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택용의 태권도다움] 쉴틈없는 태권도대회, 이대로 괜찮은가?
발행일자 : 2025-08-14 16:44:14
수정일자 : 2025-08-14 17:03:18
[곽택용 교수 = 용인대학교 태권도학과 / ]


연중 과밀한 대회 일정 속, 태권도 경기력 회복과 기본기 강화를 위한 세 가지 제언
현재 우리나라 태권도 대회는 1월부터 12월까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사계절 내내 빽빽하게 짜인 일정 속에서 선수들은 실전 경험을 통해 기술 능력을 높이고, 많은 대회를 통해 메달 기회를 얻는다. 그러나 지나치게 잦은 대회 출전은 선수와 지도자 모두에게 체력·정신·경제적 부담을 안기고 있다.
과거에는 겨울철 동계 훈련을 통해 기본기, 전술 운용 능력, 체력 등 전반적인 기량을 체계적으로 다질 수 있었다.
이 시기는 단순한 준비 기간을 넘어, 부상 예방과 경기력 토대 마련의 중요한 시기였다. 하지만 지금은 연중 이어지는 대회로 훈련과 회복의 균형이 무너지고, 기본기를 다질 여유가 사라졌다.
기본기보다 ‘득점 기술’ 중심으로 흐르는 훈련
최근 훈련 경향은 기본기보다 경기에서 직접 득점이 가능한 기술에 집중하는 모습이 강하다. 겨루기에서는 득점 발차기, 격파에서는 완파 기술, 품새에서는 화려하고 완성도 높은 동작 중심의 훈련이 주를 이룬다.
단기적인 경기력 향상에는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인 선수 육성이나 기술의 깊이 면에서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기본기는 집의 뼈대와 같다. 손과 발의 정확한 기본 동작은 다양한 응용 기술의 바탕이 되며, 이를 탄탄히 익혀야 실전에서 흔들림 없는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다. 기본기 없이 실전에만 몰두하는 훈련은 결국 얕은 완성도와 불안정한 경기 운영으로 이어진다.
대회 집중과 피로 누적
대한태권도협회, 각 연맹, 시·도협회 주관 대회는 특히 4월부터 9월까지 몰려 있다. 여름철에는 국제 오픈대회와 전국대회가 연달아 열리며, 지도자와 선수들은 한 대회를 마치자마자 다른 대회로 이동한다. 장거리 이동, 짧은 회복 시간, 반복되는 긴장 상태 속에서 피로가 누적되고, 경기력 저하와 부상 위험도 커진다.
게다가 지도자들은 대회 준비와 출전뿐 아니라 등록·접수·운영 등 행정 업무까지 떠안으며, 경기력 향상에 집중하기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다. 이는 곧 대회 운영의 질에도 영향을 미친다.
대안은 무엇인가?
첫째. 훈련과 회복 중심의 ‘비시즌’ 운영
겨울(동계)과 여름(하계) 훈련 기간 중 최소 한 달간은 대회를 전면 중단해야 한다. 이 시기는 기본기와 체력을 집중적으로 다질 수 있는 골든타임이며, 충분한 회복과 심리적 여유를 제공해 부상 방지와 기량 향상에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
둘째. 대회 수 조정 및 구조 개편
셀수 없을 정도로 많은 대회 개최수를 대폭 줄이는 구조 개편을 실시해야 한다. 예를 들어, 매년 열리는 대학 총장기 대회를 격년제로 전환하고, 전국규모 대회와 지역 대회의 균형을 고려한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 경기력 평가와 국가대표 선발에 중요한 대회를 중심으로 일정을 정리하고, 형식적인 대회는 통합·폐지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셋째. 효율적인 연간 일정 관리
연간 대회 일정은 훈련 계획과 시기별 특성을 반영해 전략적으로 배치해야 한다. 대회 간 충분한 간격을 두어 회복 시간을 보장하고, 중복 개최를 줄여 선수·지도자·심판 모두가 최상의 컨디션으로 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연맹과 협회 간 일정 조율이 가능한 소통 시스템 마련이 필수다.
태권도의 미래는 단순히 대회 수에 달려 있지 않다. 그 대회가 선수에게 어떤 가치를 줄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하다. 질적인 성장 없이 양적 확대만 지속된다면, 선수들의 피로 누적과 경기력 하향 평준화는 피할 수 없다. 이제는 대회의 수가 아니라 내용·구조·운영의 질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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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곽택용 교수 = 용인대학교 태권도학과 ㅣ press@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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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택용 교수 = 용인대학교 태권도학과 |
곽택용 교수는 태권도 엘리트 겨루기 선수 출신으로, 월드컵 세계대회와 세계군인선수권대회에서 우승했다. 은퇴 후 국기원 태권도시범단에서 활동하며 다방향 격파 등 새로운 시범 기술을 개발해 주목받았고, 세계태권도한마당대회에서도 우승을 차지했다. 이후 세계태권도품새선수권대회, 세계유니버시아드대회,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대표팀 지도자를 역임했으며, 현재 대한태권도협회 태권도시범단 감독을 맡고 있다. 겨루기, 품새, 시범을 모두 아우르는 정통 태권도인으로 평가받는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