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구역을 벗어나 맞이한 내일... '호프앤드림' 감동의 마무리!
발행일자 : 2025-05-04 02:28:37
수정일자 : 2025-05-04 16:29:46
[한혜진 / press@mookas.com]


2025 호프앤드림스, WT·THF 중심 난민 스포츠 모델 정착… 국제 스포츠계 참여 확대

단절된 울타리 밖 세상, 낯설고 설렜던 그곳에서 아이들은 내일을 꿈꿨다.
지난 달 30일부터 나흘간 요르단 내 시리아 난민 보호구역인 아즈락과 자타리 난민캠프 그리고 요르단 수도 암만 시내 스포츠시티에서 열린 ‘2025 호프 앤 드림스 스포츠 페스티벌(Hope and Dreams Sports Festival)’이 3일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세계태권도연맹(총재 조정원, WT)과 태권도박애재단(THF)이 국제 스포츠 단체들과 함께 만든 이 행사는 난민 아이들에게 ‘처음으로 세상과 만나는 경험’을 선물했다. 이미 한 차례 이상 세상을 만난 경험을 가진 아이들은 이날만 손꼽아 기다리는 소중한 날이 되었다.
이번 대회는 태권도를 포함해 농구(3x3), 베이스볼5, 배드민턴, 핸드볼 등 5개 종목과 역도 시범 등 총 6개 종목으로 확대되어 진행됐다. 무엇보다도 난민캠프 안에서만 지내던 아이들이 캠프 밖으로 나와 암만 시내 경기장에 섰다는 점에서 특별했다.
WT와 THF의 노력으로 이 행사는 단일 스포츠가 아닌 다종목 국제 스포츠 축제로 발전하며, 국제 스포츠계에 인도주의 모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내년에는 THF 창립 10주년을 맞아 10개 종목으로 확대를 목표로 준비 중이다.
암만에서 열린 호프앤드림스 종목별 대회는 유엔난민기구(UNHCR)와 요르단 정부의 특별 허가를 받아, 난민캠프 내 선수단이 캠프를 벗어나 암만 시내에서 경기에 참가할 수 있도록 하여 더욱 뜻 깊은 자리가 되었다.

대회 첫날인 5월 2일에는 태권도와 배드민턴 경기가 펼쳐졌다.
태권도는 행사 분위기를 단번에 끌어 올렸다. 자타리와 아즈락캠프 태권도 아카데미에서 훈련해 온 400여 명의 수련생이 출전해 어린이부와 유소년부, 청소년부, 성인부로 나뉘어 뜨거운 겨루기를 펼쳤다.
누구는 이기고, 누구는 졌다. 경기 후 코치 품에 안겨 울음을 터뜨린 아이도 있었다. 하지만 그 눈물은 아픔이 아니라 아쉬움이었다. “다음엔 꼭 이기고 싶어요. 다시 도전할래요.”라고 말하며 아이는 다시 띠를 고쳐 맸다. 그 한 걸음이 아이를 성장시켰다. 아이들은 단순한 경쟁을 넘어 서로를 격려하며 우정과 연대를 확인했다.
배드민턴은 작년보다 확연하게 참가인원이 늘어났을 뿐만 아니라 실력 또한 일취월장 했다.
개회식에는 요르단태권도연맹 라시드 빈 하산 회장(요르단 왕자)이 참석해 난민 아동 선수들을 격려했고, 아즈락캠프 수련생 150여 명은 단체 태권도 시범을 선보이며 대회의 시작을 장식했다.
이어 3일에는 베이스볼5, 농구(3x3), 핸드볼 등의 경기가 차례로 열렸다.
농구는 현재 난민캠프 내에는 정식 프로그램이 없는 상황이나, 지난해 국제농구연맹(FIBA)이 장비를 지원한 뒤 자발적으로 캠프를 방문해 교육이 진행 중이다. 현지에서는 특히 여자 아이들의 농구 참여율이 높다.
핸드볼은 독일올림픽위원회(DOSB)와 요르단핸드볼연맹(JHF)이 공동 운영하는 특별 프로그램을 통해 참여하게 됐다. 이 프로그램은 난민 아동의 사회 통합을 목적으로 시작되었으며, 현재 4년째를 맞아 시리아 난민 아동들을 대상으로 코치 육성과 여성 참여 확대, 아동 재능 개발 등의 내용으로 진행되고 있다.
역도는 세계역도연맹(IWF)와의 협력으로 캠프에 기증된 장비를 활용한 시범 경기 형태로 진행됐다.

