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도장교육의 혁신과 변화는 사범의 말 한마디로부터 시작!
발행일자 : 2019-08-12 16:33:49
수정일자 : 2019-08-14 08:20:03
[임태희, 배준수, 윤미선, 양윤경 / tkdyms@naver.com]
[4차산업->라이프스킬->인성코칭 1탄!!] 한국스포츠과학원 KASS 임태희 원장, 현장 전문가 배준수, 양윤경, 윤미선 사범이 대화 형식으로 전한다.
양 사범: 교수님, 안녕하세요?
임 교수: 그래~ 저번에 표정이 좋지 않더니 최근에 무슨 일이 있었니?
양 사범: 사실은 얼마 전에 친구하고 말다툼이 있었어요. 그런데 교수님을 찾아뵙고 나서 그게 제가 공감을 제대로 못해서 일어난 일인 것 같아서 많이 힘들었어요. 이것 때문에 수련생과 학부모도 혹시 상처를 받지나 않았을까 생각하니 걱정이 앞섭니다.
임 교수: 그랬구나. 고민 많이 했나보네. 우리 천천히 차 마시면서 이야기 해볼까?
양 사범: 네. 감사합니다.^^
임 교수: 우리가 지난번에 공감이 무엇인지, 왜 중요한지에 대해서 이야기했었잖아. 공감은 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저절로 되는 것이라고도 했었지. 그럼 한 번 생각해보자. 공감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도 공감이 되는 척 해야 할 때가 너무나도 많아, 그렇지? 그럴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공감이 되지 않으니까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을 그대로 말해야할까? 양 사범이라면 어떻게 할 것 같아?
양 사범: 떠오르는 그대로 말하는 건 안 될 것 같아요. 아무래도 상대방이 이해받지 못했다고 생각할 수 있고, 이것 때문에 관계가 나빠질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지난번에 교수님께서 공감을 억지로 하면 안 된다고 하셨잖아요. 그래서 더 혼란스러운 것 같아요. 이도저도 못하겠다는 느낌이에요.
임 교수: 그래, 공감을 억지로 하는 것은 좋지 않아. 억지로 한 공감은 언젠가 상대방이 알아차리게 되거든. 가장 좋은 공감은 마음에서 우러나와 저절로 이루어지는 공감이지만 기술을 통해서도 공감에 도달할 수 있어.
양 사범: 기술이요? 그게 가능한가요? 진심이 아니면 상대방이 알아차리게 된다고 하셨잖아요?
임 교수: 억지로 하는 공감을 알아차릴 수 있다는 거지. 상대방을 위해서 적절한 대화기술을 사용해서 공감을 얻는 것이 나쁘다는 뜻은 아니었어. 달리 생각하면 대인관계의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위한 ‘말기술’이라고도 할 수 있지! 적당한 말기술을 잘만 사용한다면 오히려 상대방이 이해받고 있다고 느끼게 하거나 대화의 요점을 정리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되지.
양 사범: 공감을 얻기 위한 말기술은 오히려 대화에 도움이 된다는 말씀이신 거죠? 그런데 이렇게만 들어서는 말기술이 뭔지 모르겠어요. 좀 더 자세히 알려주시겠어요?
임 교수: 하하하∼ 그래, 사실 말기술은 심리상담의 상담기법에 해당하는 거야. 양 사범이 조금 더 친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 말기술이라고 했던 거지. 상담기법은 사실 무궁무진하거든. 오늘 다 이야기하기는 힘들 테니 하나씩 알아가면서 양 사범의 주변사람이나 도장에서의 수련생 또는 학부모에게 적용해보면 좋을 거야. 아참! 안다고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건 아니야. 알고 있지? 계속 연습하고 적용해보고 실수 하면서 배워가는 거야. 이점 잊지 않길 바란다.
양 사범: 그럼요. 26년 넘게 써오던 말투가 어떻게 하루아침에 변하겠어요. 계속 써보면서 노력해야겠죠. 그래도 상담기법을 배우는 것부터가 시작 아니겠습니까?
임 교수: 그렇지! 이제야 표정이 좀 밝아지는구나. 그럼 오늘은 공감을 위한 대표적인 상담기법 한 가지에 대해서 이야기해줄게. 양 사범, 대화는 어디서부터 시작될까? 말을 하는 것부터가 시작일까? 아니면 말을 듣는 것부터가 시작일까?
양 사범: 대화의 시작이라∼ 말을 하는 것부터 시작 아닐까요? 말을 해야 대화가 오갈 수 있을 테니까요.
임 교수: 말을 하는 사람은 있는데 말을 듣는 사람이 없다면 과연 그게 올바른 대화일까? 혼자서 하는 말은 대화가 아니라 ‘혼잣말’ 또는 ‘독백’이라고 하잖아. 그만큼 대화는 듣는 사람이 중요한 거야. 사람이 말을 할 때 집중해서 상대방의 말을 잘 들어주는 것을 ‘경청’이라고 하지.
양 사범: ‘경청’이라는 상담기법은 사람이 하는 말을 잘 듣는 것이라는 거죠? 근데 교수님, 대화할 때 경청해야 된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것 아닌가요?
임 교수: 맞아, 그런데 간혹 경청은 끝까지 잘 들어주는 것이라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지. 사실 경청은 잘 듣는 것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말 속에서 핵심내용을 포착하는 것, 그 의미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 그리고 내가 이해한 것을 상대에게 돌려주는 것을 포함하거든.
