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철 칼럼] 사실, 우리 모두 힘들었었지!


  

우린 모두, 동료이자 동지이다.

첫째 딸이 깨웠는데 일어나고 싶지 않았다. 이불을 머리 끝까지 덮고 어둠이 조금 더 오래 내 앞에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 아내는 아침밥을 차리느라 분주했고, 아직 어린 딸들은 방안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느라 바빴다. 그런 소리가 내뿜는 울림 앞에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아빠의 노릇이 아닌, 이불 뒤에 숨는 일이 고작이었다. 아내는 조용히 밥을 먹이고 옷을 입히고 현관문을 열고 딸들을 데리고 나갔다. 그렇게 아무도 없고 나서야 나는 일어났다.  

주름진 부모님의 손을 점점 닮아가는 것 같다
우리는 모두 주름진 부모님의 손을 닮아가고 있다.

깊은 한숨을 내쉬고, 물 한 모금을 마셨다. 이대로 앉아있기만 하면 무기력이 내 온몸을 감쌀 것 같아서, 달리기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머리라도 감을까 했지만, 그마저도 사치스럽게 느껴져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집을 나섰다. 하늘이 높았다. 눈부셨고, 저 찬란함 앞에서 조금의 안도감을 느꼈다. 아직 살아있다는 느낌 때문일지 모른다.

 

거친 숨을 내쉬면서 뛰니 곧바로 이마에 송골송골 땀이 맺힌다. 바람이 부는가 싶더니 고맙게도 땀을 식혀준다. 바람이 고맙기도 오랜만이다.

 

집에 돌아와, 청소기를 돌리고 설거지를 했다. 텅 빈 거실에 앉아있으니 문득, 그렇게 쉬고 싶어 했던 지난날의 나의 모습을 떠올리니 피식 웃음이 나왔다. 막상 쉬어보니 수많은 걱정 앞에 압살될 것만 같아 무엇하나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주어진 자유 앞에 무기력한 내 자신을 보니 참 불쌍하다는 생각을 했지만, 그마저도 가장으로서 무책임한 것 같았다. 사실 자식들도, 아내도 어떠한 압박감을 주진 않았다. 어쩌면 나는 맘 편하게 쉬면 되는 걸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어느 때보다도 더 깊은 어둠의 색으로 밤에 스며드는 것만 같았다.

 

코로나 이전, 그 찬란한 자존심! 그 허무한 욕심들! 사람에게 친절하지 못했던 무례함이 참으로 어리석게 느껴졌다.

 

태권도 지도자들이 느끼는 감정이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누군가는 더 극단적일지 모른다. 사실 우리는 모두 동료이자, 동지였는데 성공이거나 혹은 그 잘난 생각의 주장을 위해 서로에게 너무나 적대적이었는지 모른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런 어려운 시기에 서로를 격려하며 위로했어야 했다. 그런데 여전히 지역 편차에 따른 성공을 자랑하기 바쁜 사람들도 있고, 여전히 협회는 권력다툼에 부산스럽다.

 

코로나 이후, 코로나의 경험에 따른 교훈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세상이 변하더라도 태권도 지도자들은 무언가 다르다는 이야길 들었으면 좋겠다.

 

교수들은 책임감으로 후학을 양성했으면 좋겠다. 심판들은 사명감으로 버텼으면 좋겠다. 시도협회 임원들은 봉사 정신으로 존재했으면 좋겠다. 관장들은 존재만으로도 고결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서로 싸우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우리가 동료이자, 동지였으면 좋겠다.

 

너무 큰 욕심이 아니길 바래본다. 그리고 코로나를 겪는 모든 태권도인이 힘냈으면 좋겠다. 곧 어둠이 사라지고, 찬란한 빛이 여러분들의 걸음을 밝게 비춰줄 거라 믿는다. 태권도 화이팅!

 

[무카스미디어 = 정준철 관장 ㅣ [중복이메일] | bambe7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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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철
긍휼태권도장 관장

브랜드발전소'등불'대표
대한태권도협회 강사
TMP격파팀 소속
<도장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겠습니다>
#코로나 #태권도 #힘내자 #국기태권도 #정준철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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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사범

    힘내세요 !! 미국에서 응원합니다. 항상 좋은 글에 감동을 받습니다.

    2020-10-23 08:16:26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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