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러코스터로 파리 올림픽에 나선 김유진... 세계 1·2위 격파 금메달!


  

2024 파리 올림픽 여자 -57kg급, 16년 만에 금메달 획득!

김유진이 결승에서 이란 나히드 키야니찬데를 상대로 머리 공격을 하고 있다.

천신만고 끝에 올림픽 본선 막차에 오른 한국 여자 태권도 기대주 김유진이 마침내 해냈다.

 

약체라는 평가를 뒤로하고 세계 탑 랭커를 모두 제압하고 올림픽 최고 높은 시상대에 올랐다. ‘노골드’ 위기를 맞았던 한국 태권도에 두 번째 금메달까지 안겼다. 게다가 올림픽 선수단의 역대 최다 금메달 타이기록을 세웠다.

 

김유진(울산광역시체육회, 23)은 8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태권도 둘째 날 여자 -57kg급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실력만큼 행운이 따라야 한다는 올림픽 무대에서 온전히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한 성과였다. 예선부터 결선까지 올림픽랭킹 5위를 시작으로 4위, 1위, 2위 차례로 꺾으며 새로운 태권도 여제로 등극했다.

 

결승에서 강호 이란의 나히드 키야니찬데를 주특기인 날카로운 머리 공격을 앞세워 라운드스코어 2대0(5-1, 9-0)으로 꺾었다. 1회전은 중반까지 탐색전으로 상대의 허점을 노렸다. 감점을 끌어내 5대1로 승기를 잡았다. 2회전은 전매특허 근접 머리 공격을 적중시킨데 이어 몸통 공격까지 연이어 성공해 9대0으로 압도했다.

 

사실상 이번 올림픽에 결승전과 다름없었던 올림픽랭킹 1위인 중국의 루오 종쉬와 준결승을 2대1(7-0, 1-7, 10-3)로 꺾었다. 주요 순간마다 날카로운 머리 공격으로 최강자를 주저 앉혔다.

 

올림픽랭킹 24위인 김유진은 올림픽 금메달 레이스는 순탄치 않았다. 랭킹 5위 이내 선수 국가에 배정되는 자동출전권을 확보하지 못해, 국내 대표 선발이 된 후 아시아 대륙 예선전을 통해 힘겹게 출전권을 따냈다.

김유진이 우승 직후 태극기를 휘날리고 있다.

만에 하나 김유진이 대륙 선발전에서 출전권을 따내지 못했다면, 2000 시드니 올림픽 정식종목 채택 이후 가장 적은 선수가 출전할 위기를 놓였다. 그리고 올림픽 금메달도 배출하지 못했다.

 

한국 태권도는 이번 파리 올림픽에 남녀 8체급 중 4체급에 출전했다. 2012 런던 올림픽까지 국가당 최대 4체급만 출전할 수 있었다. 한국은 계속해 4체급에 출전했다. 2016 리우 올림픽부터 실력 평준화가 되어 출전 제한이 풀렸다. 그래서 2016 리우 때 5체급으로 한 체급 늘어난 데 이어, 2020 도쿄 때는 6체급으로 2체급이 늘었다. 도쿄 때는 역대 가장 많은 선수가 출전했으나 사상 처음으로 ‘노골드’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번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한국은 남자 2체급과 여자 1체급만 자동출전권을 확보했다. 역대 올림픽 사상 가장 적은 3체급만 확보해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그런데 김유진이 국내 어려운 경쟁을 뚫고 대표 주자로 선정돼 아시아대륙선발전에서 출전권을 확보해 약속의 땅 파리에 와 결국 일을 냈다.

 

김유진의 금빛 발차로 한국은 8년 만에 금메달 2개 기록과 타이를 이루게 됐다. 아직도 기대주 서건우(한국체대, 남 -80kg)와 베테랑 이다빈(서울시청)이 출전을 앞두고 있어 더 많은 기대를 하게 됐다.

 

또한 여자 -57kg급에서는 16년 만에 금메달을 따냈다. 첫 올림픽인 2000 시드니에서 정재은을 시작으로 2004 아테네 장지원, 2008 베이징 임수정이 3회 연속 금메달 행진을 이어왔던 체급이다. 2012 런던, 2016 리우, 2020 도쿄까지 3회 연속 노메달에 그쳤다.

금메달을 목에 건 김유진

김유진은 우승 직후 현지에서 “랭킹은 숫자에 불과하다. 상대 랭킹을 신경 쓰지 않고 나만 무너지지 말자고 다짐하며 내 자신을 바로잡았다. 정말 매일 지옥길로 가는 기분이 느낄 만큼 내 자신을 혹독하게 몰아붙였다. 그 시간을 믿었기에 금메달을 딸 자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태권도를 시작한 이후로 오늘이 가장 몸이 좋았다. 워밍업을 하는데 몸이 너무 좋아서 오늘 일을 낼 것 같았다”라면서 “전날 금메달을 딴 태준이가 오전에 훈련 파트너가 되어줬는데, 누나, 올림픽 별거 아니니 긴장하지 말라고 해서 큰 위안이 됐다”고 덧붙였다.

 

57kg 이하급 김유진의 최대 강점은 183cm의 큰 키다. 다리가 특히나 긴데다, 유연성이 좋아 근접전에서 순간적인 머리 공격이 일품이다.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체력과 발차기의 날카로움이 더욱 강해졌다.

 

체급에 비해 큰 키만큼 체중 감량에 많은 어려움을 겪은 김유진은 “고통스러울 정도로 체중감량이 힘들었다. 삼겹살을 좋아하는데 체중 조절 때문에 언제 먹었는지 기억도 안 난다. 이제 삼겹살과 된장찌개에 맥주도 한 잔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유진은 서울체고와 한국체대를 졸업하고, 2022년 창단된 울산광역시체육회에 입단했다. 소속팀 손효봉 감독과 함께 이번 대표팀에서 호흡을 맞춰 금메달까지 합작했다. 울산광역시체육회 태권도부는 창단 2년 만에 올림픽 금메달을 배출했다.

 

천금같은 금메달에 힘입어 우리나라 선수단은 하계 올림픽 최다 금메달 13개(은8개, 동7개) 타이기록을 세웠다. 현재 종합 순위 6위로 10위권 진입을 이뤄내게 됐다.

 

앞으로 서건우(9일)와 이다빈(10일)이 차례로 출전해 금메달을 추가한다면 역대 최고 성적을 갱신하면서, 태권도가 다시 우리나라 대표 ‘효자종목’으로 거듭나게 된다.

우즈베키스탄 울르그벡 라쉬토프(청)가 결승에서 뒤차기 머리 공격을 시도하고 있다.

한편, 이날 함께 열린 남자 -68kg급에서는 3년전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고 김진영 감독이 키운 우즈베키스탄 울루그벡 라시토프가 결승에서 요르단 자이드 카림을 2대1로 꺾고 올림픽 2연패를 달성했다.

 

[무카스미디어 = 파리 - 한혜진 기자 ㅣ haeny@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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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혜진
태권도 경기인 출신의 태권도 - 무예 전문기자. 이집트에서 코이카(KOICA) 국제협력요원으로 26개월 활동. 20여년 동안 태권도 전문기자로 전 세계 65개국 이상 현지 취재. 취재 이외 다큐멘터리 기획 및 제작, 태권도 각종 대회 중계방송 캐스터, 팟캐스트 등을 진행. 현재 무카스미디어 운영사인 (주)무카스플레이온 대표이사를 역임하면서도 계속 현장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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