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수의 인사이트> 기억에 남는 태권도장을 만드는 방법?

  

4편 - 설계된 브랜딩이 공간과 상담, 콘텐츠로 확장될 때

 

아무리 프로그램을 잘 만들어도 그 프로그램이 '보이지 않으면' 그 브랜드는 기억되지 않습니다. 이건 태권도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모든 브랜드가 공통으로 겪는 문제입니다.

 

좋은 생각이 있어도 훌륭한 시스템이 있어도 진심 어린 철학이 있어도 그것이 경험으로 전달되지 않으면, 소비자의 기억 속에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번 3부에서 이야기한 ‘잘 설계된 태권도 프로그램’은 거기서 끝나면 안 됩니다. 이제 질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 프로그램이 도장 안팎에서 어떻게 ‘느껴지게’ 만들 것인가?”

 

프로그램은 반드시 ‘공간’에서 말해야 합니다. 많은 태권도장을 보면, 프로그램은 상담실 안에만 있습니다. 또는 종이 위에만 있고, 말로만 설명됩니다. 하지만 학부모는 말보다 공간을 먼저 믿습니다.

 

- 아이가 들어가는 순간 느껴지는 분위기

- 벽에 적힌 문장

- 동선 속에서 마주치는 장면

- 훈련 공간의 구성과 밀도

이 모든 것이 “이 도장이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를 말보다 먼저 전달합니다.

 

예를 들어, 집중력 프로그램을 핵심으로 하는 도장이라면 → 공간은 정돈되어 있고, 시선이 분산되지 않아야 합니다.

 

명상은 온전히 명상에 잠길 수 있는 분위기를 위해 주변 소음, 조명의 조도나 음향을 신경 씁니다. 관련 프로그램의 항목을 시각적으로 부착이 되고 관원이 스스로 나의 프로그램 방향이 추측 하고 계획 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프로그램이 설계되어 있다면, 공간은 그 프로그램을 시각적으로 번역하는 도구가 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공간 디자인은 ‘예쁘게 꾸미는 일’이 아니라, 프로그램의 철학을 아이와 부모가 무의식적으로 체험하게 만드는 장치입니다.


 

상담은 ‘설명’이 아니라 ‘확인’이 되어야 합니다. 상담에서 가장 흔히 나오는 장면이 있습니다. “저희 도장은 이런 프로그램이 있고요,,, 이런 많은 활동을 합니다.” 이건 설명입니다. 하지만 상담은 설명이 아니라 ‘확인’이어야 합니다.

 

- “우리 아이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

- “그래서 어떤 프로그램이 맞는지”

- “이 프로그램을 통해 무엇이 달라질지”

 

부모가 이미 공간과 콘텐츠를 통해 어느 정도 이해한 상태에서 상담은 이렇게 흘러가야 합니다.

 

“어머님이 보신 그 프로그램, 이 아이에게는 이 부분이 특히 중요합니다.” 이 순간, 상담은 설득이 아니라 공감의 자리가 됩니다.그리고 부모는 이렇게 느낍니다.“여기는 아이를 보고 말하는 곳이지,상품을 먼저 파는 곳이 아니구나.”

 

이 신뢰는 '수련비'나 '이벤트' 보다 훨씬 강력합니다.

 

콘텐츠는 ‘홍보’가 아니라 ‘증거’여야 합니다.

 

많은 도장이 SNS를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이렇게 운영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 오늘도 수업 사진

- 오늘도 단체 사진

- 오늘도 열심히 운동하는 모습

 

물론 나쁘지 않습니다. 하지만 '브랜드 콘텐츠'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야 합니다. “이 도장의 프로그램이실제로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를 보여줘야 합니다.

- 이 아이가 3개월 전과 지금 어떻게 달라졌는지

- 어떤 부분이 어려웠고, 어떻게 개선됐는지

- 그 변화가 프로그램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이건 자랑이 아니라 '증거'입니다.

