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택용의 태권도다움] 왜 새로운 품새가 필요한가?
발행일자 : 2025-06-30 09:43:54
[곽택용 교수 = 용인대학교 태권도학과 / ]


품새는 움직임이다… 실전성 회복 위한 제언

품새란 무엇인가?
품새는 혼자 수행하는 수련의 형태로, 의식과 호흡을 통해 기(氣)를 모아 손이나 발에 힘을 실어내는 전술적 움직임이다. 본질적으로는 공방(攻防)의 원리를 내면화하고 표현하는 수련 체계다.
1986년 국기원은 한글학회의 자문을 받아 ‘품세’를 ‘품새’로 개정하였다. 그러나 '품새'는 단순히 외형적 ‘모양새’를 뜻하는 데 비해, ‘품세’는 기세와 에너지까지 아우르는 용어로 더 본질을 잘 담고 있다. 이처럼 용어에서조차 태권도 본연의 깊이를 놓치고 있는 현실이, 품새 재해석의 필요성을 보여준다.
품새의 수련 원리
품새 수련은 생각을 즉각적으로 신체 움직임으로 전환하는 훈련이다. 힘을 사용할 때는 신체의 중심, 즉 체간(core)을 활용해야 하며, 이는 골반과 단전 사이의 유연하고 빠른 회전을 포함한다. 이러한 동작은 사지(四肢)의 가속과 연결되어 효율적인 타격과 방어를 만들어낸다. 이 원리는 ‘키네틱 링크(Kinetic Link)’로 불리며, 채찍처럼 유기적으로 연결된 분절 동작의 임팩트가 중요한 핵심이다.
역사 속 품새와 현재의 한계
1968년 팔괘 품새 이후 1972년 새로운 품새가 제정되며, 현재는 태극부터 일여까지의 품새가 사용되고 있다. 2006년 세계품새선수권대회 이후 경기 품새로도 활용되며 세계적으로 확산되었지만, 품새 본연의 목적과 실전성은 점차 약화되고 있다.
품새는 본래 다음의 세 가지 목적을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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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생(養生) – 체력 증진과 기 흐름의 원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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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신(護身) – 외부 위협에 대한 방어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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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양(修養) – 심신 단련과 내면 수련
하지만 현재의 품새는 이 세 가지를 모두 아우르기에는 부족한 상태다.
타 무술과의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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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주도 - WT 태권도 : 직선형 연결로 빠른 동작 구현에 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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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주도 - ITF 태권도 : 사인웨이브(sine wave) 기법으로 체중 이동을 통한 강력한 타격을 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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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라데(가타) : 낮은 기저면과 빠른 중심 회전을 활용한 실전성 높은 동작
어느 하나가 ‘정답’은 아니다. 위 세 가지 움직임이 모두 포함되어야 한다. 품새는 상황에 따라 달라져야 하며, 다양한 무술의 움직임을 통합하여 보다 효율적이고 생명력 있는 동작을 구현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의 품새는 실전성이 결여된 ‘정지된 동작’이며, 새로운 움직임으로의 진화가 필요하다.
새로운 품새를 위한 제언
1.스텝(step) 도입
스텝은 공격을 회피하거나 타이밍을 조절하고, 거리 확보와 기습을 가능하게 한다. 현대적 품새에는 다양한 스텝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2. 앞굽이 자세의 개선
기존 앞굽이는 정적인 자세를 강조하지만, 실제 실전에서는 몸통 회전력과 연결되어야 한다. 따라서 뒤발이 디디며 회전력과 추진력을 동시에 낼 수 있는 동작으로 바뀌어야 한다. 현재 국기원 교본의 기준은 이러한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제한하고 있다.
3. 몸 쓰기와 회수 동작
주먹지르기 등의 동작은 지르기 자체뿐만 아니라 ‘회수 동작’까지 포함되어야 실전에서의 연결성이 생긴다. 피하기, 붙기, 거리 맞추기 등의 실전 동작 역시 스텝과 몸의 회전을 기반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4.현대적 기술 접목
내려차기, 뒤차기, 돌개차기, 나래차기, 발붙여차기(빠른발), 발붙여내려차기(런너) 등의 겨루기 기술과 함께, 체공기술, 수평축 기술, 수직축 기술, 위력 격파기술 등 격파에 사용되는 파괴력 있는 동작 기술의 접목이 필요하다.
이러한 기술들을 품새 속에 전략적으로 통합함으로써 ‘전술적 품새’, ‘시범 품새’, ‘건강 품새’, ‘실전 품새’ 등으로의 확장이 가능하다.
연결되는 태권도, 살아 있는 품새
태권도의 기술 체계는 하나의 피라미드처럼 연결되어야 한다.
품새 → 격파 → 겨루기로 이어지는 체계 속에서, 품새는 모든 기술의 출발점이다. 그러나 현재의 품새는 이 기술 흐름을 단절시키고 있다.
이제는 실전성과 효율성을 갖춘 ‘살아 있는 품새’를 개발해야 한다. 이를 통해 태권도의 본질을 회복하고, 세계 무대에서도 경쟁력 있는 무술로 다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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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곽택용 교수 = 용인대학교 태권도학과 ㅣ press@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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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택용 교수 = 용인대학교 태권도학과 |
곽택용 교수는 태권도 엘리트 겨루기 선수 출신으로, 월드컵 세계대회와 세계군인선수권대회에서 우승했다. 은퇴 후 국기원 태권도시범단에서 활동하며 다방향 격파 등 새로운 시범 기술을 개발해 주목받았고, 세계태권도한마당대회에서도 우승을 차지했다. 이후 세계태권도품새선수권대회, 세계유니버시아드대회,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대표팀 지도자를 역임했으며, 현재 대한태권도협회 태권도시범단 감독을 맡고 있다. 겨루기, 품새, 시범을 모두 아우르는 정통 태권도인으로 평가받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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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너무나 잘읽었습니다~^^
2025-06-30 13:56:43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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