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희생하는 태권도 정신 실천
발행일자 : 2004-03-07 00:00:00
남궁욱 기자 / 사진=김형수 기자 (중앙일보 기사제휴)
"태권도 지도자는 봉사와 희생의 정신을 가져야 합니다. 헌혈은 그런 정신을 닦는 좋은 방법이지요."
경원대 사회교육원 태권도학과 신입생 129명이 단체 헌혈로 이웃사랑을 실천했다.
이들은 입학일인 5일 경기도 성남시 경원대 캠퍼스로 헌혈차 세대를 불러 빠짐없이 헌혈했다. 첫 만남을 선행으로 자축한 이들은 한날 한시에 피를 뽑은 혈맹(血盟)이 됐다.
올해 처음 개설한 이 학과는 대학 사회교육원 소속이다. 그래서 학생들의 연령대가 열여덟살부터 쉰두살까지 다양하다. 전원이 유단자인 학생들은 대부분 졸업 후 태권도장을 운영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하지만 8학기를 수료하면 학사 학위가 나온다는 점에서 이미 도장을 운영하고 있는 사범들도 30여명이나 입학했다.
이처럼 다양한 신입생들이 일사불란하게 선행 전선에 나선 데에는 김석련(金錫蓮.49)주임교수의 역할이 컸다. 金교수는 지난달 말 학생회 간부들과의 회의에서 "함께 할 수 있는 선행을 찾아보자"고 제안했다. "태권도 사범은 운동 뿐 아니라 봉사와 희생도 가르치는 정신적 스승이 돼야 한다"는 평소 생각에 따른 것이었다.
학생들은 金교수의 의견에 흔쾌히 동의했다. 최근 태권도의 대부 김운용 세계태권도연맹 전 총재가 비리 혐의로 구속되면서 태권도계 전체를 부도덕한 집단으로 매도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제동을 걸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고 한다. 헌혈 아이디어를 내놓은 것은 학생회장 이중열(李重烈.36.도장 운영)씨였다.
"최근 병원에서 건강 검진을 받다 혈액 재고가 형편없이 부족하다는 말을 듣고 헌혈을 자주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자연스레 생각이 헌혈에 미쳤습니다."
학생들은 단체 헌혈을 정기화할 계획이다. 건강은 자신있는 만큼 정기적으로 헌혈을 해 건강한 혈액을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에게 제공하고 싶다는 것이다.
金교수는 "학생들의 뜻을 반영해 최소한 학기마다 한번씩은 헌혈 행사를 갖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