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살바도르 태권도, 세계선수권 첫 메달… 극적인 금메달로 새 역사
발행일자 : 2025-05-12 00:27:41
수정일자 : 2025-05-13 00:05:02
[한혜진 / press@mookas.com]


1987년 WT 가입 이후 38년 만에 첫 세계선수권 금메달… 6경기 중 단 1회전만 내준 완벽한 우승

엘살바도르가 마침내 세계태권도연맹(WT)이 주최한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것도 극적인 역전 드라마 끝에, 자국 태권도 역사상 첫 세계선수권 메달을 '금빛'으로 장식했다.
11일(현지시각) 아랍에미리트(UAE) 푸자이라에서 열린 '푸자이라 WT 2025 세계태권도카뎃선수권대회' 남자 -49kg급 결승전에서 엘살바도르의 크리스토퍼 안드레 아스토르가 멜가르가 터키의 코르페 유누스 알리를 상대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며 금메달을 차지했다.
승부의 집중력이 금메달과 은메달을 가른 결정적 순간이었다.
1회전부터 두 선수는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아스토르가는 종료 7초를 남기고 머리 내려차기를 성공시키며 9-8 역전에 성공했다. 이후 곧 실점했으나 다시 만회하고 감점까지 유도해 12-12 동점을 만들었고, 기술점수 우세로 1라운드를 따냈다.

2회전에서는 터키 선수의 강한 공격에 밀려 7-20으로 점수차 패를 당했다. 그러나 마지막 3회전에서 극적인 반전이 펼쳐졌다. 0-6까지 끌려가던 아스토르가는 연속 6개의 유효 몸통 공격을 성공시키며 기세를 끌어올렸고, 결국 13-8로 대역전극을 완성하며 금메달을 확정지었다.
이날 아스토르가는 64강에서 프렌치 폴리네시아, 32강 이집트, 16강 코트디부아르, 8강 크로아티아, 4강에서는 개인중립선수(AIN)를 모두 라운드 점수 2-0으로 제압하고 결승에 진출했다. 결승까지 총 6경기 중 2회전을 내준 것은 결승전 단 한 경기뿐이었다. 대회 내내 압도적인 기량으로 상대를 제압하며 완성도 높은 경기 운영을 선보였다.

이 금메달은 엘살바도르 태권도 역사상 최초의 세계선수권대회 메달이자 첫 우승이다.
엘살바도르는 중미에 위치한 인구 약 600만 명의 소국으로, 세계태권도연맹(WT)에는 1987년에 정식 가맹했다. 38년 만에 세계선수권 메달을 획득한 역사적인 순간이다. 현재 등록된 WT 등록 기준, 엘살바도르의 공식 선수는 단 20명, 지도자·임원도 8명에 불과하다.
엘살바도르에 태권도가 보급된 정확한 시점은 명확치 않지만, 1970년대에 파견된 대표적인 한국 사범으로는 정만순 전 국기원장이 있다. 이후 국기원의 해외 파견사범과 정부의 국제협력사업, 세계태권도연맹의 태권도평화봉사단, 태권도진흥재단의 국제 봉사 프로그램 등을 통해 현지 청소년과 체육계에 태권도가 지속적으로 확산돼왔다.
특히 2011년에는 대한태권도협회가 직접 엘살바도르에 봉사단을 파견해 현지 청소년을 대상으로 태권도 교육과 문화 교류를 진행한 바 있으며, 태권도진흥재단은 올해에도 봉사단 파견을 예정하고 있다.
아스토르가의 금메달은 엘살바도르 태권도에 있어 단순한 메달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세계선수권에서 첫 메달을 금으로 장식한 것 자체가 놀라운 성과다. 지금은 선수와 지도자 수가 많지 않지만, 이번 성과는 분명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지금은 작은 숫자의 선수와 지도자만이 활동하고 있지만, 이번 성과가 새로운 전환점이 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대로 꾸준히 성장한다면, 향후 유스 올림픽이나 2032 브리즈번 올림픽 무대에서 또 한 번의 기적을 기대해볼 수 있다.
WT 서정강 사무총장은 "이번 대회를 통해 다양한 국가의 태권도 발전과 경쟁력 확대가 이뤄지고 있는 점을 확인했으며, 앞으로도 각국의 태권도 저변 확대를 위한 지속적인 지원과 협력을 이어갈 계획이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한국 대표팀은 남자 -33kg 이서준(서울신남초), -49kg 박지웅(성서중), 여자 -33kg 최소윤(서울신남초), -55kg 최서연(백양중) 등 네 명이 출전했으나 모두 예선 탈락하며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다.
[무카스미디어 = UAE 푸자이라 - 한혜진 기자 ㅣ haeny@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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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혜진 |
태권도 경기인 출신의 태권도·무예 전문기자. 이집트 KOICA 국제협력요원으로 태권도 보급에 앞장 섰으며, 20여 년간 65개국 300개 도시 이상을 누비며 현장 중심의 심층 취재를 이어왔다. 다큐멘터리 기획·제작, 대회 중계방송 캐스터, 팟캐스트 진행 등 태권도 콘텐츠를 다각화해 온 전문가로, 현재 무카스미디어 운영과 콘텐츠 제작 및 홍보 마케팅을 하는 (주)무카스플레이온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국기원 선출직 이사(언론분야)와 대학 겸임교수로도 활동하며 태권도 산업과 문화 발전에 힘쓰고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