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의 예술 "태권무"
발행일자 : 2002-11-09 00:00:00
조영주 기자


무대예술로서의 ‘태권무이제는 생활체육으로 거듭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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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 초단이었던 동네 선배가 깡패 너댓명과 다투는 모습을 우연히 지켜보게 되었습니다. 그때 그 선배는 비록 태권도 초단에 불과했지만, 거구의 깡패들과 맞선 상황에서도 전혀 주눅 들지 않았고, 오히려 그들을 손과 발기술로 순식간에 제압해버리는 게 아니겠습니까. 그 모습을 보고 나도 모르게 강한 힘에 매료되어 그 길로 태권도에 입문하게 되었죠. 당시 제 나이 14살 때(중학교 2년)의 일입니다. ”인터뷰 자리에 나선 범기철 사범(52세, 범기철 태극무원 원장, 태권도 공인 7단)은 태권도의 강한 힘과 약간의 영웅 심리에 사로잡혀 태권도에 입문하게 되었던 당시의 상황을 담담한 어조로 풀어나갔다. 강한 힘과 영웅심리, 어쩌면 남자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추구해 봤을 법한 영원한 동경의 대상이 아닐까 싶다.
강한 힘과 영웅심리에서 출발한 범기철 사범의 태권도 여정, 하지만 1979년 부산 범어사 금강영관연수원에서 양익 스님의 가르침을 받게 되면서 그의 무도 인생도 커다란 전환점을 맞게 된다.
범 사범은 군 장교로 전역한 후 범어사 금강영관연수원에 무술의 달인이 있다는 소문을 접하고 최고의 무도인이 되겠다는 일념으로 사찰을 방문하지만, 스님의 가르침을 통해많은 것을 깨우쳤다고 한다.
“진정한 힘은 결코 강함에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바로 부드러움에 있었죠. 마주친 상대와 나의 힘의 강약을 떠나서 서로의 힘이 부딪치게 된다면, 결국 둘 다 양패구상을 면하기는 어렵다는 사실을 터득하게 된 겁니다. 오히려, 상대를 부드러움으로 대처하게 된다면 슬기롭게 제압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는 걸 수련을 통해 알게 된 것이죠. ”
직선과 각으로 이뤄진 힘, 강함에 기반을 둔 무예로써의 태권도, 범어사에서의 수련과정을 통해 깨닫게 된 ‘부드러움의 힘’을 태권도와 접목시키고자 나름대로 노력하고 연구하고 있던 범 사범은 우연히 미국에서 온 태권도 사범 이준구 씨와 그의 제자를 만나게 된다.
“80년도 초반이었을 겁니다. 영화를 찍기 위해 제가 운영하던 도장을 방문한 이준구 씨의 제자가 음악에 맞춰 시범을 보인 적이 있었는데, 손과 발의 조화가 너무나 자연스러웠고 아름답게까지 보였습니다. 그때 저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죠. 바로 저거야, 저거라고···.”
“제가 준비하고 구상하던 것들을 이미 그들은 시작하고 있었던 거죠. 그때부터 저는 그(이준구 씨)가 묵고 있던 호텔을 찾아 다니며 개인지도를 받게 됐죠. 어쩌면 지금 제가 하고 있는 ‘태권무’는 이준구 씨의 것이라 할 수도 있고, 또 아니라고도 할 수 있죠. 어쨌든 지금 제가 하고 있는 ‘태권무’는 음으로 양으로 이준구 씨의 영향을 많이 받았으니까요. ”
범 사범의 솔직함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굳이 누구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숨김없이 드러낼 수 있는 사람은 그리 흔치 않다.
“그때 전 이준구 씨에게 태권도는 우리의 것이고 우리의 문화이므로, 태권도에 기초를 둔 무도(舞蹈:춤, 댄스)역시 명칭에 있어서, ‘태권무’나, ‘태권무용’으로 해야 마땅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그는 그것을 ‘마샬발레’라 부르고 싶어했고, 실제로도 그렇게 부르고 있었습니다. 그때 저는 단호히 자신의 길을 갈 것을 다짐했고, 그때 명칭도 ‘태권무’라 정하고 예술 태권도를 향해 나서게 된 겁니다. 아마 그때 이준구 씨를 따라 나섰다면, 편안한 길을 걸을 수도 있었을 겁니다. ”
“비록, 추구하는 길은 서로 달리했지만, 아직도 이준구 씨를 존경하는 마음에는 변화가 없습니다.”
그렇게 이준구 씨의 가르침을 받게 된 그였지만, 서로가 추구하는 목표가 달라 스스로의 길을 선택하고, 그 당시 국내에서는 그 누구도 알아주지 않던 외롭고 다소 험난(?)하기까지 한 ‘태권무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는 이준구 씨의 가르침을 토대로 해 태권도의 기본동작에 무용적인 요소(한국무용, 현대무용, 발레 등)를 가미하여 태권도가 갖는 강인한 힘(각과 직선으로 이뤄진 힘)을 유선형의 힘(점, 선, 각, 호, 원, 나선형---무도의 방어개념에는 이 6개의 개념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으로 전환시켜서 모든 관객들과 감동과 환희로써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이른바 힘과 미과 조화된 <제 3의 예술>을 창안하고, 마침내 1981년 세종문화회관에서 ‘태권무 발표회’를 갖는다.