 

부모는 광고보다 “다른 부모의 사례”에 훨씬 더 반응합니다. 프로그램이 잘 설계된 도장은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억지로 고민하지 않습니다.

 

프로그램이 이미 콘텐츠가 될 수 있게 설계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은 ‘일관성’에서 힘이 생깁니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가 하나 있습니다.

- 공간에서 말하는 것

- 상담에서 말하는 것

- SNS에서 말하는 것

- 문자, 안내문에서 쓰는 언어

이 모든 것이 '같은 메시지'를 가리켜야 합니다. 오늘은 인성, 내일은 체력, 다음 주는 집중력…이렇게 흔들리는 메시지는 부모에게 이렇게 들립니다.

 

“그래서 이 도장은 뭐가 강점인 거죠?”

반대로,

- 공간에서 느껴지는 메시지

- 상담에서 확인되는 메시지

- 콘텐츠에서 반복되는 메시지

이 셋이 하나로 맞아떨어질 때, 브랜드는 '설명하지 않아도 이해되는 상태'가 됩니다.

 

브랜드는 ‘말하는 것’이 아니라 ‘경험되는 것’이다.

정리해보면, 프로그램은 설계로 끝나지 않습니다. 설계된 프로그램은 공간 → 상담 → 콘텐츠 → 커뮤니케이션으로 반드시 확장되어야 합니다.

 

이 과정이 자연스럽게 연결될 때, 부모와 아이는 이렇게 느낍니다. “여기는 그냥 태권도장이 아니라, 하나의 생각과 방향을 가진 브랜드다.”

 

브랜드는 주장으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반복되는 경험'으로 만들어집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당신이 페라리 매장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직원이 슬리퍼 차림으로 다가와 종이컵에 믹스커피 한 잔을 건넵니다. 

 

그 자리에서 당신은 어떤 느낌을 받을까요?

 

반대로 다른 매장에서는 단정하게 차려입은 직원이 페라리 로고가 새겨진 머그컵에 라떼를 담아 건네고, 작은 명품 초콜릿을 함께 내어줍니다.

 

당신은 어느 매장에서 더 신뢰를 느끼고, 어느 매장에서 자연스럽게 지갑을 열고 싶어질까요?

 

이 차이는 단순히 ‘고급스러운 연출’의 문제가 아닙니다. 자신의 브랜드에 대한 애착이 얼마나 깊은가, 그리고 그 애착을 고객 경험으로 얼마나 정교하게 설계했는가의 차이입니다.

 

브랜딩은 결국  “우리다움이 고객의 감각으로 번역되는 방식” 입니다.

 

캐나다 토론토의 다이나믹 태권도장이 브랜드

반대로 생각해보면 더 분명해집니다.

 

기억되지 않는 브랜드, 기억해야 할 이유가 없는 브랜드, 선택 후보조차 되지 못하는 브랜드는 결국 반복되는 현실 속에 그대로 고착됩니다.

 

지난 1부에서 이야기했듯, 스스로 만든 감옥에 갇히는 상황이 계속되는 것입니다.

 

브랜딩은 한 줄의 문구로 완성되는 일이 아닙니다. 매일 한 줄씩 써 내려가는 긴 설계 과정입니다. 피드백과 수정, 보완의 연속이며 끝이 없는 작업입니다.

 

관장님의 진심과 철학을 공간과 경험, 시각 언어로 정확히 번역하고, 막연했던 아이디어를 구조화된 시스템으로 정리해주는 일. 

 

단순히 예쁘게 꾸미는 것이 아니라 도장의 가치가 가장 설득력 있게 보이도록 전략적으로 설계하는 것. 

 

이 과정 전체가 바로 브랜딩입니다.

 

이미 어느 정도 성공을 이룬 한 관장님이 필자에게 이런 말씀을 해주신 적이 있습니다.

