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용배 국가대표 심판... 4전5기 끝 '올림픽 국제심판' 본선 무대!


  

2002 국제심판 자격 취득, 22년간 국제심판 활동… 베이징부터 파리까지 다섯 번의 도전

 

지난 4월 17일 이른 저녁. 용인대총장기대회가 열리던 철원군에 한 식당. 대회를 마치고 대회 심판 및 경기 운영진 회식이 한창일 때 한쪽에서 술렁거렸다. 곳곳에서 한 사람에게 축하한다는 인사가 오갔다.

 

여러 사람에게 축하받은 사람은 대한태권도협회 최용배 상임심판원(51, 부산). 오랜 시간 동안 도전해 애타게 기다렸던 올림픽 국제심판에 최종 선발된 순간을 국내 동료 심판원들과 함께한 자리에서 맞았다.

 

곧 바깥으로 나온 최용배 심판은 ‘꿈인지 생시인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한참을 멍하게 서 있었다. 그것도 잠시. 곧 전화통에 불이 났다. 소식을 접한 지인들로부터 축하 전화와 메시지를 받느라 여념 없었다. 기쁜 표정보다는 계속 믿기지 못한 반응이 계속됐다.

 

마침 현장에 있던 기자는 소감이 어떠냐는 질문에 “너무 기쁜데, 솔직히 실감이 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최종 두 명이 후보로 올라갔는데 내가 될 거라고 확신이 서지 않았다. 기쁜 마음과 동시에 오랫동안 올림픽을 위해 함께 준비한 아끼는 oo심판에게 위로의 마음을 먼저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태권도 상임심판을 대표해 2024 파리 올림픽 본선 국제심판으로 최종 선발된 최용배 심판원(51세, 부산)

꿈의 올림픽 국제심판 최종 선발의 기쁨이 크겠지만, 여러 번 그 도전에 실패의 쓴맛을 본 최용배 심판원으로선 마음이 편할 수 없었다. 그와 함께 10여 년을 여러 국제대회에 동행하던 동지이자, 경쟁자가 있었기에 마음 놓고 자축할 수 없었다.   

 

세계태권도연맹(총재 조정원, WT)은 지난 4월 17일 지난 1년 동안 고강도 평가를 통해 2024 파리 하계 올림픽 국제심판 26명을 최종 발표했다. 예년보다 4명이 줄어든 26명으로, 남녀 각 13명씩 평등하게 선발됐다.

 

우리나라 상임심판 중 올림픽 국제심판 선발은 8년 만이다. 2000 시드니 올림픽부터 매회 한 명씩 선발되어 왔으나 지난 2020 도쿄 올림픽에서는 모두 선발 과정에서 탈락해 한 명도 선발되지 않았다.

 

올림픽 국제심판을 선발하는 WT는 과거 올림픽 때 국제심판 선발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외부 개입 등 논란의 소지가 많아, 2012 런던 올림픽부터는 국가협회 추천 없이 자체 평정 시스템으로 전환했다.

 

고교시절까지 태권도 엘리트 경기인 출신인 최용배 심판원은 은퇴이후 태어나 자란 부산에서2000년부터 심판 활동을 시작했다. 이어 2002년부터 한국중고태권도연맹 상임심판으로 발탁되어 역량을 발휘해 2009년 대한태권도협회 상임심판으로 선임돼 현재까지 활동 중이다.

 

국내서 심판활동 중 올림픽 심판을 꿈꾸게 된 계기는 2002년 국제심판 자격증을 따면서부터. 이때를 계기로 국내와 해외를 오가며 심판활동 범위를 넓혔다.

 

우리나라 젊은 무명의 국제심판에게 기회는 많지 않았다. 지금이야 전세계 각국에서 여러 오픈대회와 국제대회가 많이 열리지만 그때 당시는 인지도와 네트워크에 의해 초청받았다. 그래서 WT에서 승인하지 않은 작은 국제대회도 마다하지 않고 출장 횟수를 늘려 나갔다.

 

꾸준하고 성실하게 활동을 이어가자 외국 여러 나라에서 최용배 심판을 찾는 대회가 많았다. 메이저 대회 초청받기 위해 다른 나라 국제심판보다 더 어려움을 겪었다. 기라성 같은 국내 국제심판과의 경쟁 때문이다. 한 국가에 초청 인원수가 제약돼 동료 심판들과 보이지 않은 경쟁은 필수이다.

각종 메이저 국제 태권도 대회에 심판원으로 활동한 최용배 심판원.

그렇게 포기 하지 않고 노력한 결과로 올림픽 다음으로 가장 권위가 있는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만 5회, 세계청소년선수권 3회, 세계 최고의 선수들만 초청받는 WT 월드태권도그랑프리 20회(파이널 5회 포함), 동아시안게임과 남아시안게임 모두 심판으로 활동했다.

 

가장 아쉬웠던 순간은 지난 2020 도쿄 올림픽 때다. 4년 전 도쿄 올림픽 때 마지막이라는 각오로도전 했다. 실제 가능성도 높게 기대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2배수를 선발해 경쟁하는 본선캠프 명단에 들지 못했다. 충격은 매우 컸다. 올림픽 심판 꿈을 접어야 하는 고민의 시간을 가졌다.

