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과 단절된 숲 속 르완다 '마하마' 난민캠프... 흙 먼지를 가르며 울려 퍼진 태권도의 기합!
발행일자 : 2025-05-10 01:56:10
수정일자 : 2025-05-10 02:20:08
[한혜진 / press@mookas.com][박규태 / pd@mookas.com]


WT 조정원 총재, 르완다 마하마 난민캠프에 태권도 장비 지원… 시범단 파견·국제대회 초청 약속

세상과 단절된 깊고 또 깊은 숲속. 흙먼지를 가르며 울려 퍼진 ‘차렷’ 구령이 하늘을 찔렀다.
아이들의 눈빛은 흔들리지 않았다. 이곳은 르완다 동부 탄자니아 국경에 인접한 깊은 숲, 마하마(Mahama) 난민캠프. 전기도 불안정하고, 통신 신호조차 제대로 닿지 않는 고립된 지역에 위치해 있다. 르완다 정부와 유엔난민기구(UNHCR)가 공동으로 운영하며, 5만 명에 가까운 부룬디 출신 난민들이 거주하는 르완다 최대 규모의 난민 정착촌이다.
그러나 이 척박하고 세상과 단절 된 외딴 숲에도 태권도는 있었다. 덕분에 아이들은 태권도로 하루를 시작하고 내일을 꿈꾼다. 이들에게 태권도는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다. 학교이자 피난처, 자신을 지켜내는 자부심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 6일(현지시간), 세계태권도연맹(WT) 조정원 총재는 오랜 준비 끝에 이곳을 찾았다. WT 집행위원 마헤르 마가블레, 펠리시테 르웨마리카 IOC 위원이자 WT 집행위원(르완다), 국기원 파견사범 정지만 르완다태권도협회 기술위원장과 협회 임직원 등이 동행했다.
일행은 수도 키갈리에서 7시간 넘는 이동 끝에 도착할 수 있었다. 수일전 기습 폭우로 단거리 비포장 도로마저 유실되며, 우회도로도 진흙으로 덮였다. 차량은 웅덩이를 피하며 비포장 산길을 한 시간여 동안 한참 달려야 했다.
캠프 주민들은 전통 북춤과 노래로 조 총재 일행을 따뜻하게 맞이했다. 야외 수련장에는 도복을 입은 아이들이 단정히 도열해 시범을 준비했다. 구령에 맞춰 발차기를 이어가는 모습은 벅찬 감동을 자아냈고, 또래 아이들과는 다른 절도와 집중력은 수련생으로서의 품격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조정원 총재는 “이 척박한 산중에 난민캠프가 있다는 것도 놀라웠는데, 우리 태권도가 이토록 잘 보급되어 있다는 사실에 더욱 감동했다”며 “태권도를 통해 미래의 꿈과 희망을 꿀 수 있도록 버추얼태권도 장비와 태권도복, 매트 등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내년 2월, WT 시범단이 이곳 마하마 캠프를 찾아 직접 시범을 선보일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약속했고, “캠프 수련생 중 우수 선수는 가상태권도 세계대회에 공식 초청하겠다”고 덧붙였다.
특히 조 총재는 이날, 태권도박애재단(THF)을 통해 마하마 캠프와 키지바(Kiziba) 캠프 간 태권도 교류 대회를 추진해 줄 것을 르완다태권도협회에 요청했다. 이는 앞서 요르단 내 시리안 난민캠프들 사이에서 시작된 태권도 교류를 기반으로 성장한 ‘호프 앤 드림스 스포츠 페스티벌(Hope and Dreams Sports Festival)’의 성공 사례를 르완다에도 뿌리내리게 하겠다는 포석이다.

