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로 뛰며 태국의 혼을 담다! 한국 최초 '무에타이 역사 책' 출간 의미는?
발행일자 : 2020-09-17 00:10:11
수정일자 : 2020-09-21 17:23:30
[권석무 기자 / sukmooi@naver.com]
무에타이의 역사는 태국의 역사, 문화, 종교, 사회, 정치를 모두 담고 있었다.
태국과 한국을 연달아서 왕래하기 시작한 것은 2017년 여름부터였다. 태국의 시리낏 여왕의 탄신일을 기념하기 위해 개최되는 퀸스컵(Queen's Cup) 무에타이 대회 일정에 맞추어 원송차이 코리아 프로모션의 이대연 대표를 필두로 하여 현지 원정팀이 꾸려졌었다.
당연하게도 필자는 당시 일정에서 경기에 출전했던 이진수 선수(MX 무에이 익스트림 출전)와 신동현 선수(퀸스컵 출전)들의 해당 행사와 경기에 대한 취재를 위해 팀에 합류했다. 아직도 그 당시 일정은 필자와 당시 동행자들의 기억에서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아있다.
그로부터 4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첫 태국 취재 이후로 필자의 여권에는 태국 입국 도장이 겹겹이 찍혀갔다.
사실 필자의 첫 번째 출간 작품이었던 『그들은 왜 싸우는가?!』(2015)를 세상에 내놓았을 때에도 이상하게 무에타이를 다룬 책을 내놓겠다는 생각을 가졌다. 이제와서 괜히 지어낸 말이 아니라. 진짜로 이상하게도 그랬다.
당시 기준으로 필자가 5~6년을 수련했던 극진공수도나 브라질리언 주짓수가 아니라, 다음 책은 무에타이 책으로 정했었다. 틈틈이 수련했던 킥복싱도 아니라, 전혀 제대로 수련해본적이 없었던 무에타이를 다음 먹잇감(?)으로 정했다.
그 의중에는 당시 국내에서는 무에타이 관련 도서가 전무했고, 무에타이에 대한 격투기 팬들의 인식과 대중성은 나름 높았던, 나름의 장사속이 있었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리고 킥복싱과 그 모양새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던 터라 충분히 그 역사도 배워나가는데 크게 문제가 없을 것이라 자만했던 것도 이제와서 고백할 수 있다.
그렇게 해외 사이트에서 어찌어찌 구한 무료배포(Copy-Left) 형식으로 출간된 무에타이 영어 교본을 가지고 씨름했다. 지금와서 이야기하는 것이지만, 그 교본은 비록 무료배포였지만, 태국에서 돈주고 구매하는 왠만한 교본들보다도 자세하고, 본격적인 것이었다.
당시의 필자에게는 너무나 어려웠다. 태국을 직접 가보지 않고서는, 그 역사와 투쟁의 현장을 가보지 않고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내용들이었다. 2주에 걸쳐서 10페이지 정도를 겨우 넘겼을 때, 조용히 책을 덮었다.
그렇게 3년이 지나서 당시 원송차이 코리아 프로모션의 이대연 대표와 만나게 되었다. 그 순간부터 무에타이 교본을 출간하겠다는 그 다짐이 현실화되기 시작했다.
일개 여행객 또는 무에타이 수련자로 태국을 방문했다면 도저히 만날 수 없거나, 혹여 만나더라도 심도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없을 법한 전문가들과 시간을 가졌다. 그들에게 다양한 태국 현지 무에타이 자료들을 받았다.
어느 순간부터 태국에 방문하면 가장 많이 가는 곳은 관광명소나 무에타이 경기장이 아니라, 방콕국립박물관과 출라롱콘 대학교가 되었고, 귀국길에 오른 두 손에는 기념품이나 특산물 대신에 허리가 휘어질 정도로 무거운 책 꾸러미가 들려있었다.
이후로는 순전히 필자 스스로의 노력과 시간을 투자하기 나름이었다. 그렇게 4년 가까운 지나서 2020년의 절반이 훌쩍 넘어갔다.
그렇게 『태국의 혼, 무에타이』(2020)라는 책이 이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사실 이 정도 시기에 이 책이 출간될 것이라는 것은 책을 한참 써내려갈 때부터 예상했었다. 아니, 조금 더 빠를 것으로 생각했다. 조금 늦어진 이유는 역시 코로나19였다.
원고 개념을 잡았을 때부터 사전에 어느 정도 조율을 해놓았던 출판사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로 사정이 어려워서 출간이 어렵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개인적인 욕심으로 일반 출판사와 계약을 맺고, 1쇄, 2쇄, 3쇄를 거듭하여 정식 출간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정국에 침체를 맞은 출판 시장에서, 그것도 더욱 침체에 빠져있는 체육/무예 계통을 다루는 책은 선듯 출간하기에 출판사에게 너무나 부담스러웠던 것 같다. 결국 교보문고의 퍼플 POD 출간을 선택했다.
