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택용의 태권도다움] 성인 태권도, 말하지 말고 ‘몸’으로 뛰어라

성인 태권도는 늘 어렵다고 말한다. 아무리 좋은 콘텐츠를 개발해도 수련생은 쉽게 늘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성인을 유소년처럼 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차이는 지도자가 말로 가르치려는 태도에 있다. 성인에게는 말보다 ‘행동’이 먼저다.

지도자는 성인 수련생과 함께 몸으로 움직여야 한다. 겨루기를 함께 하거나 실전에서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직접 시연하고, 함께 훈련해야 한다. “예전에 내가 챔피언이었다”는 말은 성인에게 설득력이 없다. 지금 이 순간, 함께 움직여주는 지도자의 태도에서 신뢰가 생긴다.

요즘 성인들이 주짓수에 매력을 느끼는 이유도 여기 있다. 지도자가 직접 기술을 걸고, 함께 구르고, 땀을 흘리며 수련의 과정을 공유한다. 태권도 지도자도 성인 수련생에게 기술을 보여주고, 느끼게 하고, 따라 하게 하며 성취감을 이끌어내야 한다. 단순히 동작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체계적인 기술 흐름을 몸으로 전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성인에게는 더 구체적이고 논리적인 설명이 필요하다. 단순히 “이렇게 하세요”라고 지시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왜 이런 자세가 필요한지, 어떤 원리로 작용하는지, 실제 어떤 상황에서 유효한지에 대한 설명이 뒷받침돼야 한다. 성인은 자신의 몸 상태를 잘 모르기 때문에 근육과 관절, 균형과 무게 중심에 대한 해석이 함께 제시되어야만 납득하고 실행에 옮긴다.

성인은 시간이 없다. 아침이나 저녁, 제한된 시간 안에 수련이 이뤄져야 하며, 빈도 또한 낮을 수밖에 없다. 이 제한된 시간 안에 운동 효과는 물론 성취감까지 전달하려면 수업은 더욱 밀도 있고 효율적이어야 한다. 지루하거나 비효율적인 수업은 곧 이탈로 이어진다.

또한 성인은 쉽게 다친다. 나이가 들수록 유연성이 줄고 회복 속도도 느려지기 때문에, 무리한 동작이나 잘못된 자세는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성인을 지도할 때는 충분한 스트레칭과 웜업, 그리고 바른 자세에 대한 안내가 수반돼야 한다. 무엇보다 수련생의 몸 상태를 고려한 맞춤형 지도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성인은 생각이 많다. 운동의 동기, 기대효과, 자신의 신체 조건과의 관계까지 모두 따져본다. 지도자는 이러한 성인의 질문과 고민을 받아들이고, 전문성과 소통 능력으로 답해야 한다. 아이들은 재미있어서 운동하지만, 성인은 자신에게 이 운동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알고 싶어 한다. 이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성인 태권도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결국 성인을 위한 태권도는 완전히 다르게 설계돼야 한다. 유소년 수업을 복사해 붙이는 방식은 통하지 않는다. 체험 중심의 수업, 몸을 통한 전달, 정확한 해석, 부상 방지, 시간의 효율, 성인의 동기에 맞는 소통이 핵심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지도자가 성인과 ‘함께’ 수련하는 자세다. 말로 하지 말고, 몸으로 뛰어야 한다. 그것이 성인 태권도를 움직이는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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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곽택용 교수 = 용인대학교 태권도학과 ㅣ press@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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