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U 김상진 회장 당선자 “회장이 군림하는 시대는 끝났다! 협의체 중심으로 바꿔야”
발행일자 : 2025-07-29 12:32:05
수정일자 : 2025-07-29 12:32:58
[한혜진 / press@mookas.com]


[MOOKAS 人사이드] 김상진 | 태권도인 출신 기업가, 아시아태권도연맹 회장 당선자

아시아 태권도를 이끌 새로운 수장이 등장했다. 불과 수개월 전만 해도 국제 태권도계에서는 다소 낯선 인물이었지만, 열세를 극복한 김상진 전 KTA 부회장이 결국 아시아태권도연맹(ATU) 회장 선거에서 국제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양진방 대한태권도협회장(WT 집행위원)을 꺾고 당선됐다.
부산 출신의 태권도인이자 중견기업 CEO인 김상진 당선자는 치밀한 전략과 실행력으로 현직 협회장을 제치고 새로운 리더로 부상했다.
당선 직후 그는 '협의체 중심의 운영', '재단법인화', '현장 리더십'을 키워드로 내세우며 아시아 태권도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김상진은 누구인가. 그는 젊은 시절 부산에서 태권도장을 운영하며 지도자로 활동했다. 이후 지역 협회장, 대한태권도협회 감사, 부회장을 거치며 태권도계에서 다양한 역할을 맡았다. 동시에 그는 25년 넘게 조선업 기반의 친환경 금속 가공 중견기업을 운영해온 성공한 기업가이기도 하다.
이 회사는 전국적으로 공장과 지점을 보유하고 있으며, 기술 혁신과 고용 안정화의 공로를 인정받아 대통령 표창까지 수상했다.

태권도계에서는 오랜 기간 ‘키다리 아저씨’로 불렸다. 내전으로 훈련이 어려웠던 아프가니스탄의 라훌라 닉파이 에게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그 결과 닉파이는 2회 연속 올림픽 동메달을 획득했다. 또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아시아 유망주들을 위해 장학금과 훈련비를 지원해왔으며, 과거에 비해 주목받지 못하던 품새 종목에도 일찌감치 후원자로 나서 기반을 다지는 데 기여했다.
김 회장은 “회장은 더 이상 명령하는 자리가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이번 회장 당선을 계기로 그는 '1인 체제' 종식을 공언했다. 당선 이후에도 곧바로 회장단 회의를 열어 ‘협의체 중심 운영 원칙’을 천명했다.
“앞으로는 회장단이 수시로 모여 논의하고 결정한다. 나는 그 제안을 승인하고 실행하는 자리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기존의 회장 집중식 운영에서 벗어나, 다양한 의견이 존중되는 수평적 시스템으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이다.
또 하나의 주요 과제는 재단법인화다. 현재 ATU는 사단법인도, 재단법인도 아닌 임의단체에 가까운 구조다. 이로 인해 외부 기부나 후원을 받는 데 제약이 크다.
김 회장은 이를 문제로 지적하며 “조직을 재단법인으로 전환해 외부 기부가 가능한 구조로 바꾸겠다. 국제기구 다운 단체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주요 은행과의 후원 협의가 진행 중이며, 각국 집행위원들의 모국 내 기업과 연계한 협찬 구조도 설계 중이다.
경기 운영 체계 개선과 심판 양성도 주요 개혁 과제다. 그는 “심판 교육을 체계화하고, 각국이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도록 지역 분산형 G1·G2 랭킹대회를 확대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ATU만의 그랑프리 대회 도입, 디지털 랭킹제 운영, e스포츠 연계 같은 새로운 실험도 병행할 것”이라며 ATU의 전반적인 운영 방식의 디지털 전환을 예고했다.
WT(세계태권도연맹)와의 관계도 강조했다. 김 회장은 “WT와 호흡이 매우 중요하다. 이전에는 이게 많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앞으로 조정원 총재와 우선 자주 만나고, 전략적으로 조율할 생각이다. 아시아와 세계 태권도는 별개로 갈 수 없다”며 WT와의 연대를 최우선 과제로 설정했다.

리더십의 방향도 명확하다. “회장은 더 이상 책상에만 앉아 있는 자리가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앞으로는 각국 회원국의 행사에 직접 찾아가고, 어려움을 듣고 해결책을 함께 찾는 회장이 되겠다”며 ‘찾아가는 회장’, ‘현장 중심형 리더십’을 실천하겠다고 약속했다.
선거 당시 경쟁 관계였던 양진방 후보에 대해서는 “선거는 선거일 뿐이다. 시작과 과정에서 서운한게 있던 건 사사실이다. 그러나 선거가 끝났다면 이제는 협치와 상생이 필요하다. 양 회장께서 WT 부총재직에 도전하신다면 나는 적극 도울 것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선거 직후 두 사람은 만나 향후 아시아 태권도를 위해 협력하겠다고 의견을 모았다.
그는 마지막으로 “회장은 군림하는 자리가 아니다. 지금 태권도는 갈등보다 연대, 대결보다 포용이 절실한 시기이다. 나는 그런 리더가 되겠다”고 밝혔다.
[무카스미디어 = 한혜진 기자 ㅣ haeny@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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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혜진 |
태권도 경기인 출신의 태권도·무예 전문기자. 이집트 KOICA 국제협력요원으로 태권도 보급에 앞장 섰으며, 20여 년간 65개국 300개 도시 이상을 누비며 현장 중심의 심층 취재를 이어왔다. 다큐멘터리 기획·제작, 대회 중계방송 캐스터, 팟캐스트 진행 등 태권도 콘텐츠를 다각화해 온 전문가로, 현재 무카스미디어 운영과 콘텐츠 제작 및 홍보 마케팅을 하는 (주)무카스플레이온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국기원 선출직 이사(언론분야)와 대학 겸임교수로도 활동하며 태권도 산업과 문화 발전에 힘쓰고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