 

“어려운 시기를 지나 지금의 자리에 올 수 있었던 건, 나를 내려놓고 기만하지 않았을 때였습니다. 모르는 건 솔직히 인정하고, 배우고 물어볼 용기를 냈을 때 비로소 길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브랜딩 역시 같습니다. 혼자서 모든 답을 찾으려 하기보다 책과 세미나, 그리고 다양한 전문가의 도움을 통해 구조를 세우고, 도장의 가치를 더 명확하게 드러낼 때 비로소 브랜드는 성장하기 시작합니다.

 

결국 브랜딩이란, 멋을 만드는 작업이 아니라 '도장의 내일을 설계'하는 일입니다.

 

(다음편에서 계속...)

 

[필자 주] 이 글을 쓰는 이유  

필자 설명수는 시각디자이너이자 브랜딩 마케터다. 상업 디자인 현장에서 일하다 약 15여 년 전 무카스 인테리어 디자인과 무토(MOOTO) R&D 디자이너로 활동하며 태권도와 인연을 맺었다. 현재는 멧디자인(MAT Design) 대표로서 다양한 상업시설의 인테리어와 브랜딩 마케팅 실무를 맡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태권도장과 체육시설 분야에 가장 큰 애정을 두고 있다.

내 디자인의 출발점은 언제나 '의뢰자의 생각'이다. 생애 첫 도장을 준비하는 관장님, 그리고 리모델링을 통해 새롭게 재도약을 고민하는 도장 모두에게, 평생 자부심이 될 브랜드를 갖게 해주는 것이 내 일의 핵심이다. 관장님이 무엇을 생각하는지, 어떤 철학을 갖고 있는지, 10년 후 20년 후 어떤 도장을 그리고 있는지를 먼저 듣고, 그 아이덴티티를 브랜드와 공간에 녹여낸다.

지난 10년간 수많은 태권도장과 체육관 관장님들과 인연을 맺어왔다. 어렵게 대출과 지인의 도움으로 시작한 도장이 어느덧 2관, 3관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보며 이 일이 누군가의 삶과 깊이 연결돼 있다는 걸 느꼈다.

최근에는 국내를 넘어, 전 세계의 훌륭한 태권도 사범님들부터 차세대 젊은 관장님들까지 만나는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문화와 환경은 달라도, 태권도를 향한 고민과 진심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현장에서 느끼고 있다.

이 모든 활동의 근저에는 하나의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 대한민국 태권도를어느 스포츠보다 훌륭한 스포츠로 키우고 싶다는 마음이다. 교육으로서, 문화로서, 그리고 하나의 브랜드 산업으로서 태권도가 더 제대로 가치 있는 평가 받길 바란다.

그래서 이 연재를 시작했다. 제3자의 시선에서 본 태권도장 관장님의 강점을 소개하고, 도장 안에서는 분명하지만 바깥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진심과 철학을 대신 전하고자 한다. 이 글은 철저히 관장님 편에서 쓴다. 가르치기 위함이 아니라, 조금만 보완하면 더 잘할 수 있는 지점을 함께 짚어보기 위한 기록이다. [필자 주]

 

[글. 설명수 대표 = 멧디자인 ㅣ chance2yo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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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수
스포츠 브랜드를 전문으로 다루는 브랜딩 전문  멧디자인(MAT Design) 대표이사. 태권도 도장과 무도·스포츠 시설, 교육·헬스케어 공간 등에서 브랜드 전략 수립부터 네이밍, BI·CI, 시각 아이덴티티, 공간 콘셉트 및 시공까지, 초기 단계부터 브랜딩을 공간에 전략적으로 반영하는 방식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해 왔다. 태권도 전문 미디어사의 디자인 업무와 글로벌 무도·스포츠용품 브랜드 디자이너로 활동하며 10여 년간 태권도 산업 전반의 상품·공간·마케팅 디자인을 경험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국내 및 북미 태권도장의 브랜딩·리뉴얼과 태권도 도장의 상품화·브랜드화 사례를 꾸준히 만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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