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택용의 태권도다움] 심판 판정의 공정성과 전문성


  

선수의 땀과 정직하게 마주해야 할 존재, ‘심판’의 공정성과 전문성에 대하여

필자의 격파 시범 장

경기에서 냉철하고 명확한 판단을 내려야 하는 심판에게 있어 공정성은 무엇보다도 핵심적인 요소이다. 심판은 해당 종목의 자격증을 소지한 전문가로서, 그 판정은 항상 공정하고 정확해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선수들과 지도자들은 '심판의 판단'을 신뢰하며, 단 한 치의 오차 없이 판정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경기를 이끄는 심판의 판정은 경기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정확하고 일관된 판단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심판의 전문적인 지식, 경험, 그리고 흔들리지 않는 마음가짐이 필수적이다.

 

특히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과가 뜻대로 나오지 않을 때, 그 원인이 심판의 판단일 수도 있고, 본인의 경기력 부족일 수도 있다.

 

필자는 선수와 지도자 시절을 거치며 편파 판정을 경험했던 기억을 지금도 생생히 떠올릴 수 있다. 그런 경험은 여전히 아픈 상처로 남아 있다. 선수들의 피땀 어린 훈련이 헛되지 않도록, 심판은 그 노력을 메달로 연결해 주는 공정한 고리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심판 역시 인간이기에 순간적인 판단이나 불가항력적인 주관성이 개입될 수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동시득점 인정(겨루기) 시스템, 5심제(품새,격파), 7심제 등이 도입되어 최고점과 최저점을 제외한 평균 점수를 적용하는 등의 방식이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방식도 완벽하지는 않다. 일부 두 명의 심판이 사전에 합의하여 점수를 조작할 경우, 평균점수 자체가 왜곡되어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술의 발전은 심판 판정의 정확성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과거에는 심판이 자신의 직관이나 경험을 바탕으로 점수를 판단했다면, 오늘날에는 비디오 리플레이의 도입으로 선수의 순간적인 동작까지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판정의 오심을 줄이는 데 효과적인 수단이 되고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선수들의 기량을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평가하여 정확한 승부를 가르는 것이다.

 

실제로 2008년 베이징올림픽 태권도 경기에서는 판정에 불만을 품은 선수가 심판을 폭행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이 사건을 계기로 심판 판정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전자호구가 도입되었다. 하지만 전자호구의 센서 기반 득점 방식은 새로운 기술적 체계를 요구하며, 경기 방식의 혼란과 전략의 큰 변화를 초래하였다.

 

이러한 기술 변화는 태권도의 투기적 특성보다는 펜싱과 유사한 득점 중심의 움직임으로 경기를 변형시키기도 했다. 심판의 공정성을 확보하려는 시도는 일정 부분 성과를 거두었지만, 동시에 다이나믹하고 파워풀한 태권도의 본질에서 멀어졌다는 비판도 제기되었다.

 

심판은 어떤 상황에서도 냉철하고 객관적인 시선으로 반칙 행위를 정확히 가려내고, 일관된 기준으로 감점해야 한다. 이는 선수와 지도자 모두가 심판을 신뢰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품새 경기에서는 특히 정확성(40%)과 표현성(60%)의 점수 체계가 공정성 논란의 중심이 되곤 한다. 객관적으로 평가 가능한 정확성과 달리, 표현성 점수는 심판의 주관이 개입될 수 있어 결과에 대한 이견이 발생하기 쉽다.

 

이에 따라 품새의 정확성 채점에 AI를 도입하자는 의견도 활발히 제기되고 있다. 메달리스트들의 움직임을 바탕으로 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점수 기준을 정립하는 것이 현실화되고 있으며, 표현성 또한 영상 분석 기술을 통해 스피드, 강약 연결 등의 요소로 계량화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격파 경기에서도 마찬가지다. 송판의 강도 차이로 인해 완파 여부의 기준이 모호한 경우가 많아, 전자 송판과 AI 기반 채점 시스템을 도입하자는 의견이 일부 팀에서 제기되고 있다. 체공 도약, 안정적인 착지 등 정량화 가능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채점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승리를 지향하는 경쟁의 세계에서 부정행위는 점점 더 정교해지고 있다. 보조자의 개입이나 격파 기술의 변칙화 등은 심판의 눈을 속이려는 시도로 발전하고 있으며, 이에 맞서 심판도 이러한 변화를 빠르게 인지하고 판정 기준을 끊임없이 진화시켜야 한다.

 

심판의 공정성은 누구의 눈에도 흔들려서는 안 된다. 선수들의 노력과 땀에 대한 정당한 평가를 내리는 것이야말로 심판의 책임이다. 만약 이러한 판단이 어렵다면, 그것은 자질의 문제일 수 있으며, 심판은 지속적인 노력과 자기계발을 통해 변화하는 경기 양상과 기술에 적응해야 한다.

 

지도자 또한 심판의 득점 및 감점 판단에 과도하게 민감하게 반응해서는 안 된다. 심판의 성향을 파악하고, 경기 중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변수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도 지도자의 역할이다.

 

심판은 선수들로부터 존경받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 AI가 모든 채점을 수행하는 시대가 오고 있지만, 과연 그 판단이 인간보다 더 옳다고 단정할 수 있을까? 겨루기에서 전자호구 방식이 가져온 새로운 문제처럼, 품새나 격파에서도 전자 채점 방식의 도입은 또 다른 이슈를 야기할 수 있다.

 

심판은 선수의 노력에 정직하게 응답해야 한다. 그리고 지도자와 선수는 심판의 판정을 신뢰하고 승복하는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그것이 태권도 경기의 진정한 발전이며, 심판과 선수, 지도자가 함께 만들어가야 할 태권도 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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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곽택용 교수 = 용인대학교 태권도학과 ㅣ press@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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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택용 교수 = 용인대학교 태권도학과
곽택용 교수는 태권도 엘리트 겨루기 선수 출신으로, 월드컵 세계대회와 세계군인선수권대회에서 우승했다. 은퇴 후 국기원 태권도시범단에서 활동하며 다방향 격파 등 새로운 시범 기술을 개발해 주목받았고, 세계태권도한마당대회에서도 우승을 차지했다. 이후 세계태권도품새선수권대회, 세계유니버시아드대회,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대표팀 지도자를 역임했으며, 현재 대한태권도협회 태권도시범단 감독을 맡고 있다. 겨루기, 품새, 시범을 모두 아우르는 정통 태권도인으로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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