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캠프' 세상과의 연결 고리 된 태권도... 2025 호프앤드림스 개막
발행일자 : 2025-05-01 17:28:03
[한혜진 / press@mookas.com]


30일, 2025 호프앤드림스 스포츠 페스티벌, 요르단 난민캠프에서 감동의 서막

단 하루, 단 몇 시간. 세상을 가로막던 철문이 열리는 날. 아이들의 가슴에 꿈이 움트는 시간. 이곳은 요르단의 시리아 난민 보호구역인 아즈락과 자타리캠프. 세상과 철저히 단절된 땅에서 오직 태권도와 스포츠 하나로 세상과 연결된 매우 특별한 날이다.
30일(현지시각), 세계태권도연맹(총재 조정원, WT)과 태권도박애재단(THF)이 공동 주최하는 ‘2025 호프 앤드 드림스 스포츠 페스티벌(Hope and Dreams Sports Festival)’이 아즈락 난민캠프에서 막을 올렸다. 이번 행사는 오는 5월 3일까지 자타리캠프와 암만 시내 스포츠시티에서 계속된다.
이 축제는 태권도를 중심으로 야구, 농구, 배드민턴, 핸드볼, 역도 등 6개 종목으로 확대되었다. 내년에는 10개 종목까지 확장될 예정이다. 태권도가 던진 희망의 불씨가 다양한 종목을 통해 난민 아동들에게 퍼지고 있다.
4만여 명의 시리아 난민이 거주하는 아즈락캠프. 요르단 내 두 번째 규모의 시리아 난민 보호시설이다. 외부와 단절된 이곳이 행사 당일 하루, 특별히 개방되었다. 외부 방문객 맞이에 나선 이곳 아이들은 눈빛에서 설렘이 가득함을 느낄 수 있었다.
맨발로 운동장을 뛰며 손을 흔드는 아이들. 오늘만큼은 그들은 '난민'이 아니라 그저 우리 일상에 매우 평범한 '수련생'이었다. 캠프에서 갈고닦은 태권도 실력을 외부인에게 소개하는 오픈 클래스가 펼쳐졌다. 태권도를 시작으로 베이스볼5와 농구, 배드민턴 수강생들도 시범을 이어갔다.

이날 행사에는 WT 조정원 총재를 비롯해 이번 행사를 기획하고 준비한 마헤르 마가블레 집행위원(요르단), 양진방 대한태권도협회장 겸 WT 집행위원, 드리스 엘 힐랄리 아랍태권도연맹 회장 겸 집행위원(모로코) 등 태권도계 주요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이들과 따뜻한 눈빛을 나눴다.
또한 자밀라 알 카시미 UAE 샤르자 공주, 카말라딘 헤이다로프 아제르바이잔 비상사태장관, 주요르단 한국대사관 김필우 대사를 비롯해,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리카르도 프라카리 회장, 국제대학스포츠연맹(FISU) 레온즈 에더 회장, 국제난민기구(UNHCR) 마리아 스트라보풀로우 요르단 대표, 올림픽난민재단의 곤살로 바리오 난민 선수 프로그램 매니저 등 세계 스포츠계와 외교 사절단 인사들도 함께해, 난민 청소년들에게 따뜻한 격려와 응원을 전했다.
태권도 수련생들은 품새, 격파 시범을 통해 지난 시간의 훈련 성과를 보여줬고, 베이스볼5와 배드민턴, 농구 등 다양한 종목 역시 공개 수업 형태로 소개되었다. 올해 참가자 수는 작년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났으며, 태권도 참여 인원만 해도 캠프 내 아동·청소년의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됐다.
조정원 총재는 "오늘은 매우 감동적인 날이다. 최초 태권도로 시작했는데 이제는 베이스볼5와 배드민턴, 농구가 함께하는 국제적 스포츠 페스티벌로 성장했다"라며 " “태권도를 중심으로 난민 아이들의 삶에 희망과 용기를 전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큰 의미를 가진다”고 밝혔다.

WT와 함께 호프앤드림스페스티벌을 함께 발전시키고 있는 WBSC 리카르도 프라카리 회장도 “우리 스포츠가 어려운 상황속에서 삶을 즐길 수 있도록 어린이들을 이렇게 도울 수 있다는 것에 대해 감격스럽다"라며 "이 축제를 통해 베이스볼5가 아이들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걸 체감했다”며 지속적 후원을 약속했다.
이날 오후, 주요 인사들은 자타리캠프로 이동했다. 시리아 국경 인접지에 위치한 자타리캠프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시리아 난민 보호소로, 약 8만 명이 거주 중이다. 이곳에서는 한국난민기구(KRP)가 UNHCR의 허가를 받아 태권도 아카데미를 운영 중이다.
자타리 아카데미의 수련생 250명은 태극기를 휘날리며 방문객 맞이에 나섰다. 태권도 시범과 사물놀이 공연을 펼쳤다.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힘, 그들의 눈빛은 단순한 시범이 아닌 내일을 향한 외침이었다.

이번 개막 행사에는 평소 인도주의 활동에 앞장서는 UAE 샤르자 자밀라 알 카시미 공주도 함께했다. 아이들과 식사를 나누고 직접 준비한 스포츠 시계를 선물하며 따뜻한 위로와 응원을 보냈다.
조정원 총재는 “이 페스티벌은 단순한 행사가 아닌, 아이들의 내일을 향한 창문이며, 세상과 연결되는 다리”라며 “앞으로도 태권도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스포츠들이 이들의 꿈을 응원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그들의 눈 앞에 선명히 열린 문 하나는 세상과 단절되었던 철문이 아니라, 마음을 여는 문이었다. 그 문 앞에서 설렘은 기쁨이 되고, 불안은 희망이 되었다. 방문하는 이들, 방문객을 맞는 그곳에 아이들 모두 설레임을 확인수 있었다.
이곳은 여전히 닫힌 땅일지 모르지만, 그 안에서 피어나는 꿈은 태권도와 스포츠라는 강력한 씨앗 하나로.그 누구보다 맑고 단단했다. 이들은 오는 2일과 3일 난민캠프에서 벗어나 요르단 암만 시내로 특별 외출에 나서 평소 쌓은 각 종목별 실력을 ‘호프 앤 드림스’에서 펼친다.
[무카스미디어 = 요르단 암만 - 한혜진 기자 ㅣ haeny@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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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혜진 |
태권도 경기인 출신의 태권도·무예 전문기자. 이집트 KOICA 국제협력요원으로 태권도 보급에 앞장 섰으며, 20여 년간 65개국 300개 도시 이상을 누비며 현장 중심의 심층 취재를 이어왔다. 다큐멘터리 기획·제작, 대회 중계방송 캐스터, 팟캐스트 진행 등 태권도 콘텐츠를 다각화해 온 전문가로, 현재 무카스미디어 운영과 콘텐츠 제작 및 홍보 마케팅을 하는 (주)무카스플레이온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국기원 선출직 이사(언론분야)와 대학 겸임교수로도 활동하며 태권도 산업과 문화 발전에 힘쓰고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