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메달리스트 알베레스, 장애 이긴 '금빛 사나이'
발행일자 : 2009-08-12 17:05:11
<무카스미디어 = 김성량 기자>
4번의 수술 이후 세계장애인선수권 은메달
6일부터 6일간 서울 및 무주일대에서 열린 세계청소년태권도캠프에는 아주 특별한 선수가 한명 초대됐다. 지난 6월 아제르바이잔 바쿠 스포츠홀에서 열린 제1회 WTF세계장애인태권도대회 -58kg급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게르손 메히아 알베레스(18,과테말라)다. 비록 장애인대회인 까닭에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는 못했지만, 그도 엄연한 태권도 세계대회 은메달리스트다.
그는 쌍둥이로 태어났다. 먼저 태어난 그의 형은 정상이었다. 하지만 5분가량 늦게 태어난 게르손의 오른팔은 일반인보다 한 마디가 짧았다. 여기에 왼팔마저도 상박과 하박이 붙어있어 펼 수조차 없었다. 태어날 때부터 장애가 있었다. 그래도 원망하지 않았다. 어린 시절 아무런 소외감도 느끼지 못했고, 후천적으로 장애를 얻은 사람들보다는 행복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정상인에 가까운 생활을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총 4번의 대수술을 거쳐야 했다. 길게는 3개월 짧게는 1개월간 수시로 병원을 들락날락했다. 그럼에도 오른팔은 남보다 절반 크기, 왼팔은 90도까지 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어느날 아버지의 권유로 우연한 기회에 태권도를 시작했다. 불편함 때문이었을까. 5살이었던 게르손은 항상 소극적이고 활발하지 못했다. 태권도는 이를 고치기 위한 특단의 조치였다. 많은 운동을 두고 고민했다. 하지만 게르손의 아버지는 태권도를 적극 추천했다. 자신이 10년 이상 수련해 공인 2단을 취득했고, 주로 다리를 사용한다는 점을 들며 아들 게르손에세 적극 권유했다.
태권도에 재미를 붙일 때 즈음 게르손에게 소중한 기회가 찾아왔다. 국내 장애인태권도 주니어선발전에 참가자격이 주어진 것이다. 당시 그의 나이 14살. 열심히 훈련했다. 그러나 장애는 게르손의 편이 되어주지 않았다. 훈련 도중 팔에 이상을 느꼈고, 병원을 찾은 그에게 날벼락 같은 선고가 떨어졌다. 재수술이었다. 상처가 완벽히 아물기 전에 다시 한 번의 고정 수술을 해야 한다는 의사의 진단이 내려졌다. 재수술은 방학기간에 맞춰졌고, 정확히 선발전과 겹쳤다. 처음으로 내 양 팔의 장애가 미웠다. 아니 태권도가 더 미웠다.
약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그런 와중에 단 한번도 태권도를 손에서 놓은 적이 없었다. 게르손은 과테말라 국립대학인 산 까를로스 공대에 입학하게 됐고, 국가대표로도 선발됐다. 이후 세계장애인선수권에서 은메달을 획득하게 됐다
“나는 태권도가 좋다. 태권도는 내 인생 전체를 바꿔주었다. 수련하는데 있어 장애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태권도를 하면서 느꼈다. 하느님이 나에게 장애를 주는 대신 많은 영광을 누릴 수 있게 해주었다는 것을. 앞으로 얼마나 좋은 일들이 많을지 모르겠지만 지금 나는 누구보다 행복한 사람이다.”
게르손의 몸은 장애를 가졌다. 하지만 자신의 처지에 항상 감사했고, 은메달에도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자신의 꿈이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이라고 말하며 움켜진 그의 작은 손에서 그 어떤 금메달리스트보다 굳은 의지가 느껴졌다.
(통역 : 최미나)
[김성량 기자 / sung@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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