 

아직 태권도 국제심판원은 다른 메이저 스포츠와 달리 올림픽을 제외한 모든 국제대회에 출장 항공료는 자비로 충당해야 한다. 정부는 물론 협회, 체육단체 지원이 거의 없는 상태. 계속된 국내외 출장으로 정상적인 생업이 불가능하다. 국제심판으로 50개국 이상, 100회 이상 대회에 다녀왔다. 이렇게 쓴 비용만 부산에 아파트값 한 채 이상을 자신의 꿈과 바꾸었다. 결국 부산에서 하던 도장도 4년 전에 정리해야만 했다.

 

“(도쿄 올림픽 미선발 당시에 대해) 정말 막막했다. 올림픽을 위해 많은 국제대회에서 커리어를 쌓아야 하는데 그 비용이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한 집안에 가장이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어야 하는데, 계속 돈을 써야 하는 형편 때문에 가족들에게 가장 면목도 없고 늘 미안한 마음뿐이다. 그래서 지난 도쿄 올림픽 때 선발이 좌절되면서 포기할지 고민이 많았다.”

 

2008 베이징 올림픽부터 도전을 시작해 런던, 리우, 도쿄까지 내리 4회 연속 예선에서 낙방한 최용배 심판원은 고심 끝에 ‘2024 파리’를 마지막 5수 도전에 나섰다.

 

국제대회 평가는 늘 우수했다. 그럼에도 안도할 수 없었던 이유는 그 상위권에 10여명의 우리나라 국제심판과의 경쟁 때문이다.

 

WT는 올림픽 개최 2년 전 각종 국제대회에서 활동하는 국제심판 중 우수한 평가를 받은 500여명을 1차 후보군 리스트를 스크린 한다. 그리고 대륙별 올림픽 선발 캠프로 260명으로 컷오프 한 뒤 실전평가, 체력, 건강 평가 등 까다로운 과정으로 최종 올림픽 국제심판 선발캠프로 2배수인 58명을 선발한다. 그 후로 2년간 세계선수권과 월드태권도그랑프리, 대륙선발전 등에 투입해 실전평가로 최종 26명을 선정했다.

 

지난 14일 무주 태권도원에서 최용배 심판을 다시 만났다. 세계태권도연맹(총재 조정원, WT)이 12일부터 14일까지 사흘간 태권도원에서 파리 올림픽에 참가할 각국 지도자와 국제심판을 초청해 합동훈련캠프(WT Coach-Referee Joint Training Camp for Pais 2024)를 개최했다.

 

올림픽에 첫 선발됐지만 심판원들 사이에서는 고참급으로 실력 또한 최상위급으로 모두에게 인정받는 분위기였다. 그 때문에 교육 내내 더 솔선수범해 동료 심판들에 게 모범을 보이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지난해 파리에서 열린 월드태권도그랑프리에서 주심을 본 최용배 심판원이 비디오판독을 요청하고 있다.

이제 올림픽까지 100이 채 남지 않았다. 올림픽 국제심판 합동캠프까지 마친 최용배 심판원은 이제야 실감하면서 다시 소감을 묻자 “감개무량하다. 꿈에 그리던 올림픽에 가는 것이 곧 눈앞에 다가와 서다. 하지만 부담도 적지 않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심판원으로서 올림픽 무대에서 공명정대한 심판으로 국위를 선양하는 마음가짐으로 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사실상 이번 올림픽이 내 국제 심판원으로서 꿈에 무대가 피날레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 여러 동료, 후배 심판원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도록 국가대표의 정신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2024 파리 올림픽은 오는 8월 7일부터 10일까지 나흘간 프랑스 파리 중심가 샹젤리제 거리에 위치한 1900년 파리 만국박람회를 개최했던 역사적인 공간인 ‘그랑팔레(Grand Palais)’ 경기장에서 열린다.

 

기량면에서 가장 우수한 평가를 받는 심판원인 만큼 어떤 활약을 펼칠지 기대가 된다.

 

[무카스미디어 = 한혜진 기자 ㅣ haeny@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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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혜진
태권도 경기인 출신의 태권도·무예 전문기자. 이집트 KOICA 국제협력요원으로 태권도 보급에 앞장 섰으며, 20여 년간 65개국 300개 도시 이상을 누비며 현장 중심의 심층 취재를 이어왔다. 다큐멘터리 기획·제작, 대회 중계방송 캐스터, 팟캐스트 진행 등 태권도 콘텐츠를 다각화해 온 전문가로, 현재 무카스미디어 운영과 콘텐츠 제작 및 홍보 마케팅을 하는 (주)무카스플레이온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국기원 선출직 이사(언론분야)와 대학 겸임교수로도 활동하며 태권도 산업과 문화 발전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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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동호

    축하드립니다!!

    앞으로도 대한민국
    태권도인의 위상을 전세계에 높혀주십시요!!

    2024-08-13 04:59:37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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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기현

    관장님 최고!!ㅎ 경기도 보겠지만
    관장님 심판모습도 응원하면서 보겠습니다^^화이팅^^

    2024-08-07 20:15:26 수정 삭제 신고

    답글 0
  • 박원수

    오랜시간 꾸준함이 드디어 결실을 맺었네요
    꿈의 무대에 서서 멋진 모습 응원하겠습니다!!!

    2024-08-07 16:17: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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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성식

    스승님 정말 축하드립니다^^
    역시 최고이십니다~~~

    2024-05-22 16:40:03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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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영민

    축하합니다

    2024-05-20 11:14:05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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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형만

    부산의 자랑 축하드립니다
    한 분야에서 늘 최선을 다하는 모습과열정
    넘 져요
    진심으로 자랑스럽습니다

    2024-05-18 02:13:05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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