특히 박진감 넘치는 경기로 눈길을 사로잡은 베이스볼5는 총 6개 팀이 출전했는데, 아즈락팀만 유일하게 난민팀으로 참가해 나머지 5개 요르단 일반팀을 상대로 공수에서 완벽한 팀워크를 발휘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WBSC는 오는 2026 다카르 유스올림픽에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베이스볼5 종목에 아즈락 난민팀을 와일드카드로 초청해 본선 출전 기회를 부여한다고 발표했다. 빠르게 성장하는 실력에 입상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폐막식에는 WT 조정원 총재를 비롯해 마헤르 마가블레 집행위원,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리카르도 프라카리 회장, 국제대학스포츠연맹(FISU) 레온즈 에더 회장, 올림픽난민재단(ORF) 곤살로 바리오 매니저 등 국제 스포츠계 주요 인사들이 참석해 선수단을 격려하고 “내년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전했다.
이번 행사를 최초로 기획해 국제스포츠계 참여를 이끌고 있는 WT 조정원 총재는 “태권도에서 시작된 난민캠프 지원 활동이 이제 다종목 스포츠로 확장되어 전 세계 스포츠계가 함께 연대하고 있다”며 “내년은 THF 창립 10주년을 맞는 해로, 10개 종목으로 확장한 더욱 의미 있는 축제를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WT는 지난 2016년 난민 문제 해결에 스포츠가 기여할 수 있다는 철학 아래 THF를 설립했다. 태권도는 특별한 장비나 조건 없이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스포츠로, 난민 아동에게 신체 건강은 물론 정신적 치유와 공동체 의식을 제공해왔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요르단 아즈락캠프에 태권도 전용 아카데미를 2018년 완공했다. THF는 이곳에 전용 수련장을 건립해 국제 자선단체의 참여를 통해 매년 교육 환경을 확충해왔다. 그 결과 2024 파리 올림픽에 이곳에서 태권도를 수련한 선수가 올림픽 본선에 출전하는 기적과 같은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같은 공로로 THF는 지난 2023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인도주의적 스포츠 실천 사례로 ‘올림픽컵(Olympic Cup)’을 수상했다. 당시 IOC는 “태권도는 난민을 돕는 데 가장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으며, 스포츠가 어려움 속에서도 평화를 촉진하고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WT와 THF는 이번 호프앤드림스 페스티벌을 통해 난민캠프 내 아동·청소년들에게 스포츠가 단순한 활동을 넘어, 삶의 동기이자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될 수 있음을 다시금 확인했다고 전했다.
매일 3명 이상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고 있는 자타리와 아즈락캠프 내 태권도를 비롯한 스포츠는 단절된 공간 속에서도 끊임없이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무카스미디어 = 요르단 암만 - 한혜진 기자 ㅣ haeny@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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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혜진 |
태권도 경기인 출신의 태권도·무예 전문기자. 이집트 KOICA 국제협력요원으로 태권도 보급에 앞장 섰으며, 20여 년간 65개국 300개 도시 이상을 누비며 현장 중심의 심층 취재를 이어왔다. 다큐멘터리 기획·제작, 대회 중계방송 캐스터, 팟캐스트 진행 등 태권도 콘텐츠를 다각화해 온 전문가로, 현재 무카스미디어 운영과 콘텐츠 제작 및 홍보 마케팅을 하는 (주)무카스플레이온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국기원 선출직 이사(언론분야)와 대학 겸임교수로도 활동하며 태권도 산업과 문화 발전에 힘쓰고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