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훈 잡고 깜짝 金 우즈베크 울루그벡… 故 김 감독의 ‘비밀병기’


  

청소년대표팀에서 갓 성인 대표된 뒤 전략 맞춤으로 올림픽행 성공!

우즈베키스탄 울루그벡이 남자 -68kg급 금메달이 확정되자 코치와 함께 경기장에서 자축하고 있다.

올림픽에 또 한 번 이변이 속출하고 있다.

 

2020 도쿄 올림픽 태권도 남자 -68kg급. 경쟁이 가장 치열한 대표적인 체급이다. 이번에도 전문가 예상은 빗나갔다. 올림픽 본선행 막차에 탑승한 열아홉 살 어린 선수가 이변을 일으켰다. 우즈베키스탄 울루그벡 라시토프가 그 주인공이다.

 

랭킹 최하위로 참여해 이 체급 유일한 32강으로 총 다섯 경기를 뛰었다. 다른 선수보다 한 경기를 더 뛴 셈. 첫 경기에서 이긴 기쁨도 잠시. 16강전에서 이 체급 독보적인 랭킹 1위로 이번 올림픽 강력한 우승후보인 이대훈을 만났다.

 

압도적인 상대 커리어에 제기량을 못 펼치는 게 일반적인데 과감했다. 3회전까지 큰 점수차로 뒤지던 그가 예상을 뒤엎고 이대훈을 제쳐 일찌감치 태권도 경기장 화제의 주인공이 됐다.

 

반란은 계속 이어졌다. 8강에서 이란의 호시니 미르하셈을 34대22, 4강전에서 보스니아헤르체코비나 후식 네드자드를 28대5로 잇따라 제압했다. 한 경기, 한 경기가 울루그벡에게는 결승전 같았다. 승리의 그 순간 포효했다.

전자호구 도입이후 뒤차기 기술이 실종된 가운데 울루그벡은 이날 올림픽 무대에서 중요한 순간 뒤차기로 승부했다. 

꿈에서나 그리던 결승전. 빠른 발놀림과 근접거리에서 몽키킥 등 변칙적인 기술에 능한 영국 브래들른 신들과 3회전 내내 숨 막히는 접전을 펼쳤다. 34대29. 완벽하게 제압했다. 철저하게 상대 선수를 분석해 빈틈없이 방어하고, 본인의 주특기는 살려 유효타로 승부했다.

 

울루그벡은 성인무대에 제대로 데뷔한지 1년밖에 안 된 샛별이다. 2015 무주에서 열린 세계유소년선수권대회에 출전해 노메달에 그쳤다. 2018 함마메트 유스 올림픽 세계예선전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그 해 부에노스아이레스 유스올림픽에서 은메달을 획득해 차세대 유망주로 부상했다.

 

원래 -58kg급을 뛰던 선수다. 이 체급에서도 올림픽 랭킹 32위. -68kg급은 올림픽 아시아 지역예선전에 데뷔전이다. 상대적으로 신장과 힘 모두에서 열세였다. 기술 없이는 결코 이뤄낼 수 없는 결과를 냈다.

 

2019년 열일곱 살 어린 나이에 성인 무대에 데뷔했다. 이른 감은 있지만, 우즈베키스탄에서는 이번 올림픽에 울루그벡을 ‘비밀병기’로 체계적인 훈련을 시켰다.

올해 초 암만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아시아 지역예선전에서 극적으로 올림픽 본선 티켓을 확보한 울루그벡과 김진영 감독이 환하게 웃고 있다.

최근 안타까운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故 김진영 감독이 울루그벡의 잠재력을 천재적 기술로 발전 시켰다. 이대훈을 비롯해 주요 선수에 대한 철저한 입체적 분석으로 일대일 대응 전략을 세웠다.