[ * POD(Print on Demand; 맞춤형 소량 출판) : 도서를 대량 인쇄하여 재고를 쌓지 않고,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해당 도서를 맞춤 제작하여 출고하는 형식이다.]
이 책을 쓰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무에타이 그 자체보다는 태국이라는 나라, 그 나라라는 그릇 속에 담긴 민족, 문화, 종교, 역사, 정치, 사회를 이해하는 것이었다. 공부하려고 해도 워낙에 마이너한 분야이다보니, 국내 자료에서는 한계가 있었다.
필자의 모교 교수님으로도 재직하셨던 도올 김용옥 선생의 견문록 2권 정도가 의미있는 정보와 시각을 제시해줬다. 나머지 디테일과 풍부한 학술적 근거자료는 대부분 해외 원서에서 찾았다. 참고자료 용도로 구매한 책 값만 따져도 이 책의 목표 판매량은 꽤나 높아진다.
하지만 포기하고 싶은 마음과 도저히 앞으로 나갈 수 없는 생각이 머리속에 가득한 순간에 항상 여러 선배님들, 선생님들이 도움의 손길을 건네주셨다. 그것이 물질적인 것이든, 정신적인 것이든, 또는 지식의 형태든, 그 모든 도움의 실가락이 하나로 묶여져서 필자가 목표에 도달할 수 있도록 끌어준 밧줄이 되었다.
특히, 원송차이 코리아 프로모션의 이대연 대표와 전)대한무에타이연맹의 이원길 회장님께는 말로는 형언할 수 없는 감사의 인사를 거듭 올리고 싶다. 더불어서 이 책은 한국에서 정식 출간된 무에타이의 역사를 주제로 하는 최초이자 유일한 도서다. 엄밀히 따지자면, 태국을 제외하고 세계 최초로 무에타이의 역사만을 주제로 다룬 최초의 책이다.
책의 서문에도 이런 말을 남겼다. "무예사(武藝史)가 꽃 피우는 대한민국을 꿈꾸며...."
한국의 무예 관련 학술 성과는 이웃국가인 중국와 일본에 비해서 민간, 정부 구분 없이 소극적인 것이 사실이다. 무예의 역사를 다루는 무예사 분야 또한 원래 마이너하다고 평가받는 역사 분야 중에서도 마이너한 마이너 중의 마이너다.
물론, 밤낮으로 연구에 매진하시고, 눈부신 지식의 금자탑을 쌓으신 선배 연구자, 선생님들이 계신다. 그 분들이 쌓아오신 연구 성과와 그 발자취는 감히 필자가 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리라 생각한다. 그저 그럼에도 불구하고, 척박하기 그지 없는 우리나라에 이 책이 한줌의 비료 정도라도 되었으면 하는 소망을 품어본다.
[책 소개]
이 책은 한국의 태권도,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는 태국의 무에타이를 주제로 태국의 문화와 역사, 종교 전반을 통시적으로 살펴보는 내용을 한국 독자들에게 전달한다.
무예/격투기(무에타이) 관점에서 살펴보는 통시적 태국 역사 개론서다.
[목차]
머리말
제1장. 무에타이의 개념
[1] 무에타이란 무엇인가?
[2] 무에타이의 이론적 배경
제2장. 무에타이의 역사
[1] 선사시대
[2] 드바라바티 시대
[3] 롭부리 시대
[4] 하리푼차이 시대
[5] 스리비자야 시대
[6] 난차오 시대
[7] 욕녹-치앙샌/응건냥 시대
[8] 란나 시대
[9] 수코타이 시대
[10] 아유타야 시대
[11] 톤부리 시대
[12] 라타나코신 시대
제3장. 다섯 가지 무에타이 스타일
[1] 무에이 맏
[2] 무에이 카오
[3] 무에이 떼
[4] 무에이 피무
[5] 리암 무에이
제4장. 지역별 무에타이 스타일
[1] 무에이 차이야
[2] 무에이 롭부리
[3] 무에이 코랏
[4] 무에이 따 사오
[5] 무에이 팔라수엑사
제5장. 무에타이 경기 연주 악기
[1] 피차와
[2] 클롱 카엑
[3] 칭
제6장. 고대와 현대 의상
[1] 하의
[2] 파 카오 마
[3] 카드 추엑
[4] 몽콘
[5] 프라 지앗
[6] 파얀트
[7] 작은 불상
[8] 타크룻트
[9] 핏사몬
[10] 피로드
[11] 향초
참고문헌
저자 약력
감수자 약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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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석무 기자 | |
무카스미디어 MMA, 주짓수, 무예 분야 전문기자. 브라질리언 주짓수, MMA, 극진공수도, 킥복싱, 레슬링 등 다양한 무예 수련. 사람 몸을 공부하기 위해 물리치료학을 전공. 무예 고문헌 수집 및 번역 복간본 작가로 활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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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에타이를 수련하는 사람은 꼭 읽어야할만큼 흥미로운 책이네요
2020-09-22 17:00:06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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