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조선인이다", 부사강 여자 개인틀 1위
발행일자 : 2000-10-30 00:00:00
조현진 기자



"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 제1회 아시아태권도 선수권대회 재일본고려 팀, 부사강이 우승한 여자 개인틀 1단의 시상식에서는 북한 애국가도 남한 애국가도 아닌 우리의 소원이 울려퍼졌다. 그리고 대회장의 모든 사람들은 고려라는 말이 쓰여 있는 한반도기를 바라보았다.
결승전에서 북한의 김은심을 꺾고 우승한 재일교포 2세 부사강(17세)은 인터뷰에서 "내 몸에는 조선사람 조선민족의 피가 흐르고 있습니다"라며 "나는 남한 사람도 북한 사람도 아닙니다. 나는 조선사람입니다"라고 말했다.
부사강의 어머니는 재일교포 1세지만 아버지는 순수 일본인이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이 어디까지나 조선사람임을 강조한다.
현재 도쿄조선중고급학교에 재학중인 부사강은 "우리학교 다니고 우리역사, 우리말을 배우고 있습니다. 조선민족은 최고입니다"라며 어느 누구보다도 더 강한 한민족의 자긍심을 보였다.
그녀는 "어려서부터 무술을 좋아해서 배우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예전에는 가라데 밖에 없었고 왠지 가라데는 배우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태권도가 있다는 것을 12살 때 처음으로 알게 되어 부모님을 졸라 그 때부터 태권도를 배우게 되었습니다."라며 "태권도는 역시 우리 것이라 최고"라는 말을 했다.

또한 부사강은 단 하루만에 북한 선수들과 친해졌다. 그녀는 경기가 없을 때에 자신이 속한 재일본고려팀보다는 북한 선수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가 북한 선수들과 대화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그녀는 "북한 사람들을 보자마자 친근감이 느껴졌습니다. 모두 친구 같고 언니, 오빠 같습니다."라고 말하며 북한 사람은 남이 아님을 강조했다. 그녀는 특히 북한에서 온 북한 태권도 선수와 남한에서 온 태권넷 스텝 등 남·북한 사람을 동시에 만나게 되어 더없이 기쁘다고 말했다.
현재 남과 북으로 나뉜 한반도를 보면 가슴이 아프다는 그녀는 하루빨리 통일을 이루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며 우리민족제일이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였다.
대회가 끝날 때까지도 북한 선수들과 떨어질 줄 모르던 부사강은 북한 선수들과 꼭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하며 헤어짐의 아쉬움을 달랬다.
한편 북한 선수와 재일본고려 선수들은 이번 대회에서 남자 맞서기 미들급 결승전, 여자 맞서기 라이트급 4강전 등 거의 모든 경기에서 격돌했다. 그러나 이들은 경기가 끝난 후에는 승패에 관계없이 서로 얼싸안고 웃으며 진정한 축하와 위로를 해 한민족임을 과시했다.
또한 모든 경기가 끝나고 열린 만찬장에서 북한 선수와 재일본고려 선수들은 삼삼오오 모여 자신들의 사생활, 태권도 기술 등에 관한 얘기를 나누며 한민족의 끈끈한 정을 나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