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도전, 빛나는 결실… 방콕 킥복싱 월드컵에서 보여준 진짜 국가대표!
발행일자 : 2025-04-17 16:50:55
수정일자 : 2025-04-17 17:03:47
[한혜진 / press@mookas.com]


지원 없는 외인구단의 기적… 7명으로 11개 메달 획득한 태극 파이터들

마치 한 편의 영화 같았다. 일곱 명의 킥복싱 선수가 똘똘 뭉쳐 외부의 도움 없이 자력으로 국제대회에 출전했고, 금메달을 포함해 총 11개의 메달을 수확하며 금의환향했다. 뒤늦게 이 감동적인 사실이 알려지자 이들을 향한 격려와 찬사가 이어지고 있다.
2025년 4월 7일부터 12일까지 태국 방콕에서 열린 세계킥복싱연맹(WAKO) 주관 제1회 태국 킥복싱 월드컵에서 대한민국 선수단이 금메달 4개, 은메달 2개, 동메달 5개, 총 11개의 메달을 획득하며 세계 무대를 빛냈다.
이번 성과는 단순한 메달 그 이상이다. 단 7명의 선수들이 소속팀의 이름을 걸고, 협회나 국가의 공식 파견 없이 자력으로 준비한 대회에서 이룬 값진 결과다. '방콕의 기적'이라 불릴 만한 이 성과는 선수들이 하나의 '원팀 코리아'로 뭉쳐 이룬 땀의 결실이다.
대회 참가 전부터 이들의 도전은 쉽지 않았다. 전 대한킥복싱협회 김종민 회장의 사임 이후 회장 선거가 미뤄지고, 협회는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며 대회 파견이 최종 거부됐다. 어떤 영문인지 모르겠지만, 오랜 시간 땀 흘려온 선수들에게 “시합조차 뛸 수 없다”는 현실은 참담함 그 자체였다. 그러나 포기할 수 없었다.
선수들은 직접 대회 출전을 위해 세계킥복싱연맹(WAKO)에 질의했고, 곧 WAKO로부터 "월드컵 및 오픈 대회의 경우 국가대표가 아닌 클럽이나 개인도 정식으로 참가 가능하며, 이는 선수 육성과 국제경험 확대를 위한 중요한 전략이다"라는 클럽 및 개인 자격으로 출전할 수 있다는 공식 회신을 받고 자력 출전을 결심하게 됐다.
곧 스스로 출전 등록과 항공편, 숙소, 경기복, 훈련 및 경기 준비를 진행했다. 출전해서는 타국의 낯선 무대, 낯선 룰, 낯선 분위기 속에서도 강한 의지력으로 흔들리지 않았다. 서로가 서로의 코치가 되었고, 서로의 가족이 되었다.
이번 대회에는 ▲와코최 ▲버팔로 ▲영무 등 3개 팀에서 7명이 출전했다. 와코최팀에서는 최내원, 황재훈, 염만용, 박진수, 영무팀에서는 최재혁, 유현재, 버팔로팀에서는 김준성이 참여했다. 서로 다른 팀 소속이었지만, 현장에선 '원팀 코리아'로 단결했다.
지도자 공백 속에서 영무팀 소속의 최재혁은 선수로 출전을 포기하고 감독 역할을 자청했다. 선수들은 서로의 코치, 트레이너, 가족이 되어 매트 위에 올랐고, 결과는 메달 11개라는 기적 같은 현실로 돌아왔다.
주요 입상 성적으로는 남자 청소년부 박진수가 -69kg급 라이트컨택과 킥라이트를 모두 휩쓸며 대회 2관왕을 차지했고, 남자 베테랑부에서는 최내원이 -74kg급 포인트파이팅 금메달과 라이트컨택 동메달을 따냈다. 김준성은 -84kg급 포인트파이팅 은메달과 킥라이트 동메달을, 황재훈은 +94kg급 포인트파이팅 금메달과 라이트컨택 동메달을 각각 획득했다. 시니어부에서도 최재혁(-71kg 풀컨택), 유현재(-81kg 로우킥), 염만용(+94kg 포인트파이팅)이 값진 메달을 보탰다.
이 대회는 개인의 도전이 아닌, 한국 킥복싱이 가진 저력과 가능성을 증명하는 무대였다. 지원 하나 없이도, 태극기를 가슴에 품고 뛴 선수들은 ‘진짜 국가대표’ 그 자체였다.
“이 시합은 우리에게 메달을 넘어, 심장이 뛰는 이유를 확인한 시간이었다.” “국가대표라는 이름이 없어도, 우리는 태극기를 대표한다는 마음으로 싸웠다.”
어느 하나 쉬운 일이 없던 여정이었지만, 이들이 보여준 열정과 성과는 대한민국 킥복싱의 미래가 결코 어둡지 않음을 증명했다. 그리고 이들은 메달보다 더 값진 ‘자존심’을 가지고 돌아왔다.
[대회 수상 내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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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주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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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수: -69kg 라이트컨택, 킥라이트 금메달 2관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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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시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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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 -71kg 풀컨택 동메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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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재: -81kg 로우킥 동메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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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만용: +94kg 포인트파이팅 은메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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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베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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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내원: -74kg 포인트파이팅 금메달, 라이트컨택 동메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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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성: -84kg 포인트파이팅 은메달, 킥라이트 동메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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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훈: +94kg 포인트파이팅 금메달, 라이트컨택 동메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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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카스미디어 = 한혜진 기자 ㅣ haeny@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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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혜진 |
태권도 경기인 출신의 태권도·무예 전문기자. 이집트 KOICA 국제협력요원으로 태권도 보급에 앞장 섰으며, 20여 년간 65개국 300개 도시 이상을 누비며 현장 중심의 심층 취재를 이어왔다. 다큐멘터리 기획·제작, 대회 중계방송 캐스터, 팟캐스트 진행 등 태권도 콘텐츠를 다각화해 온 전문가로, 현재 무카스미디어 운영과 콘텐츠 제작 및 홍보 마케팅을 하는 (주)무카스플레이온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국기원 선출직 이사(언론분야)와 대학 겸임교수로도 활동하며 태권도 산업과 문화 발전에 힘쓰고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