80년대 중반, 일본태권도협회장의 초청으로 일본을 방문하게 되면서부터 범 사범의 ‘태권무’는 국내에서의 활동을 잠시 접고 본격적인 외국 여정의 길을 걷게 된다.
“30대 초반이었던 저는 외국인들에게 태권도의 우수성을 보여주고자 하는 의욕이 지나칠 정도로 넘쳐 흐르고 있었죠. 일본에서 태권도 시범을 보일 기회가 있어서 몇 번의 시범을 보였는데, 도대체 태권도와 카라테가 어떻게 다르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만큼 카라테의 형과 태권도의 품새에는 유사한 동작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
그 후, 그는 태권도의 시범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그 무엇을 보여주기로 마음 먹었고,그가 창안한 ‘태권무’를 비장의 카드로 꺼낼 것을 결심했다. 그리고, 그 결심은 주요했다.
무대예술로 승화된 ‘태권무’는 일본에서 대단한 각광을 받았으며, 연일 각종 매스컴의 주목을 받기에 충분했다. 일본에서의 성공에 고무된 범 사범은 ‘태권무’ 해외 보급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일본, 미국, 중국 등지를 돌며, 제 3의 예술(무대예술)로 자리잡은 ‘태권무’를 보급시키던 범 사범의 ‘태권무’ 가 일대 전기를 맞게 된 것은 보스턴에서의 공연이 계기가 되었다.
“아마 2년 전쯤의 일로 기억됩니다. 미국 보스턴에서 ‘한미노인대학강좌’를 개최했는데, 우연히 제가 거기에 초청되어 가게 되었죠. 그때 제가 나름대로 공부한 한의학을 태권무에 접목시킨 ‘한기태권무’를 시범 보이게 되었는데, 관객들의 반응이 무척 좋았습니다. 그때부터 저의 ‘태권무’는 단지 저 혼자만 만족하는 무대예술로써의 ‘태권무’가 아닌, 생활체육으로서의 ‘태권무’로 거듭나게 된 계기가 된 것이죠.”
범 사범이 외국에서의 성공적인 삶과 안정된 기반을 뒤로 하고, 태권무의 국내 보급을 결심한 까닭은 국내에서 그의 태권무가 이제는 화려한 무대예술이 아닌, ‘생활체육’으로서 자리를 잡아갔으면 하는 작은 바람에서 기인하고 있다.
“침대에서 백년을 살아간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건강한 육체와 건강한 정신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저는 제가 가진 조그마한 힘이나마 노인들이 건강하게 오래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된다면 최선을 다해 그들을 돕고 싶습니다. ”
범 사범은 그런 자신의 꿈을 실천하고자 국내에서의 ‘태권무’의 보급도 ‘자원봉사활동’에 초점을 맞춰놓고 있다. 실제로 그는 이를 위해 노인과 주부 층의 수련인구 저변 확대를 위한 프로그램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으며, 매주 노인복지회관 등을 돌며 태권무 보급에 온 정열을 불사르고 있다.
그런 그의 노력이 작은 결실을 보게 된 것일까. 지난 10월 13일, 노년부 21개 팀이 참가한 ‘서울시장배 생활체조 경연대회’에서 그가 태권무를 지도하던 어느 노인복지회관 팀이 당당히 1위 수상의 영광을 안기도 했다.
그는 이러한 작은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앞으로도 변함없이 ‘다가오는 노령화 시대에도 온 국민이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게 자신이 가진 작은 힘이라도 보탤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할 것’이라는 작은 소망을 갖고, 오늘도 묵묵히 태권무 보급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문의: 범기철 태극무원02-882-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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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무에 관해 궁금한게 많아서요,,,,
전화했는데 연락이 안돼던데요,,,,
그리고,, 한기 태권무도 동영상으로 안보이고 해서,,,,
연락바랍니다,,,,2005-06-14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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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wq
2004-06-01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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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무는요~어디써요?
2003-02-05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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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의 푸켓에서 한국인 태권도장을 운영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주로 한국에서 오는 관광객들을 통해서 한국을 많이 알고 있는 곳입니다.
태국에도 태권도 협회가 생기고 서서히 유행을 타고 있음을 느낌니다.
주로 어린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은데 더 폭넓은 연령층으로 확산시키고 싶었습니다. 우연히 만나게 된 소식이 제게 큰 힘을 줄수 있었습니다.
우선 제가 태권무를 아는게 더 중요하겠네요.
한국의 태권무를 세계에 널리 알리는데 박수를 보냅니다.2002-11-25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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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대단하시네요....
저는 지금 태권도를 배우고 있거든요.
그런데 태권무라는 이름은 처음 들어봐요...
이 기회로 태권무라는 것을 자세히 알게 되었어요...
고맙습니다.
2002-11-10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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