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태권도 품새 경기, 박진감-공정성 높이는 세 가지 제안

  


회전 승제 경기방식 도입 – 두 품새 합산 방식의 한계를 넘어서는 공정한 승부
비디오 판독·리플레이 시스템 도입 – 판정 신뢰성을 높이는 기술적 장치
단체전 방식 확대 – 전략과 팀워크를 살린 국가대항전 도입

2012년 우석대총장기 품새부문 여성 장년부 경연 장면. 이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음. 

모든 스포츠에는 각본 없는 드라마가 필요하다. 예측을 뒤엎는 역전과 재역전의 순간이야말로 관중을 끌어모으는 힘이다. 관중이 가득 찬 경기장에서 선수들이 기량을 펼칠 때, 그 열기와 긴장감 속에서 평소 이상의 실력이 발휘된다.

 

필자는 다년간 태권도 품새경기 현장을 지켜보고, 심판으로 참여하며 느낀 바를 토대로 태권도 공인품새·자유품새의 경기방식과 채점 방식에 대한 구체적인 개선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이번 글에서는 우선 '공인품새' 부문을 중심으로 이야기한다.

 

대한태권도협회(KTA)는 2006년 1월 10일 ‘태권도 품새 경기규칙’을 제정한 이후 매년 토론과 개정을 거쳐 현재의 규칙을 마련했다.

 

그 과정에서 경기 규모는 확대됐고, 품새 종목에 도전하는 선수층도 꾸준히 늘었다. 그러나 심판 경험에 비춰보면, 국기원이 제정한 품새 동작이 국가별·관별로 세부 차이가 있어 이를 통일하기 위해 채점 기준이 여러 차례 조정됐다.

 

초기에는 정확성 6.0점, 숙련성 4.0점 체계였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로봇 같은 정확성’보다 동작의 흐름과 활용성을 중시하게 되어 현재는 정확도 4.0점, 표현력 6.0점으로 판정이 이뤄지고 있다.

 

품새 심판들은 공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꾸준히 교육과 훈련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경기 현장에서는 여전히 개선할 부분이 많다. 특히 경기의 박진감과 판정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다음 세 가지 방안을 제안한다.

 

① 회전 승제 경기방식 도입


품새 경기 초창기에는 청기와 홍기를 들어 홀수 심판이 다수결로 승자를 결정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현재도 심판 수는 홀수로 유지되지만, 방식은 달라졌다. 현행 제도는 5심제 또는 7심제에서 최고·최저점을 제외한 평균 점수로 승패를 가른다. 하위품새 4개, 상위품새 8개 중 각각 1개씩 무작위 추첨해 두 품새를 실시하고, 두 품새 점수를 합산해 최종 승부를 결정한다.

 

그러나 경기 현장에서는 청 2, 홍 3으로 심판 다수가 한쪽 손을 들어줬음에도, 합산 점수에서 반대 선수에게 승리가 돌아가는 사례가 발생한다. 심지어 4:1로 판정 우위를 점한 선수가 최종 합산에서는 패하는 경우도 있다. 난이도가 낮은 1품새에서 일방적인 점수 차 승리를 거두면, 난이도가 높은 2품새에서 근소하게 패하더라도 그 격차가 최종 결과를 좌우하는 것이다.

 

하위품새는 난이도가 낮아 판정이 한쪽으로 쏠리는 경향이 크고, 상위품새는 난이도가 높아 심판 간 의견이 엇갈리기 쉽다. 그 결과 첫 번째 품새 결과가 전체 승부를 결정짓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회전 승제’ 방식을 제안한다. 1·2품새에서 각각 승부를 내고, 1:1로 비길 경우 상위품새 4개 중 무작위로 하나를 선정해 3라운드에서 최종 승자를 가리는 방식이다.

 

1·2품새 점수는 3품새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마지막 라운드 점수만을 반영한다. 이렇게 하면 선수 기량을 보다 정밀하게 평가할 수 있고, 경기 끝까지 승부의 향방을 알 수 없어 관중의 긴장감과 몰입도가 높아진다.

