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철 칼럼] 전의를 불태워라
발행일자 : 2020-06-01 11:18:05
수정일자 : 2020-06-02 20:49:06
[정준철 / bambe72@naver.com]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삶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면, 그 끝이 어딘지 궁금한 순간이 온다. 과학적 사실을 모르는 바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눈 앞에 펼쳐지는 풍경은 여전히 물음표가 가득하다. 세상에 존재하는 지식으로 설명되기보다는 나의 직관에 의해 발동되는 호기심이 좋다.
바다 끝이 낭떠러지라면 어떤 기분일까? 그 위에 우리가 서 있다면 어떤 기분일까? 영화에서 연출되는 낭떠러지 위에 차량이 걸쳐져 있는 씬은 보는 이로 하여금 아찔함을 선사한다. 그러나 우리가 그 차에 있다면 어떤 기분일까? 아찔함이나, 손에 땀을 쥐는 그 정도의 공포쯤은 아닐 것이다.
모두가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코로나 사태로 많은 이들이 낭떠러지에 내몰렸다. 그 곳에서 너도, 나도 절규하였다.
그런데 가만히 그 절규의 소릴 들으면 음색과 파장이 조금씩 달랐다. 누군가는 제도권을 원망하였고, 국가를 원망하였다. 누군가는 아이들에게 지도하듯이 참아냈고 누굴 탓하지 않았고 자신이 할수 있는 최선으로 버티고 있었다. 또 누군가는 그보다 더 크게 누군가를 위로하였다.
제도권의 문제는 오늘 내일의 문제가 아니다. 그러므로 제도권의 문제를 원망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피해 이전에 앞서서 문제를 제기해야 했다.
당장 이런 피해 앞에서 목의 핏줄을 세우며 성토하거나, 지저분한 댓글로서 피력한다는 것은 “내가 왜 태권도를 했고, 태권도 지도자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에 대해서 심도 있게 고민한 시간이 부족했는지 모른다.
우리가 코로나 이전에 지도자로서 영광을 누릴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의 피해를 감수하고 제도권의 문제를 제기하고, 태권도를 발전하고자 해외를 누비고, 사제 간의 명분을 올바르게 세운 선배 사범님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코로나 이후 우리가 그렇게 질타하는 제도권의 모습과 똑 닮아져 버렸다. 한순간에 민낯이 드러나고 말았다.
전쟁의 승리는 승리에 있지 않다. 전쟁은 한번으로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후일을 준비하는 부대야말로 전쟁에 승리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을 갖추게 된다. 그 준비에는 적의 장수를 판단하고 욕하는 것에 있지 않다. 무딘 칼을 갈고, 탄매가 낀 총열을 닦는 것에 있다.
이제 전의를 불태울 시간이다. 누군가를 원망해봤자 의미도 없다. 유리창에 묻은 손자국을 닦고, 그동안 운동하지 않았던 자신을 반성하며 다시 운동을 시작하고, 자존심으로 인하여 부모님들에게 친절하지 못했다면, 다시 친절하기 위해 노력하고, 감정에 따라 아이들을 대했다면 한결같이 사랑으로 대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그리고 내가 왜 태권도를 하고, 내가 생각하는 태권도 지도자는 어떤 모습인가를 누군가의 모습으로 고민하지 말고, 지극히 주관적으로 고민하여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작은 동네를 지키는 지도자로서 존재할 시간이다.
이제는 자존심과 권위를 내려놓고 아이들에게 가르치듯이 우리도 그런 모습으로 존재해보자. 코로나로 인해 낭떠러지 위에 서 있지만, 포기하지 말자. 재수있던, 재수 없던 서로를 볼 때마다 힘내자고 격려해보자. 그렇게 한다면 제도권의 모습을 닮았기보다는,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내용과 동일하게 존재하는 것이다.
코로나 이후를 위해 전의를 불태울 시간이다.
[무카스미디어 = 정준철 관장 ㅣ [중복이메일] | bambe7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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