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철 칼럼] 태권도 사범으로서 나이를 먹는 다는 것


  

연륜은 곧 아이들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

나이가 들어보니 "예전의 나같이 팔팔한 놈이 근처에 도장을 차린다면 내가 좀 밀리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런데 요즘 들어 이 생각이 하나씩 허물어지고 있다.

 

물론 젊음의 기동성과 세련된 감각을 쉽게 따라가긴 힘들겠지만, 교육이라는 측면을 두고 볼 때 자신의 마음을 다스려 수련생의 마음을 읽고, 그에 합당한 방향을 제시해주는 것은 지혜가 쌓인 연륜이어야지만 가능하다는 생각을 한다.

 

돈에 부합 한 과잉된 친절 역시 안 되고, 혈기 가득한 훈계 역시 수련생들에게는 도움이 안 된다.

두통이 있어 휴지로 머리를 감아줬더니 조금씩 기분이 좋아진다고 하는 수련생.

나는 요즘 내 직업에 대한 사명감을 느끼고 있다.

 

그간 내가 가졌던 의분이 헛되지 않게 작용했었던 까닭인지 모른다. 딱 내 분깃만큼만 최선을 다하다 생을 마감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도리다. 그래서 그것이 오롯이 자본에 협착하여 과잉된 서비스 말고 부모와 수련생의 기호와 상관없이 태권도가 갖는 힘과 인간으로 해야 할 도리를 바탕으로 수련생들을 마중하고 싶다.

 

그러나 나는 무술가인지는 의문이 든다. 이미 그 영역에서는 너무 멀리 멀어져 있지 않나 생각을 해본다. 열심히 수련은 하지만 정신만큼은 다른 무술가들에 비하면 부족하다. 기술이 앞설 수는 있으나 뿌리 자체는 많이 훼손된 게 사실이다. 그래서 앞으로 무도인이냥 무게 잡으면서 설레발 치지 않고, 그저 나의 분깃만큼만 성실히 임해야겠다.

 

예전 정지용 시집을 읽다 종이 사이로 손을 넣으니 꼭 이불을 덮고 있는 기분이었다. 종이 한 장으로 누군가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면 내 위치에서 나의 모습으로 열심히 살아야겠다.

 

비 오는 새벽 아침, 시끄럽게 매미 한 마리가 운다. 저 울음 그치면 생을 마감할 매미를 생각하니 그간 내가 얼마나 욕심을 부리면서 살았었나 반성을 해본다.

 

[글 = 정준철 관장 | bambe7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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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철
긍휼태권도장 관장

브랜드발전소'등불'대표
대한태권도협회 강사
TMP격파팀 소속
<도장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겠습니다>
#연륜 #나이 #정준철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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