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민우의 마음도장] 지도자의 권위주의는 선수에게 이로운가?


  

지도자의 의식이 선수의 몸짓을 결정한다!

우리는 태권도 품새를 정중동(靜中動)의 미학이라고 말한다. 선수는 찰나의 정지 동작과 폭발적인 타격력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표현한다. 그러나 이 고독한 수행의 과정에서 선수의 몸짓을 결정짓는 것은 비단 선수의 근육만이 아니다.

 

그 내면에는 지도자의 '의식'이 짙게 깔려 있다. 특히 지도자의 과도한 권위주의적 리더십과 승리지상주의는 선수의 기량을 꽃피우기보다, 그 뿌리를 썩게 만드는 치명적인 독이 될 수 있다.

 

'복종'이라는 감옥에 갇힌 품새

 

권위주의적 지도자는 선수를 자신의 철학을 구현하는 '도구'로 착각한다. "이유는 묻지 말고 시키는 대로만 해"라는 식의 강압적인 코칭은 선수의 비판적 사고를 마비시킨다.

 

품새는 동작 하나하나에 방어와 공격의 원리가 담긴 무도이다. 왜 이 각도로 막아야 하는지, 왜 이 지점에서 호흡을 해야 하는지 스스로 깨닫지 못한 채 복종으로 만들어진 동작은 '영혼 없는 껍데기'에 불과하다.

 

이러한 환경에서 자란 선수는 지도자가 개입하지 않으면 스스로를 통제할 힘을 잃는다. 지도자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 불안을 느끼는 선수는 이미 주체적인 무도인이 아니라, 리모컨으로 조종되는 기계로 전락한 것이다.

 

스포츠맨십의 부재, '점수 사냥꾼'을 키우는 지도자

 

스포츠맨십은 규칙을 지키는 수준을 넘어, 자신과 상대에 대한 '정직'을 바탕으로 한다. 그러나 권위주의에 매몰된 지도자는 승리를 자신의 권위를 증명하는 수단으로 삼는다.

 

이 과정에서 "심판 눈만 속이면 된다"거나 "이기기 위해서는 비겁해도 좋다"는 식의 그릇된 의식이 선수에게 전이된다.

 

지도자가 과도하게 결과에만 집착할 때, 선수는 품새를 수행(修行)이 아닌 '점수 사냥'으로 인식하게 된다. 상대 선수를 함께 성장하는 동반자가 아닌 밟아야 할 적으로 규정하고, 정직한 패배보다 비겁한 승리에 안도하는 선수는 이미 태권도인이 아니다. 지도자가 스포츠맨십을 가르치지 않는다면, 그는 사범이 아니라 단지 기술 좋은 공장장에 불과하다.

 

특히 이러한 스포츠맨십의 결여는 심판의 판정을 대하는 지도자의 이분법적 태도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이따금 지도자는 심판의 점수를 공정한 척도가 아닌 '우리 편'과 '적'의 개념으로 해석하곤 한다. 나에게 유리한 점수를 주면 '좋은 심판', 불리한 점수를 주면 '나쁜 심판' 혹은 '무능한 심판'으로 규정짓는 지도자의 편협한 시각은 고스란히 선수에게 전이된다.

 

이러한 왜곡된 전이는 선수의 성장을 가로막는 치명적인 장애물이 된다. 점수가 낮게 나왔을 때 자신의 동작을 성찰하고 보완하기보다 '심판의 편향' 탓으로 돌리는 "외부 귀인(External Attribution)"의 습관을 만들기 때문이다.

 

"심판이 나를 싫어해서 점수가 안 나왔다"는 핑계 뒤로 숨는 법을 배운 선수는 더 이상 자신의 한계를 돌파하려 노력하지 않는다.

 

결국 지도자가 가르친 것은 품새의 정수가 아니라, 자신의 부족함을 타인의 탓으로 돌리는 비겁함이다. 정직한 패배를 인정하고 다시 도복 끈을 매는 스포츠맨십 대신, 운 좋게 얻은 높은 점수에 안도하며 요령을 피우는 '점수 사냥꾼'의 길을 열어준 셈이다.

 

지도자의 의식이 곧 선수의 품새

 

품새 선수의 눈빛과 손끝에는 지도자의 평소 가치관이 그대로 투영된다. 지도자가 권위의 권좌에서 내려와 선수와 인격적으로 교감할 때, 선수는 비로소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는 '창의적인 기백'을 뿜어낼 수 있다.

 

진정한 지도자는 선수의 동작을 교정하기 전에 자신의 의식부터 점검해야 한다. 내가 가르치는 것이 점수를 따는 '기술'인지, 아니면 평생을 지탱할 '무도 정신'인지 말이다. 지도자가 스포츠맨십이라는 단단한 토양 위에 선수를 세울 때, 비로소 그 선수의 품새는 점수를 넘어선 감동을 줄 수 있다.

 

"옛말에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말라고 했으나, 지도자는 선수가 자신을 밟고 더 높은 곳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스스로를 정제해야 한다."

 

[글. 전민우 교수 = 경희대학교 태권도학과ㅣ yesjmw@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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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민우 교수 (경희대학교 태권도학과)
경희대학교 체육대학 태권도학과 조교수
경희대학교 체육대학원 태권도학전공 조교수
KHU-SPLab 지도교수
세계태권도전문트레이너협회 대표
대한장애인펜싱협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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