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정부의 '태권도의 날' 홀대... 언제까지 ‘장관상’이 최고인가?
발행일자 : 2025-09-04 14:39:45
수정일자 : 2025-09-04 15:00:29
[한혜진 / press@mookas.com]


<한혜진의 태권도 산책> 국기(國技)라 부르면서도 법정기념일조차 홀대하는 정부

정부가 과거와 달리 태권도를 대하는 자세가 매우 무성의하다. 때로는 홀대하는 것 같은 인상마저 적지 않다. 그 대표적인 단면이 바로 ‘태권도의 날’을 대하는 태도다.
9월 4일은 태권도의 날이다. 1994년 파리 IOC 총회에서 태권도가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역사적 순간을 기념하기 위해 제정된 법정기념일이다.
<태권도 진흥 및 태권도공원 조성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2008년 법정기념일로 지정됐고, 2018년에는 대한민국 국기로 격상됐다. 그 자체로 대한민국의 문화적 자존심을 상징하는 날이다.
올해도 무주 태권도원 T1 경기장에서 대규모 기념식이 열렸다. 세계태권도연맹(WT), 국기원, 대한태권도협회(KTA), 태권도진흥재단(TPF) 등 네 기관이 재원을 거출해 만든 행사다. 세계 200여 개국에 보급된 태권도의 위상을 생각하면, 단순한 체육계 행사를 넘어선 국제적 기념일이다.
그럼에도 정부의 태도는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2008년 유인촌 장관이 직접 행사장을 찾아 기념사를 하며 태권도의 날 위상을 끌어올렸지만, 이후 장관의 참석은 손에 꼽는다. 최근에는 장·차관조차 자리를 비우는 경우가 잦아졌다.
올해 역시 장관의 모습은 없었다. 대신 국장대우 체육협력관이 주빈으로 나서 축사를 대독했다. 이는 세계태권도연맹, 국기원, KTA, TPF 기관장이 모두 참석한 행사장의 무게와는 한참 동떨어진 장면이었다. 정부의 태도가 태권도의 위상과 전혀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더 뼈아픈 사례는 지난해였다. 태권도 올림픽 채택 30주년이라는 특별한 해였음에도, 장관은 물론 차관, 국장급조차 행사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대한민국 국기를 기념하는 법정기념일임에도 정부 대표가 단 한 명도 오지 않았다는 것은 사실상 홀대다.
포상 체계도 초라하다. 현재 태권도의 날에 수여되는 최고 포상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표창’이다. 그러나 무역의 날에는 대통령 표창과 산업훈장이, 바다의 날에는 국민훈장이, 경찰의 날과 소방의 날에는 대통령·국무총리 표창이 수여된다. 국기(國技) 태권도의 날만 장관상이 최고라니, 이 얼마나 초라한 현실인가.
해법은 분명하다. 대한체육회가 체육공로자에 대한 훈포장을 자체 시상하듯, 태권도의 날에는 별도의 훈포장 제도를 신설해야 한다. 경기 성적뿐 아니라 보급·교육·문화 확산에 헌신한 인물들이 국가 차원의 훈장을 받아야 한다.
대통령과 국무총리 표창 역시 태권도의 날에 정례화해야 한다. 다른 법정기념일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격식을 갖추는 것이 국가의 의무이자 태권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나아가 대통령과 국무총리 표창 역시 태권도의 날에 정례화해야 한다. 다른 법정기념일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격식을 갖추는 것이 국가의 의무이자 태권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태권도계가 힘이 없어서 이런 홀대를 계속 받는가. 그렇지 안다. 태권도는 이미 전 세계 213개국에 보급됐고, 올림픽 정식 종목이자 대한민국 '국기'다. 태권도박애재단(THF)을 통한 난민 지원, 올림픽에서의 상징적 위상까지 감안하면 그 힘은 충분하다.
문제는 의지다. 태권도계가 정부와 국회를 향해 목소리를 높이지 않고, 장관상에 만족하며 스스로 격을 낮추고 있는 것이다. 태권도의 날은 단순한 기념일이 아니다. 한류의 원조로서 세계화의 길을 연 태권도를 기리는 날이고, 세계가 함께 기념하는 한국 문화유산이다.
그런데도 정부가 이를 의례적 행사로 치부한다면, 태권도의 날은 법전에만 남는 기념일로 전락할 것이다.
[무카스미디어 = 한혜진 기자 ㅣ haeny@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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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혜진 |
태권도 경기인 출신의 태권도·무예 전문기자. 이집트 KOICA 국제협력요원으로 태권도 보급에 앞장 섰으며, 20여 년간 65개국 300개 도시 이상을 누비며 현장 중심의 심층 취재를 이어왔다. 다큐멘터리 기획·제작, 대회 중계방송 캐스터, 팟캐스트 진행 등 태권도 콘텐츠를 다각화해 온 전문가로, 현재 무카스미디어 운영과 콘텐츠 제작 및 홍보 마케팅을 하는 (주)무카스플레이온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국기원 선출직 이사(언론분야)와 대학 겸임교수로도 활동하며 태권도 산업과 문화 발전에 힘쓰고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