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미, 세계유소년태권도선수권 2연패… 한국 여자부 사상 첫 종합우승
발행일자 : 2025-05-15 00:27:46
수정일자 : 2025-05-15 00:28:03
[한혜진 / press@mookas.com]


여자부 금 3개·동 1개로 사상 첫 종합우승 달성… 남자부는 ‘노골드’ 종합 5위

한국 차세대 태권도 기대주 이근미가 또 한 번 세계 무대에 우뚝 섰다. 2년 전 초당학생으로 사라예보에 이어 중학생이 되어 푸자이라까지, 유소년 세계 정상을 2회 연속 휩쓸며 여자부의 사상 첫 종합우승에 결정타를 날렸다.
이근미(사당중)는 14일(현지시각) 아랍에미리트 푸자이라 자이드 스포츠 콤플렉스에서 세계태권도연맹(WT) 주최로 열린 ‘2025 WT 세계태권도카뎃선수권대회’ 마지막 날 여자 -37kg급 결승에서 침착하면서도 강단 있는 경기력으로 금메달을 따내며 대회 2연패를 완성했다.
준결승에서는 태국의 폰차이탐마쿤 찻파위와 접전을 벌였다. 1회전 막판까지 2-4로 뒤졌지만, 종료 4초 전 몸통 공격으로 동점을 만들었고, 우세 판정으로 라운드를 따냈다. 이어진 2회전에서는 오른발 몸통으로 선취점을 올린 뒤 점수를 끝까지 지켜내며 3-0으로 이기고 결승에 진출했다.
결승에서는 단 한순간도 흐름을 놓치지 않았다. 상대는 장신의 모로코 선수 카디자 아미라니. 이근미는 빠른 스텝과 기습적인 발차기로 상대의 우월한 피지컬 차이를 무력화하며 경기를 지배했다.
1회전 초반부터 몸통 득점을 주고받으며 팽팽한 흐름을 이어가던 이근미는 40초를 남기고 연속 득점으로 4점차를 벌렸고, 추격에 나선 상대의 허점을 머리 공격으로 공략해 점수 차를 18-6까지 벌리며 1라운드를 압도했다.
2회전에서도 오른발 앞발로 선취점을 올리고, 감점을 유도하며 5-2까지 달아났다. 중반 머리 공격을 허용해 5-5 동점을 내줬지만, 이근미는 흔들리지 않았다. 곧바로 연속 득점에 성공하며 최종 스코어 13-7로 마무리했다. 라운드 스코어 2-0, 완벽한 우승이었다.

이근미는 2023년 사라예보 세계대회 여자 -144cm급(32~43kg)에서 신남초 6학년 신분으로 출전해 금메달을 목에 건 바 있다. 당시에는 신장·체중 비율을 반영하는 BMI 체급제에서의 우승이었다면, 이번에는 체중 기준으로 돌아온 체급제에서도 다시 세계 정상에 섰다.
그는 말 그대로 태권도 DNA를 품은 '정통 태권도 가족' 출신이다. 아버지 이태흠 관장은 도장을 운영하고, 어머니 김미진 사범은 경기인 출신 지도자다. 오빠 이영주(사당중)는 아시아 유소년대표로 선발돼 동메달을 딴 바 있다.
이근미는 “두 번째 금메달이라는 결과가 아직도 꿈만 같다. 외국 선수들은 국제대회 경험이 많아 확실히 긴장감이 덜한 듯 보였다. 이번 대회를 통해 나도 더 성장했다. 앞으로 청소년 대표에 선발돼 다시 세계 무대에 서는 게 목표다”라며 각오를 밝혔다.
이번 여자부 종합우승은 세계태권도카뎃선수권이 창설된 이후 7회 만에 한국이 처음 차지한 쾌거다. 2015년 안방 무주 대회에서도 종합 6위에 머물렀던 한국은 지난 사라예보에서 종합 2위를 기록하며 우승의 가능성을 보였고, 이번 푸자이라에서 마침내 정상에 올랐다.
세계유소년선수권은 2014년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한국은 성인부와 달리 국제 경험 부족과 피지컬 열세로 번번이 고전해 왔다. 특히 바쿠와 2019년 이집트 샤름 엘 셰이크 대회에서는 여자부 메달 없이 대회를 마친 바 있다.
이번 여자부 종합우승은 기술력은 물론, 정신력과 세대교체 측면에서 상징적인 성과다. 이근미를 비롯한 오윤주, 양서영의 금메달이 결정적이었다.
한국대표팀을 이끈 이경배 한국중고태권도연맹 회장은 “낯선 타지에서 도전한 우리 꿈나무들과 헌신한 지도자들 모두 자랑스럽다. 유소년은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한 시기다. 기대 했던 입상이 아니라도 좌절해서는 안 되고, 좋은 성적을 낸 선수는 자만해서는 안 된다. 이번 경험이 앞으로 우리나라 미래를 이끌어갈 성장의 자양분이 되기를 바란다”고 총평했다.
반면 남자부는 이번 대회 10체급 전체에 출전했지만 금메달 없이 은 1, 동 4개를 수확하며 종합 5위에 그쳤다. 금메달 2개와 은메달 1개를 딴 전통의 강호 이란이 종합우승을 차지했고, 체계적인 유소년 훈련 시스템을 갖추로 꿈나무를 육성하는 카자흐스탄(금 2, 은 1)과 우즈베키스탄(금 2), 태국(금 1, 동 2)이 그 뒤를 이었다.

여자부는 금메달 3개, 동메달 1개로 한국이 종합우승을 확정했고, 대만(금 1, 은 1, 동 1)이 준우승, 모로코(금1, 은1, 동1)와 터키(금1, 동2), 이란(은2, 동1)이 차례로 뒤를 이었다.
이라크는 감투상을, 개최국 UAE는 장려상을 수상했다. 대회 첫날 과감한 스텝과 발차기로 장신 선수들을 연파하며 우승한 오윤주(안양 명학스포츠클럽)는 여자부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고, 여자부 종합우승을 이끈 김응현 코치(성서중)는 베스트 코치로 선정됐다.
WT 조정원 총재는 “7회를 맞은 유소년 대회가 이제는 세계대회로서 충분한 권위를 갖췄다. 참가 선수들이 청소년, 성인 대표로 성장하는 시작점이다”라며 “이번 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푸자이라와 아깜 없이 성대한 대회를 치를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은 샤르키 왕세자에게 깊은 감사를 전한다”고 말했다.
차기 세계태권도카뎃선수권은 오는 2027년 지난 9일 열린 WT 집행위원회 결정에 따라 그리스에서 열린다.
[무카스미디어 = UAE 푸자이라 - 한혜진 기자 ㅣ haeny@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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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혜진 |
태권도 경기인 출신의 태권도·무예 전문기자. 이집트 KOICA 국제협력요원으로 태권도 보급에 앞장 섰으며, 20여 년간 65개국 300개 도시 이상을 누비며 현장 중심의 심층 취재를 이어왔다. 다큐멘터리 기획·제작, 대회 중계방송 캐스터, 팟캐스트 진행 등 태권도 콘텐츠를 다각화해 온 전문가로, 현재 무카스미디어 운영과 콘텐츠 제작 및 홍보 마케팅을 하는 (주)무카스플레이온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국기원 선출직 이사(언론분야)와 대학 겸임교수로도 활동하며 태권도 산업과 문화 발전에 힘쓰고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