  • 1·2품새에서 각각 승부를 내고, 1:1이면 상위품새 4개 중 무작위로 1개를 선정해 3라운드에서 최종 승자를 결정

  • 1·2품새 점수는 3품새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음

  • 경기 끝까지 승부의 향방을 알 수 있어 관중 몰입도 상승

 

② 비디오 판독·리플레이 시스템 도입


품새 경기는 짧은 순간에 동작이 연속 전개되기 때문에, 심판이 일부 실수를 놓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양쪽 선수의 동작을 번갈아 확인하다 보면 세부 실수를 간과하기 쉽다. 예를 들어 옆차기 동작에서 점프 타이밍이 어긋나는 등 명백한 0.3점 감점 사유가 발생하더라도, 동체시력의 한계로 즉시 반영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비디오 판독관을 배치하고, 심판이 필요 시 즉시 리플레이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도자 역시 명백한 오판이 의심될 경우 제한된 횟수 내에서 판독을 신청할 수 있게 하면 판정의 공정성과 신뢰성이 높아진다. 경기 지연이 우려된다면 최소 8강전부터 시범 도입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미 격파와 겨루기에서 영상 판독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만큼, 품새 경기에도 충분히 적용 가능하다.

 

③ 단체전 방식 확대


배드민턴이나 탁구 단체전처럼 종목을 조합해 팀 대항전을 치르는 방식도 도입할 만하다. 예컨대 남·여 단식 품새, 혼합 복식 품새, 남자 단체, 여자 단체 등 5종목을 구성해 3승을 먼저 거둔 팀이 승리하는 대항전 형식이다. 이렇게 하면 경기의 다양성과 전략성이 커지고, 팀워크와 전술이 중요한 요소로 부각되며, 관중의 흥미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다양한 경기방식의 도입과 판정 시스템의 현대화는 선수들에게는 보다 공정한 경쟁 환경을, 관중에게는 더 박진감 넘치는 관람 경험을 제공할 것이다. 스포츠의 본질은 박진감과 공정성에 있다. 변화와 혁신을 통해 태권도 품새 경기가 세계 무대에서 더욱 빛을 발하길 기대한다.

 

- 외부 기고문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필자. 이봉한

 

 

 

 

 

 

 

 

[글. 이봉한 대한태권도협회 품새심판 부위원장 ㅣ tkd163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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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새대회 #회전승제 #품새단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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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품새상임심판

    심판이어서가 아니라 품새의 발전과 미래를 위해 필요한 것이 그 무엇이든 시행 해보고 도입이 되어야 합니다.
    오로지 선수가 주가 되어야 하고 그 선수가 나아가 대한민국 태권도의 미래입니다.
    공정한 판정이 심판의 기본 의무 입니다, 당연하지요.
    또한 그 공정한 판정을 위해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반드시 도입을 하고 시정 해야 할 의무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당장 비디오 판독 도입은 시급 하다고 봅니다.
    심판의 능력만이 문제가 아니라 불가항력 이상의 상황이 늘 시합장에서 일어 나고 있고 그 상황으로 인해 선수,지도자.심판.임원 등 모두가 다 피해 아닌 피해를 보며 아픔을 감내 하고 있습니다.
    조금더 쉽고 빠르게 모두가 편안한 방법이 있음을 알고 있으면서 여러 사황이 맞지 않다는 이유로 해결이 되고 있지 않습니다.
    모든 아픔과 힘듬은 오로지 선수.지도자.심판.그리고 학부모님들이 가지고 가야 하는 건 아닙니다.
    반드시 개선 해 주 실거라 믿고 더 공정한 심판 업무를 더 열심히 노력 하고 공부 하면서 임하며 기다리겠습니다.

