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수의 인사이트> "태권도는 교육이니까" 말이 만들어낸 '감옥'
발행일자 : 2026-01-10 13:41:07
[설명수 / chance2you@naver.com]

<설명수의 도장 브랜드 인사이트> 1편 - 당신의 진심과 철학이 도장 바깥에서 보이지 않는 이유!

태권도 콘텐츠는 이미 ‘세계급’입니다.
아이들의 태도와 인성, 집중력, 자신감을 길러주는 교육으로서 태권도만큼 탄탄한 시스템을 가진 스포츠 종목은 많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하나 있습니다. 관장님들과 직접 대화를 나눠보면, 그 안에 담긴 진심과 철학은 매우 훌륭한데, 정작 도장 바깥에서는 그것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간판만 보면 또는 도장 복도에서 스쳐 지나치면서, SNS 한 번 훑어보면, 상담할 때 들려주었던 그 좋은 철학과 진심을 찾아 보기 어렵습니다.
프로그램은 훌륭하지만, 도장은 시각적으로 아무것도 말해주지 못하는 공간. 이게 지금 태권도가 놓여 있는, 가장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태권도는 교육이니까"라는 말이 만들어낸 감옥.

태권도 업계에서 자주 듣는 말들이 있습니다.
"태권도는 교육이니까, 돈 이야기 먼저 하면 안 되지."
"교육기관이 마케팅을 너무 노골적으로 하면 보기 안 좋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입장에서 그렇게 상업적으로 가긴 좀..."
이 말들은 겉으로는 '순수함'처럼 들립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이렇게 작동하고 있습니다. 가격 구조를 제대로 손보기 어렵게 만들고, 프로그램을 상품으로 설계하지 못하게 막으며, 공간이나 브랜딩 투자를 사치처럼 느끼게 만듭니다.
결국 낡은 관행, 낮은 회비 단가, 높은 업무 강도라는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구조 속에서 가장 힘들어지는 것은 관장님 본인입니다. 번아웃과 함께 도장 운영의 퀄리티가 떨어지고, 관원생의 태권도 경험 품질도 낮아지며, 결국 태권도 종목 전체의 이미지까지 나빠지는 악순환이 이어집니다.
아이들을 위해 "교육을 지키겠다"는 마음이 오히려 교육의 품질을 떨어뜨리고, 태권도의 가치를 깎아먹는 결과를 만드는 아이러니한 상황입니다. 이제는 질문을 바꿀 때입니다. "태권도는 교육이니까..." 이 말이 과연 우리를 살리고 있는가? 아니면 우리를 감옥에 가두고 있는가?
교육과 비즈니스, 이제는 분리해서 봐야 합니다.
저는 감히 예측합니다만, 미래의 태권도장은 교육과 비즈니스를 명확히 분리해서 볼 줄 아는 '태권도 브랜드'들이 살아남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육의 본질'은 아이의 성장, 인성, 자신감, 몸과 마음의 건강입니다. '비즈니스의 본질'은 그 가치를 꾸준히 제공하기 위한 가격, 구조, 공간, 시스템 설계입니다. 지금 많은 도장에서는 이 둘이 뒤엉켜 있습니다. 말로는 "교육"을 이야기하면서, 정작 비즈니스는 감각과 관행, 눈치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비즈니스 구조가 약하다 보니, 교육 퀄리티도 중장기적으로 유지되기 어려운 것이죠.
그래서 저는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태권도를 옭아매는 "태권도는 교육이니까..."라는 감성적 프레임을 버리자고요. 비즈니스는 냉정하게 상품화, 숫자, 구조로 바라봐야 합니다. 교육은 그 위에 얹힌 핵심 내용이자 프로그램의 심장으로 보아야 합니다.
교육을 지키고 싶다면, 오히려 비즈니스를 더 냉정하고 전문적으로 설계해야 합니다. 이게 모순처럼 들릴 수 있지만, 실은 가장 현실적인 해법입니다.

태권도를 '상품'으로 정의해야 합니다.
현재 태권도는 사람마다 너무 다르게 인식되고 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무도이고, 누군가에게는 어린이 학원이며, 누군가에게는 올림픽 스포츠입니다. 또 누군가에게는 어릴 때 한 번 다녀봤던 곳일 뿐입니다.
즉, "태권도가 무엇인지"에 대한 이미지가 사람마다 다르고, 한 줄로 합의된 상품 정의가 없습니다. 상품 정의가 없으니, 그걸 기준으로 한 공간, 프로그램, 브랜딩 표준화도 만들기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유아 전문 태권도장인지, 선수 양성 체육관인지, 성인 피트니스 태권도인지에 따라 공간 설계와 프로그램이 완전히 달라져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구분 없이 '태권도장'이라는 이름 하나로 뭉뚱그려져 있습니다. 이것이 태권도의 첫 번째 한계이자, 동시에 가장 큰 기회입니다.
영상 : 캐나다 다이나믹 태권도장 브랜딩 영상 ep.01
브랜드의 주인이 되어야 합니다!
지금 "태권도"라는 이름의 주인은 누구일까요? WT, 국기원, 각종 협회들, 그리고 각 도장들... 태권도는 구조적으로 분산된 브랜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각 도장은 스스로 질문해야 합니다.
"나는 교육자입니까, 사업가입니까?"
"태권도를 '비즈니스 브랜드'로 설계하는 하나의 주체가 될 준비가 되어 있는가?"
F45 같은 글로벌 피트니스 브랜드를 보십시오. 하나의 회사가 브랜드를 만들고, 상품 포맷을 설계하고, 메시지를 통일하고, 경험을 표준화합니다. 태권도도 마찬가지입니다. 브랜드의 주인이 되겠다는 관장님, 회사, 집단이 나와야 합니다.
스스로 브랜드를 정의하고, 상품 포맷을 설계하고, 메시지를 통일하고, 경험을 표준화하는 것. 이 지점에서 태권도장은 더 이상 "학원"이 아니라 "브랜드"가 됩니다.

