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의 기적’ 만든 킥복싱 선수들 외면한 '대한킥복싱협회'... 결국 체육회서 제명

  

대한체육회 4차 이사회서 제명 의결. 13년 만의 퇴출… 잇단 행정 마비, 결국 선수 피해로 이어져

제4차 대한체육회 이사회에서 대한킥복싱 협회를 제명하는 것으로 의결했다.

대한킥복싱협회(WAKO KOREA)가 끝내 대한체육회에서 ‘제명’됐다. 2012년 경기단체로 승격된 지 13년 만, 결국 체육계의 품을 떠나게 됐다.

 

대한체육회(회장 유승민)는 21일 제4차 이사회를 열고 “대한킥복싱협회가 정관 및 제 규정상 의무를 장기간 다하지 못했고, 조직 내 집행부 및 사무처 부재, 반복된 법적 분쟁으로 더 이상 정상 운영이 어렵다”는 이유로 강등 또는 제명을 놓고 심의한 끝에 '제명'을 최종 의결했다.

 

사실상 이번 결정은 예고된 수순이었다. 앞서 4월 22일 열린 제2차 이사회에서 이미 ‘준회원 종목단체 강등’이 의결된 바 있었고, 체육회 내부에서도 제명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상태였다.

 

킥복싱협회는 2009년 인정단체로 승인된 뒤 2012년 경기단체로 승격되며 정식 체육단체의 위상을 갖췄지만, 이후 수년간 이어진 내홍과 행정 마비 속에 신뢰를 잃어갔다. 결국, 선수 보호와 체육행정의 정상화를 위해 대한체육회가 직접 칼을 빼든 것이다.

 

이번 제명은 단순한 행정 조치가 아닌, 선수 피해로 직결된 현실을 보여준 사례라는 점에서 더 큰 문제의식을 던진다.

 

지난 4월, 태국 방콕에서 열린 세계킥복싱연맹(WAKO) 주최 ‘제1회 태국 킥복싱 월드컵’에서 대한민국 선수단은 금메달 4개, 은메달 2개, 동메달 5개를 획득하는 놀라운 성과를 냈다. 하지만 이 성과는 체육회나 협회의 파견 없이, 단 7명의 선수들이 자비로 만든 ‘자력 원정’의 결과였다.

 

사실상 협회가 파견을 거부하며 국가 대표의 이름조차 쓰지 못한 선수들은, 직접 세계연맹에 질의해 ‘개인 또는 클럽 자격 출전이 가능하다’는 회신을 받고 출전을 강행했다. 항공권 예매부터 숙소 예약, 경기복 준비까지, 전 과정이 ‘셀프’였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방콕의 기적’이라 불릴 만한 값진 메달 퍼레이드. 이들은 경기장에선 선수이자 코치였고, 경기장 밖에서는 서로의 후원자이자 가족이었다.

우리나라 킥복싱 선수단이 지난 4월 협회로부터 국제대회 파견이 무산되자 자체적으로 팀 코리아를 구성해 킥복싱 월드컵에 출전해 메달 11개를 수확해 화제이다.

하지만, 정작 그들을 뒷받침해야 할 협회는 기능을 멈춘 채 무기력했다. 회장 선거는 연기됐고, 직무대행 체제는 아무런 결정도 하지 못했다. 선수들은 “시합에 나가지 말라”는 통보만을 받았고, 외면당했다.  

 

결국, 대한체육회는 이러한 상황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판단 아래 제명을 결정한 것이다. 다만, 대한체육회는 선수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여 최대한 지원할 방침이다고 덧붙였다.

 

이날 이사회에서는 체육계의 정치 중립성 강화를 위한 정관 개정도 함께 의결됐다. 체육회 및 산하 단체 임원이 선출직 공직선거에 (예비)후보로 등록할 경우, 임원직을 자동 사임한 것으로 간주하는 조항이 신설됐다. 정치 활동과 체육계 역할을 명확히 구분하기 위한 조치다.

 

해당 규정은 향후 종목별 경기단체와 지방체육회를 포함한 체육계 전반으로 확대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정치인의 체육단체 겸직 금지는 있었지만, 체육단체장이 반대로 정치에 참여하며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는 상황이 반복돼왔던 것이 현실이다.

 

이와 함께 ▲선수위원회 위원의 타 위원회 겸임 허용, ▲미성년자 및 성폭력 등 중대한 비위에 대한 징계 강화 등 ‘스포츠공정위원회 규정’ 개정도 함께 이뤄졌다. 체육계의 공정성과 사회적 책임을 높이려는 흐름의 연장선이다.

 

대한체육회는 이번 결정을 통해, 단체의 생존보다 선수 보호와 체육행정의 신뢰 회복을 우선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무카스미디어 = 한혜진 기자 ㅣ haeny@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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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혜진
태권도 경기인 출신의 태권도·무예 전문기자. 이집트 KOICA 국제협력요원으로 태권도 보급에 앞장 섰으며, 20여 년간 65개국 300개 도시 이상을 누비며 현장 중심의 심층 취재를 이어왔다. 다큐멘터리 기획·제작, 대회 중계방송 캐스터, 팟캐스트 진행 등 태권도 콘텐츠를 다각화해 온 전문가로, 현재 무카스미디어 운영과 콘텐츠 제작 및 홍보 마케팅을 하는 (주)무카스플레이온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국기원 선출직 이사(언론분야)와 대학 겸임교수로도 활동하며 태권도 산업과 문화 발전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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