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금강 품새에 삽입되어 있다).

일본에서는 위험하다고 자유겨루기를 하지 않았는데, 태권도의 발전은 일본에서 오신 선생들의 하던 약속겨루기(일본 말로는 쿠미테)를 무시하면서 발전했다고 본다. 약속겨루기는 우리 때문에 없어졌다.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자유대련을 하면 사람이 죽는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죽긴 뭘 죽느냐’며 시작했다. 수련생들하고 겨루기를 할 때 다친다고 해서 호구를 했는데, 처음에는 검도 호구 중에 몸체를 막는 것을 가져다가 사용하였다. 후에 누가 대나무를 넣어 모방을 해서 호구를 만들었는데, 대나무 연결 부위가 명치 부위에 닿아 찔러 위험한 경우가 있어서 고치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호구를 사용하니) 마음대로 찰 수가 있었다. 발가락으로 차지 못하게 하고 앞축으로 차도록 교육을 시켰다. 지금은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지만, 대련은 실전에 있어서도 효과가 있어야 한다. 발등으로 소리만 내는 것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 앞축으로 꽂히는 느낌으로 차야 치명상을 줄 수 있다. 실전 상황에 처했을 때 발등으로 차서 소리만 뻥뻥 나는 것은 소용이 없다. 앞축으로 꼬챙이로 꽂듯이 해야 한다.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는 내가 고집이 세다. 실전에 있어서는 한 방에 보내야 가치가 있는 것이다.

세계대회 등에서 한국 선수 등이 출전을 하면, 판정에서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해서 약간의 이득을 준적은 있었을 것이다. (그런 일이)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같은 값이면 한국 선수를 (편)들어주지만, 그것도 (상대방보다) 조금이라도 나은 것이 있어야 했다(정리자 주 : 신동아의 인터뷰에서는 심판배정이나 가지치기 등을 해서 한국 선수에게 유리하게 판정을 한 것으로 말을 하고 있다. 심판배정은 노골적으로 말은 하지 않지만, 눈치가 빠른 심판을 배정하는 것이고, 가지치기는 한국 선수에게 위험한 외국선수를 결승에 오기 전에 예선에서 떨어뜨리는 수법이라고 한다. 하지만, 정리자와의 인터뷰에서는 그런 점은 언급되지 않았다).

관통합과 국제태권도연맹

이종우 원로 신동아 인터뷰 장면(왼쪽), 조선연무관 야유회(오른쪽)

관 통합을 하게 된 것은 관을 가지고 파벌을 조성하지 말자는 취지에서였다. 그러니까 다 없애자고 했다. ‘태권도협회 산하로 들어가면 다 한 집안이다. 큰 집, 작은 집 따져서 싸우지 말자, 우리가 제일이다. 이런 것 없다’고 했다. 진통을 많이 겪었다. 거대한 조직끼리 싸우는 것이라며 설득을 많이 했다. 나도 없앤다고 했다. 김운용 회장은 관통합에 별 관심 없었다(정리자 주 : 신동아와의 인터뷰를 보면, 이종우는 관 파벌 때문에 힘들어서 통합 관을 주장했다고 한다. 그런데 한 사람이 그렇게 하면, 이종우한테 다 먹힌다고 해서 을지로 6가에 9개관이 쓰는 총본관 사무실을 얻었으며, 그 때 9개관이 모두 책상을 가지고 들어와서 북적거렸던 기억이 있다고 한다. 무덕관 출신의 황춘성은 이 총본관에 대해서 관통합을 위해 이종우와 각 관장들의 의견이 대립하자 완충 장치로 마련했다고 하는데, 실제 효과는 없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세계태권도연맹은 내가 주동이 되어 창설했다. 최홍희 씨가 만든 국제태권도연맹에 처음에는 협조를 했다(당시 집행부는 김종필이 명예총재, 부총재 이상희․노병직․조하리(말레이시아 상공부 장관). 사무총장 엄운규, 기술위원장 이종우, 총무 이계훈, 기획 한차교, 재무는 이성우 등이었다. 그런데 최홍희씨가 큰 소리를 치는 것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자기가 제일인양 밤낮 큰 소리만 치는 것이 존경할 만한 인품을 가진 인물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였다. 존경할 만한 인품이었으면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 정확히 시기는 기억이 안 나는데, 캐나다에 한 번 찾아간 적이 있었다. 그랬더니, 왜 자기를 찾아왔냐고 물었다. 그래서 ‘찾아오면 안 됩니까’라고 했더니, ‘날 헌신짝 버리듯 하고’라며 말을 했다. 그래서 ‘버린 것은 버린 거고. 그래도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어서 왔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뭐 어쩌고 어물어물 하고 말았다(정리자 주 : 최홍희 씨와 관련한 이야기에서는 좀 더 과격한 표현을 사용하기도 하였지만, 정리하는 과정에서 삭제했다).

(정리자 주 : 이종우 원로의 기억이 많이 희미해진 관계로 좀 더 세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없었다. 아쉽지만 혹시 차후 기회가 되어 다시 인터뷰할 수 있다면, 좀 더 보완할 예정이다.)

[편집 = 정대길 기자 / press02@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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