"좋은 태권도 경험"을 먼저 정의해야 합니다!
태권도의 또 하나의 문제는, "좋은 태권도 경험"에 대한 합의와 표준이 없다는 것입니다. 어떤 도장은 현대적이고 세련된 브랜딩을 갖췄고, 어떤 도장은 20년째 같은 간판, 같은 인테리어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어떤 도장은 인성과 커뮤니케이션을 중심으로 가르치고, 또 어떤 도장은 발차기와 승급을 위주로 운영됩니다.
부모와 아이의 입장에서 보면, 태권도장은 너무나 편차가 큰 경험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제안합니다. "좋은 태권도 경험"을 먼저 정의해야 한다고요. 그리고 관원과 부모가 처음 우리를 알게 되는 순간부터, 도장을 경험하고, 성장과 변화를 느끼기까지의 전 과정을 하나의 브랜드 경험으로 설계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도장은 이런 순서로 시작합니다.
"일단 오픈 → 관원 모집 → 자리 잡으면 나중에 브랜딩, 리모델링." 하지만 이미 설계되지 않은 경험을 몇 년 동안 운영하고 나면, 나중에 새로운 설계를 도입할 때 시간도 오래 걸리고 기존 구조를 포기하기도 어렵습니다. 결국 바꾸지 못한 채 버티게 되는 거죠.
그래서 처음 설계, 즉 브랜딩이 중요합니다. 태권도를 살리고 싶다면, 도장을 열기 전에 브랜드와 경험부터 설계해야 합니다.
다음 편에서는 질문을 바꿔보려 합니다.
브랜딩이 설계되지 않았을 때의 문제를 이야기했다면, 이제는 ‘좋은 브랜드를 제대로 설계했을 때 무엇이 달라지는지’를 살펴보려 합니다.
(다음편에서 계속...)
[필자 주] 이 글을 쓰는 이유
필자 설명수는 시각디자이너이자 브랜딩 마케터다. 상업 디자인 현장에서 일하다 약 15여 년 전 무카스 인테리어 디자인과 무토(MOOTO) R&D 디자이너로 활동하며 태권도와 인연을 맺었다. 현재는 멧디자인(MAT Design) 대표로서 다양한 상업시설의 인테리어와 브랜딩 마케팅 실무를 맡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태권도장과 체육시설 분야에 가장 큰 애정을 두고 있다.
내 디자인의 출발점은 언제나 '의뢰자의 생각'이다. 생애 첫 도장을 준비하는 관장님, 그리고 리모델링을 통해 새롭게 재도약을 고민하는 도장 모두에게, 평생 자부심이 될 브랜드를 갖게 해주는 것이 내 일의 핵심이다. 관장님이 무엇을 생각하는지, 어떤 철학을 갖고 있는지, 10년 후 20년 후 어떤 도장을 그리고 있는지를 먼저 듣고, 그 아이덴티티를 브랜드와 공간에 녹여낸다.
지난 10년간 수많은 태권도장과 체육관 관장님들과 인연을 맺어왔다. 어렵게 대출과 지인의 도움으로 시작한 도장이 어느덧 2관, 3관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보며 이 일이 누군가의 삶과 깊이 연결돼 있다는 걸 느꼈다.
최근에는 국내를 넘어, 전 세계의 훌륭한 태권도 사범님들부터 차세대 젊은 관장님들까지 만나는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문화와 환경은 달라도, 태권도를 향한 고민과 진심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현장에서 느끼고 있다.
이 모든 활동의 근저에는 하나의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 대한민국 태권도를, 어느 스포츠보다 훌륭한 스포츠로 키우고 싶다는 마음이다. 교육으로서, 문화로서, 그리고 하나의 브랜드 산업으로서 태권도가 더 제대로 가치 있는 평가 받길 바란다.
그래서 이 연재를 시작했다. 제3자의 시선에서 본 태권도장 관장님의 강점을 소개하고, 도장 안에서는 분명하지만 바깥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진심과 철학을 대신 전하고자 한다. 이 글은 철저히 관장님 편에서 쓴다. 가르치기 위함이 아니라, 조금만 보완하면 더 잘할 수 있는 지점을 함께 짚어보기 위한 기록이다. [필자 주]
[글. 설명수 대표 = 멧디자인 ㅣ chance2yo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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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수 |
| 스포츠 브랜드를 전문으로 다루는 브랜딩 전문 멧디자인(MAT Design) 대표이사. 태권도 도장과 무도·스포츠 시설, 교육·헬스케어 공간 등에서 브랜드 전략 수립부터 네이밍, BI·CI, 시각 아이덴티티, 공간 콘셉트 및 시공까지, 초기 단계부터 브랜딩을 공간에 전략적으로 반영하는 방식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해 왔다. 태권도 전문 미디어사의 디자인 업무와 글로벌 무도·스포츠용품 브랜드 디자이너로 활동하며 10여 년간 태권도 산업 전반의 상품·공간·마케팅 디자인을 경험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국내 및 북미 태권도장의 브랜딩·리뉴얼과 태권도 도장의 상품화·브랜드화 사례를 꾸준히 만들어가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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