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표차 승부 끝에 김상진 ATU 회장 당선… ‘저인망 선거전’ 통했다

  

말레이시아 쿠칭 ATU 총회, 양진방 후보와 맞대결서 4표차 승리… 한국인 4명 입성

 

지난 24일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아시아태권도연맹(ATU) 총회에서 당선된 회장, 부회장, 집행위원 

 한국 태권도를 대표하는 인사 간 맞대결로 주목받은 아시아태권도연맹(ATU) 새 회장 선거에서 김상진 후보가 박빙의 접전 끝에 최종 승리했다.

 

지난 24일(현지시각) 말레이시아 쿠칭 쉐라톤호텔에서 열린 ATU 총회에서 김상진 후보가 총 유권자 63명 중 62명이 실제 투표에 참여한 가운데 33표를 얻어 29표를 얻은 양진방 후보를 4표 차로 눌렀다.

 

이번 총회에서는 오는 2029년까지 4년 임기의 회장 1명을 비롯해 부회장 2명, 집행위원 8명, 감사 1명을 선거를 통해 차기 집행부를 새롭게 구성했다.

 

이번 회장 선거는 오랜 시간 ATU를 이끌었던 이규석 회장이 규정상 80세 이상 정년으로 출마 제한으로 처음으로 치러지는 ‘세대교체’ 성격의 선거였다.

 

선거전은 이미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한국을 대표하는 두 지도자의 대결은 초반부터 팽팽한 긴장감을 형성했다. 선거 직전까지 양측은 각각 우세를 장담했지만, 표심은 끝까지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 알 수 없었다.

 

정견 발표조차 생략된 채 곧바로 투표로 이어진 선거는 사실상 깜깜이 승부였다. 유력 유권자들조차 기표소에 들어가기 직전까지 고심했을 정도로 긴장감이 최고조였다. 현장엔 숨막히는 분위기가 감돌았다.

 

결국 김상진 후보는 저인망식 선거 전략으로 표를 하나하나 모으며 막판 승부를 뒤집었다. 수개월간 참모진이 각국 대표와 교류를 이어간 결과, 초접전 구도에서 마지막 승기를 잡았다. 반면 양진방 후보는 막판에 비교적 여유로운 태도로 선거에 임했지만, 뚜껑을 열자 결과는 달랐다.

 

낙선한 양진방 후보는 “너무 자만했던 것 같다. 굳게 믿었던 표들까지도 상대에게 넘어갔다”며 “김상진 후보가 끝까지 정말 열심히 싸운 결과다. 선거 직후 저녁 함께 회포를 풀며 앞으로 서로 협력하자고 약속했다. 진심으로 도울 생각”이라고 밝혔다.

 

김상진 신임 회장은 부산 태권도계 출신으로 태권도장도 운영한 태권도인 출신이다. 경영가로 변신해서는 25년 이상 금속 표면처리 기술기업을 이끌어온 중견기업의 CEO다.

 

태권도계에서는 '키다리 아저씨'라는 별명으로 통한다. 아시아 저개발국 선수들을 수년간 조용히 후원해왔고, 품새가 비인기 종목일 때도 직접 단장을 맡아 선수단 사기를 높였던 일화는 유명하다.

 

김상진 회장 당선자는 “이제는 아시아 태권도를 하나로 묶는 통합과 도약의 시기다. 함께 가는 것이 곧 미래를 여는 길이다”라며 “그동안 현장에서 묵묵히 쌓아온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회원국에 공언했던 공약을 반드시 약속으로 실천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가 향후 4년 아시아드림 프로젝트와 청소년 리그 창설, 태권도 연구기관 설립, 디지털 행정 시스템 구축, 후원 네트워크 확장 등을 통해 ATU의 전반적 체질 개선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특히 “포용성과 공정성”을 강조하며 여성, 생활체육, 장애인 태권도 등 다양한 분야와의 연계를 약속했다.

 

한편, 이날 함께 치러진 부회장 선거에서는 김중헌 현 ATU 사무총장이 45표로 1위를 차지해 부회장으로 선출됐으며, 사우디아라비아의 샤다드 탈리 알 알므리가 32표로 당선됐다. 또한, 집행위원 선거에서 여성 중 최고 득표자인 낸시 아드난 하산 엘힌디(41표)는 선거 규정에 따라 자동으로 부회장직을 겸하게 됐다.

집행위원 선거에서는 이경배(한국중고연맹 회장, 27표), 김병희(WT 국제심판, 31표)가 당선됐다. 이로써 한국 인사가 회장과 부회장, 집행위원 등에 총 4명이 진입했다.

 

이번 ATU 선거 결과는 단순한 인사 교체를 넘어, 아시아 태권도 리더십의 세대교체와 새로운 방향성을 예고하는 계기가 되었다. 김상진 회장이 내건 ‘공감과 실행의 리더십’이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현실화될지, 태권도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무카스미디어 = 한혜진 기자 ㅣ haeny@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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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혜진
태권도 경기인 출신의 태권도·무예 전문기자. 이집트 KOICA 국제협력요원으로 태권도 보급에 앞장 섰으며, 20여 년간 65개국 300개 도시 이상을 누비며 현장 중심의 심층 취재를 이어왔다. 다큐멘터리 기획·제작, 대회 중계방송 캐스터, 팟캐스트 진행 등 태권도 콘텐츠를 다각화해 온 전문가로, 현재 무카스미디어 운영과 콘텐츠 제작 및 홍보 마케팅을 하는 (주)무카스플레이온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국기원 선출직 이사(언론분야)와 대학 겸임교수로도 활동하며 태권도 산업과 문화 발전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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