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택용의 태권도다움] 도망쳐서 이기는 경기, 이게 태권도다움인가?
발행일자 : 2026-01-07 14:32:52
[곽택용 교수 = 용인대학교 태권도학과 / ]

겨루기 경기 이탈 행위에 대한 규칙 개선 제안

스포츠는 관중이 함께 보고 즐길 수 있을 때 비로소 그 가치가 완성된다.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규칙과 공감할 수 있는 경기 흐름이 전제되어야 한다.
야구, 축구, 농구와 같은 종목이 오랜 시간 대중의 사랑을 받아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규칙은 비교적 단순하고, 경기의 박진감은 직관적으로 전달된다.
그러나 태권도 겨루기 경기는 일반 관중이 이해하기에 결코 쉽지 않다. 특히 전자호구 도입 이후, 득점이 전자장비에 의해 표출되는 방식은 시각적 이해를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같은 상황에서도 득점이 되거나 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하고, 명확한 충격이 느껴지지 않는 동작에서 점수가 표출되는 장면도 적지 않다. 관중 입장에서는 누가 앞서고 있는지, 왜 점수가 났는지를 직관적으로 파악하기 어렵다.

여기에 더해 전자호구 장비는 지속적인 업그레이드를 거치며 선수와 팀에 적지 않은 비용 부담을 안기고 있다. 태권도는 공간만 있으면 누구나 수련할 수 있는 접근성 높은 스포츠였지만, 이제는 경제적 여건이 경기력과 직결되는 구조로 변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자호구 도입의 목적은 분명했다. 심판 판정의 신뢰성을 높이고, 객관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득점을 판단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현재까지도 타격의 충격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 득점 구조는 여전히 존재한다.
태권도는 격투 스포츠다. 상대를 정확히 타격해 충격을 가한 행위가 득점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 따라서 충격의 크기와 정확성을 보다 정밀하게 반영할 수 있도록 전자호구 성능 개선은 반드시 필요하다.
다만 장비의 구조적 개선이 단기간에 어렵다면, 현행 체계 안에서라도 경기의 질과 몰입도를 높이기 위한 규칙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
이에 필자는 다음 네 가지 방향의 개선을 제안한다.
첫째, 앞발을 드는 행위에 대한 감점 강화다.

과거 태권도 겨루기는 빠른 공방과 역동적인 타이밍 싸움이 핵심이었다. 1970~1990년대 경기에서는 ‘빠른발(발붙여 돌려차기)’, ‘컷트(발붙여 옆차기)’, ‘런너(발붙여 내려차기)’ 등 한 동작으로 승부를 거는 기술들이 주를 이뤘고, 이에 대응하는 기본 방어 체계도 명확했다.
반면 최근 경기에서는 앞발을 든 채 끌고 들어가거나, 다리를 들어 상대의 공격을 제지하는 동작이 빈번하다. 공격도 방어도 아닌 애매한 형태의 움직임이 경기 흐름을 끊고, 공방의 리듬을 저하시킨다. 특히 앞발을 들어 정강이로 맞붙는 이른바 ‘뼈 싸움식 부딪힘 전술’은 태권도의 기술 체계와도 거리가 멀고, 관중에게는 무엇을 하는 동작인지조차 이해하기 어렵다.
따라서 앞발을 들어 막거나 든 상태에서 디딘 발을 2회 이상 이동하는 방어·회피성 동작은 즉시 감점 처리해 소극적이고 시간 지연성 행위를 제재할 필요가 있다.
둘째, 태권도 교본에 없는 기술의 득점 무효화다.

최근 경기에서는 태권도 기술 체계와 연계되지 않은 발차기 동작이 득점으로 인정되는 사례가 나타난다. 전갈 발차기 형태의 머리 터치 동작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기술은 태권도의 본질적 의미를 약화시키고, 경기 흐름을 단절시키며 판정 혼란을 초래한다.
따라서 교본에 명시되지 않은 동작으로 득점이 표출될 경우, 주심이 이를 무효 처리하도록 규정할 필요가 있다. 이 기준이 반복 적용되면 선수와 지도자는 자연스럽게 전술을 수정하게 되고, 비정형 동작은 점차 사라질 것이다.
셋째, 고의적 경기장 이탈에 대한 이중 감점 적용이다.

점수에서 앞서 있다는 이유로 등을 돌린 채 뒤로 빠지거나, 점프하며 한계선 밖으로 도망치듯 이동하는 장면은 경기의 품위를 떨어뜨린다. 관중 입장에서는 경기를 끝까지 보고도 누가 정당하게 승리했는지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한다.
현재 규칙상 한계선 이탈은 감점이 누적되지 않는 한, 점수 우위를 유지하면 승리가 가능하다. 이는 공방을 회피하고 시간을 소모하는 전술을 부추긴다. 공방 과정에서 밀려 한계선을 벗어난 경우에는 감점 1개를 적용하되, 고의적으로 회피 후 후퇴·이탈한 경우에는 감점 2개를 적용하는 이중 감점 제도가 필요하다. 이는 ‘도망쳐서 이기는 경기’를 방지하는 최소한의 장치가 될 것이다.
넷째, 발딛기(STEP) 물러딛기 허용 범위 확대다.

발딛기는 거리 조절과 타이밍 운영의 핵심 요소로, 체격 차이를 극복할 수 있는 중요한 기술이다. 물러딛기를 일정 범위 허용하면 작은 체격의 선수도 기회를 만들 수 있고, 빠른 공방과 리듬감 있는 경기로 관중에게 보다 역동적인 장면을 제공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물러딛기는 3회까지 허용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어차피 한계선을 넘으면 감점이 적용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적절한 물러딛기는 경기의 흐름과 승부를 더욱 흥미롭게 만드는 요소가 될 수 있다. 회피 동작과 전술적 발딛기를 구분하는 심판의 부담은 있겠지만, 태권도의 기술적 본질을 살리기 위해 필요한 조정이다.
태권도는 무도적 가치를 바탕으로 성장해 온 스포츠다. 승패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보여지는 정정당당함과 페어플레이, 상대에 대한 존중이야말로 태권도가 지켜야 할 핵심 가치다. 규칙의 허점을 이용해 결과만을 추구하는 경향이 지속된다면 태권도는 관중에게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
관중이 이해하고 공감하며 함께 박수를 보낼 수 있는 승리, 즐길 수 있는 태권도, 기술과 정신이 함께 살아 숨 쉬는 경기 문화. 그것이 태권도가 지향해야 할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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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곽택용 교수 = 용인대학교 태권도학과 ㅣ press@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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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택용 교수 = 용인대학교 태권도학과 |
| 곽택용 교수는 태권도 엘리트 겨루기 선수 출신으로, 월드컵 세계대회와 세계군인선수권대회에서 우승했다. 은퇴 후 국기원 태권도시범단에서 활동하며 다방향 격파 등 새로운 시범 기술을 개발해 주목받았고, 세계태권도한마당대회에서도 우승을 차지했다. 이후 세계태권도품새선수권대회, 세계유니버시아드대회,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대표팀 지도자를 역임했으며, 현재 대한태권도협회 태권도시범단 감독을 맡고 있다. 겨루기, 품새, 시범을 모두 아우르는 정통 태권도인으로 평가받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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