    2025-08-28 18:12:04 신고

    답글 0
  • 유유자적

    오래전부터 건의 되었고 의견 개진을 했지만 항상 결론은 시간이 많이 걸린다 예산이 부족하다 였지요^^*

    2025-08-23 15:20:23 수정 삭제 신고

    답글 0
  • 마루치

    좋은 의견인것 같네요. 잘한 선수가, 이긴 선수가 이기게 하는 방법을 제시한것 같네요
    다수의 심판이 승을 주면 승리하는게 맞는데 현 스템상으로는 안되니 새로운 대안을 제시한 것 같네요
    심판들이 분명히 청 선수가 이기게 3:2로 판정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홍선수가 이기는 상황
    이런 상황들을 대처 할 수있는 방안
    흥미와 반전이 있는 방안에 대한 의견인것 같네요

    2025-08-16 11:08:55 수정 삭제 신고

    답글 0
  • 정태성

    현재의 품새경기는 언제 부터인가 유연성 우선주의의 체조와 형의 중간 형태가 되어버렸습니다..
    적어도 무도적 관점에서의 품새 경기 라면 정확한 목표점이 지향되어야 할 것이고, 무턱대고 높게차는 발높이를 지향하기 보다는, 비록 지나치게 높지않더라도 정확한 목표를 향한 공격을 우선시 해야할 것입니다,
    현재 품새경기의 우월한 높이와 유연성을 자랑하기 보다는
    목표점앞의 정확한 높이의 보다 더 빠르고 강하며 흔들림없는 단단한 차기와 지르기, 막기와 서기가 우선 되는것이 무도적 관점에서의 태권도품새가 나아갈 길 아닐까요

    2025-08-14 16:45:09 수정 삭제 신고

    답글 0
    • 무카스미디어

      남겨주신 댓글을 인상 깊게 읽었습니다. 품새 경기의 현재 흐름과 무도적 본질 사이의 간극을 날카롭게 지적해 주신 부분이 현장의 중요한 화두라고 생각합니다. 해당 주제는 많은 태권도 지도자와 선수, 관계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줄 수 있는 내용이기에, 무카스 지면에 기고문 형태로 보다 심층적으로 소개하고 싶습니다. haeny@mookas.com

      2025-08-14 17:05:5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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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다

    품새경기는 누가누가 발차기 잘하나 경연대회 같습니다. 태권도의 겨루기와 품새는 전혀 다른 운동이 되어져 버렸습니다. 같이 운동을 했을때 태권도의가치가 더 부각되지만, 따로 발전하는건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2025-08-13 22:35:08 수정 삭제 신고

    답글 0
    • 공감

      정말 공감합니다. 현장에서 정말 이친구는 잘한다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해도 발차기가 유연성으로 높지 않으면 높은점수를 받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2025-08-13 23:33:31 수정 삭제 신고

      0
  • 엘리트

    다양한 시도가 품새경기력을 더욱더 발전 시킬거라 생각 됩니다

    2025-08-13 21:40:4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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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권브이

    품새 경기의 새로운 바람을 기대해 봅니다.

    2025-08-13 21:32:23 신고

    답글 0
    • 필승

      현장에서 오랜 경험에서 판단하신 의견 같습니다
      다만 몇가지 우려 스러운 점이 있습니다
      1. 1:1상황에서 상위 품새 4개를 지정 하여 무작위로 추첨으로 경기를 진행시 그 상위 품새에 대한 집중적인 훈련만 하면 될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상위 하위 품새의 기준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으나 제가 지도자라면 하위 품새는1을 연습 시키고 상위 품새는 3,4를 시킬 것 같습니다
      2. 비디오 판독에 대한 남발 방지책과 판독관의 전문성 확보와 인원의 확보가 필요 하겠습니다
      3. 규모가 큰 도장이나 연합 팀 선수들에게는 기회가 더 제공되나 규모가 작은 선수를 운영하는 도장에 대한 기회 균등의 불합리성이 존재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남여 각 개인전 혼합 복식 남녀 단체전 이렇게 되면 단체전 내에서의 중복 출전이 허용되면 6명 안되면 10명의 인원이 됩니다
      좋은 제안에 사견을 올려 봅니다 항상 수고하시고 애쓰시는 관계자분들께 감사 드립니다

      2025-08-13 23:41:4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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