 

반면에 이 체급 강자들은 대륙선발전으로 출전한 울루그벡에 대한 정보가 미흡할 수밖에 없었다. 한두 경기는 반짝 기량을 발휘해 이변을 일으킬 수 있다. 그러나 이날 올림픽 무대에서 보여준 다섯 번의 경기는 최고 수준이었다.

 

유연한 몸놀림, 빠른 감각적인 발차기가 일품이다. 앞발 커트로 상대의 공격을 교묘하게 차단하면서, 유리한 유효 거리에는 강단 있는 머리 공격, 공방 중에는 쉽게 구사할 수 없는 몸통 빈 곳을 노려 순식간에 대량득점을 뽑아내는 지능 플레이에 능하다.

 

특히 요즘 선수들이 구사하지 않는 4점 뒤차기와 5점 뒤후려차기로 승부의 쐐기를 박거나, 판세를 뒤집는 경기력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故 김진영 감독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선수촌이 폐쇄되자 큰 집으로 이사해 지하실과 거실, 야외를 훈련장으로 개조해 선수들을 자비로 훈련 시켰다.

우즈베키스탄 역시도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으로 선수촌이 문을 닫아 화상으로 개별 훈련을 했다. 여파가 지속되자 김 감독은 아예 거처를 아파트에서 규모가 큰 풀빌라로 자비로 이사했다. 지하실과 거실, 야외를 훈련장으로 꾸몄다. 전략과 전술훈련을 밀도 있게 강도를 높인 결과 올림픽 태권도 출전 이래 가장 많은 4체급 본선 티켓을 확보했다.

 

우즈베키스탄은 태권도 강국임에도 올림픽에서 단 한 개의 메달도 획득하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 올림픽에 거는 기대가 컸다. 동메달 하나라도 만족하는 분위기. 그런데 첫 메달이 금메달이 나와 그야말로 ‘대박’을 터트렸다.

 

김 감독이 부임한 이후 가장 달라진 것은 선수들의 경기 집중력이 강화된 점이다. 선체력, 후기술 훈련 체계로 선수들이 경기에서 쉽게 포기하거나 중요한 순간 집중력이 떨어져 승리를 내주는 일이 없도록 집중력과 중요한 순간 패기를 단련시켰다.

 

그 결과 이번 올림픽에서도 울루그벡은 위기의 순간에도 배짱 있는 고난도 기술을 구사하고, 이대훈과 골든라운드에서도 자신 있게 몸통 공격을 시도하면서 승리를 이끌었다.

울루그벡이 준결승에서 승리하자 세컨석을 지켰던 코치가 휴대폰에 있는 김진영 감독 사진을 중계 카메라에 비추며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고인이 돼 영광의 올림픽 무대에 함께하지 못했지만, 이날 울루그벡 경기는 김 감독이 함께했다. 준결승전이 끝난 후 김 감독을 대신해 세컨석에 있던 코치는 승리가 확정되자 눈물을 흘리며, 휴대폰을 꺼내들어 김 감독 사진을 보며 자축하는 장면이 중계 카메라에 잡혔다.

 

고인은 세상을 떠났지만, 김 감독은 2020 도쿄 올림픽 경기장에 우즈베키스탄 선수단과 함께 기적을 이어갔다.

 

기적 같은 울루그벡이 기적같은 금메달을 획득하자 국내외 태권도인들은 이 감격의 순간을 함께 하지 못하고 고인이 된 김진영 감독을 애도했다.

 

[무카스미디어 = 한혜진 기자 ㅣ haeny@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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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혜진
태권도 경기인 출신의 태권도, 무술 전문기자. 이집트에서 KOICA 국제협력요원으로 26개월 활동. 20여년 동안 태권도를 통해 전 세계 60개국 현지 취재를 통해 태권도 보급 과정을 직접 취재로 확인. 취재 이외 다큐멘터리 기획 및 제작, 태권도 대회 캐스터, 팟캐스트 등을 진행. 현재 무카스미디어 운영사인 (주)무카스플레이온 대표이사를 역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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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7-31 00:49:49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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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정한지도자

      맞습니다 이번대표팀 코치들은 이제 국가대표팀 코치자격이 없는사람들입니다. 그냥 좋은팀에 있어서 좋은선수로 지도하는사람일뿐입니다 능력있는지도자는 아니죠 정말 초중고 지도자분들이 진정한 지도자이십니다

      2021-08-04 19:35:09 수정 삭제 신고

      0
  • 쫄쫄이

    쫄쫄이 도복.........
    아이디어낸새끼 나와......