조 총재는 “마하마의 이 울림이, 르완다 전역의 난민 캠프를 잇는 희망의 호프앤드림스로 확장되길 바란다. 또한 캠프 내 다른 스포츠 종목도 확장하도록 르완다 체육부에도 요청했다”고 강조했다.
절도 넘치는 태권도 수련생을 이끌고, 기대 이상의 실력을 뽐낸 데에는 이들을 지도한 특별한 인물도 함께했다. 파르페 하키지마나(Parfait Hakizimana) 사범이 그 주인공이다. 그는 2015년 내전으로 어머니를 잃고 부상을 입었으나 이 캠프에서 태권도로 다시 삶을 시작했다.
그는 2020 도쿄 패럴림픽 난민 대표팀의 일원으로 전 세계를 감동시켰던 장본인이다. 잡지와 뉴스로 대서특필 되었던 주인공이 이곳에 태권도를 지도하고 있었다. 스스로 도복 하나로 희망을 세웠고, 지금은 난민캠프에서 많은 아이들과 청소년에게 태권도를 가르치는 지도자가 되었다.
조정원 총재는 이번 난민캠프 방문을 계기로 주르완다 대한민국대사관(대사 정우진)에 지속적인 협력을 위한 협조를 요청하고, 태권도진흥재단 김중헌 이사장에게 ODA 지원 연계를 당부했다.
조정원 총재는 “이 아이들에게 태권도는 운동이 아니라 교육이며 꿈”이라며 "마하마와 키지바 캠프에 필요한 장비와 교육 인프라를 꾸준히 지원할 것"이라고 전했다.

방문 하루 전인 5일, 키갈리에 한 호텔에서 조 총재와 회동한 르웨마리카 IOC 위원은 이날 마하마 캠프 방문에 직접 동행했다.
르웨마리카 IOC위원은 “한 번도 직접 가본 적 없었지만, 먼 곳에서 이곳을 찾은 조정원 총재와 함께 동행하고 싶다"라면서 동행했다. 낯선 산속 캠프를 찾은 그는, 직접 아이들의 태권도 시범을 본 뒤 눈시울을 붉히며 “태권도가 정말 대단한 스포츠라는 걸 실감했다. 이 아이들은 절망 속에서도 꺾이지 않는 미래다. 르완다 정부, IOC 등과 연계해 지속적으로 이 아이들을 지원하겠다. 내년 THF 창립 10주년을 기념한 ‘호프 앤 드림스’ 페스티벌에도 반드시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르완다태권도협회에 따르면, 현재 르완다 내 총 5개 난민캠프에서 약 600여 명의 태권도 수련생이 활동 중이며, 마하마와 키지바 캠프에만 약 300명씩 태권도 수련생이 존재한다고 전했다.
세상과 단절된 이 숲 한복판. 구령에 맞춰 발을 뻗는 난민 아이들의 기합 속에는 이곳에만 있는 고요한 용기와 살아 있으려는 의지가 담겨 있었다. 우리에게는 귀함을 느끼지 못한 도복 한 벌, 매트 한 장이 이들에게는 삶을 붙드는 희망이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형용할 수 없는 강한 힘을 갖는 ‘태권도’가 있었다.
(끝).
























[무카스미디어 = 르완다 키길리 - 한혜진 기자 ㅣ haeny@mookas.com]
<ⓒ무카스미디어 / http://www.mooka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한혜진 |
태권도 경기인 출신의 태권도·무예 전문기자. 이집트 KOICA 국제협력요원으로 태권도 보급에 앞장 섰으며, 20여 년간 65개국 300개 도시 이상을 누비며 현장 중심의 심층 취재를 이어왔다. 다큐멘터리 기획·제작, 대회 중계방송 캐스터, 팟캐스트 진행 등 태권도 콘텐츠를 다각화해 온 전문가로, 현재 무카스미디어 운영과 콘텐츠 제작 및 홍보 마케팅을 하는 (주)무카스플레이온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국기원 선출직 이사(언론분야)와 대학 겸임교수로도 활동하며 태권도 산업과 문화 발전에 힘쓰고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