    2021-07-26 17:12:51 수정 삭제 신고

    답글 0
  • 한국인

    근데 좀 씁슬하지 않나?우리나라 선수 이기고 올라갔는데? 타국에서 태권도 발전 시키고 했는거는~ 지금 다룰 기사가 아니고 우리나라가 어떻게 발전시킬지 고민해야 할 기사가 정상 아닌가? 부끄럽네~

    2021-07-26 15:41:49 수정 삭제 신고

    답글 1
    • 흠..

      한혜진도 오죽하면 그러것어.
      속터지것지 경기인출신인데..
      우리나라 태권도를 겨냥해서 쓴기사여..

      2021-07-26 17:10:55 수정 삭제 신고

      0
    • 니 인생이나 어떻게 발전시킬지 고민해라

      2021-07-27 00:51:18 수정 삭제 신고

      0
    • 니가 한국인이냐?

      당신 글을 보니 대한민국 국민으로써 내가 더 부끄럽다.
      혹여나 당신이 태권인이라면 도복 벗으시길 권장합니다.
      타국에서 태권도를 발전시키든 우리나라에서 발전시키든 우리나라 국기인 태권도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에서 태권도를 발전시키는 것이라는걸 태권도인이라면 말 안해도 아는것을...
      이런 수준낮은 말을 하는 당신이나 우리나라를 위해 무엇을 해야할지 잘 고민해보길 바란다.

      2021-07-27 09:23:24 수정 삭제 신고

      0
  • 글쎄

    이대훈 지자마자 은퇴한다고? 에휴 ..
    하긴 나라도 그러것다 태권도 금메달 따면 뭐하냐..알아주는곳도 없고 피겨처럼 벼락부자되는것도 아닌데..
    운동말고는 할줄아는거 없는데 그저 메달연금으로 아둥바둥 살다가 운좋으면 대학교수자리 얻어
    이렇게 저렇게 사는 인생.. 차라리 빨리 은퇴하고 방송계 진출하는것도 괜찮치...

    그나저나 우즈벡 태권도팀 너무 멋찌다.
    우리나라 감독들 저렇게 할 수 있을까??
    하긴...
    그렇게 못하지 한몸 받쳐 희생해봤자 선수들은 메달따면 지가 잘나서 딴거고
    못따면 감독 잘못만나서 그런다고하니 열정 쏟아 뭐해..

    우리나라 태권도 경기는 전자호구 도입과 동시에 다른나라들과
    동등하게 새출발하게 된것이다. 발차기 자체가 달라졌기때문에
    오히려 과거의 태권도발차기가 몸에 익은 선수나 지도자는 현재의 태권도룰을 이길 수 없다.

    잘된것 같기도하고 아닌것 같기도하고..

    2021-07-26 15:19:17 수정 삭제 신고

    답글 1
  • 김인열

    올림픽 메달에만 급급하지 않고 이런 이야기들이 더욱 널리 알려졌으면 합니다! 이게 바로 태권도 정신이고 올림픽 정신입니다!

    2021-07-26 13:49:28 수정 삭제 신고

    답글 0
  • 오철희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잊혀지지 않고 더욱 기억에 남길 바라며, 아울러 제대로 된 조사와 진상규명으로 고인의 명예와 가족의 마음을 조금이나 위로를 드릴 수 있었으면 합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2021-07-26 13:41:53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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