양 사범: 경청은 잘 들어주는 것을 넘어서 대화의 핵심내용과 의미를 알아야 한다는 거군요. 근데 다시 돌려준다는 건 어떤 거예요?
임 교수: 다시 돌려준다는 건 내가 상대방의 말에 대해서 이해하고 해석한 것을 확인하기 위한 작업이라고 할 수 있어. 나와 상대방의 관점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나의 해석이 틀릴 수도 있거든. 다시 말하면 상대방이 생각하고 느끼는 감정은 어찌됐든 상대의 관점에서는 진실이라는 거야. 그래서 들은 것을 상대에게 돌려주는 과정은 경청을 위해 꼭 필요해!
양 사범: 대화는 상대의 관점에서 경청하고 바라봐야 한다는 거군요. 쉬울 것 같지만 매번 그렇게 대화를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임 교수: 올바른 경청을 위해서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지. 그래서 잘 듣고 있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겉으로만 듣고 있는 경우가 많아. 그리고 상대방의 말을 듣고 싶은 것만 듣는 경우도 많고. 이런 경우 상대의 말 속에 숨겨진 내용이나 의미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억지로 공감하는 척을 하게 되는 거야.
양 사범: 아~ 그래서 경청을 하면 상대의 말에 대한 의미를 정확하게 알 수 있으니까 저절로 공감을 하게 된다는 거군요.
임 교수: 맞아, 양 사범 역시 이해가 빠르네! 그럼 이제 적용을 해봐야겠지? 도장에서는 언제 경청을 할 수 있을까?
양 사범: 수련생이나 학부모들의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들어야 하니까 아무래도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 가능하겠죠? 물론 상담실도 있으면 더 좋구요.
임 교수: 물론 시간적 여유와 쾌적한 환경의 상담실이 있다면 좋겠지만 그게 도장에서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양 사범: 불가능하진 않지만 쉽지도 않을 것 같아요. 한 명의 수련생에게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에는 너무 많은 제약이 따를 것 같아요. 꽉 차여진 수련시간과 차량운행 스케줄 그리고 많은 수련생들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거의 불가능하죠. 상담실도 조용하게 상담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고요. 생각해보면 태권도장은 상담을 적용하기가 너무 어려운 것 같아요. 무엇보다 사범들에게 상담을 전문적으로 가르쳐주는 곳이 없기 때문에 배울 수 있는 기회도 없어요. 저는 오늘 교수님께 경청이라는 기법을 배웠지만 사실 도장에서 적용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지는 않는 것 같아요.
임 교수: 어떤 점에서 확신이 들지 않는 거지?
양 사범: 현실적으로 와 닿지가 않아요. 그래서 ‘과연 도장에서 경청을 사용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어요. 아까 말씀드렸던 것처럼 도장은 시간적, 환경적인 제약이 많이 따르거든요.
임 교수: 그럼 경청을 30초 만에 할 수 있다면 어떨 것 같아? 아니 10초라도 가능할 수 있다면?
양 사범: 경청을 어떻게 10초 만에 해요?
임 교수: 경청은 무조건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이 아니야. 오가는 한 마디 속에서도 상대가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를 파악할 수 있지. 예를 들어볼까? 한 수련생이 친구와 다투고 와서 우울한 표정으로“사범님 저 오늘 친구랑 싸웠어요.”라고 얘기할 때 “왜 싸웠어?”가 아니라 “그래서 기분이 안 좋아 보였구나.”라고 한다면 이건 경청이 되는 거야. 생각보다 간단하지?
양 사범: 이게 경청이라구요? 무슨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어요.
임 교수: 올바른 경청에는 두 가지 조건이 있어. 첫 번째는 상대의 자세, 표정, 제스처, 목소리 등의 비언어적 표현을 관찰하고 읽을 수 있어야하고, 두 번째는 상대의 언어적 메시지를 통해 숨겨져 있는 ‘진짜 메시지’를 찾을 수 있어야 해. 예시에 적용해서 생각해볼까? 수련생이 “사범님 저 오늘 친구랑 싸웠어요.”라고 이야기했을 때 “왜 싸웠어?”라는 반응은 비언어적 표현과 숨겨진 진짜 메시지를 파악하지 못 한 거야. 반면, “그래서 기분이 안 좋아 보였구나.”라는 반응은 수련생의 우울한 표정을 고려하고 자신의 속상한 마음을 알아달라는 수련생의 숨겨진 메시지를 파악한 것이기 때문에 경청이 되는 거야.
양 사범: 아~ 경청을 위해서는 비언어적 표현 관찰과 진짜 메시지 탐색이라는 두 가지 조건이 중요하다는 거죠? 그런데 말투가 조금 오글거리는 것 같아요.
임 교수: 하하하∼ 익숙하지 않아서 그럴 수 있지. 우리가 새 옷을 입으면 처음엔 어색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익숙해지잖아. 말기술도 마찬가지야. 양 사범, 익숙하지 않다고 도전하지 않으면 결국 도태되는 거야. 태권도 교육환경과 사범 역할도 변화할 때가 됐어. 이제 주먹구구식의 교육은 안 통해. 사범의 말 한마디가 수련생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다고 생각해봐. 그래서 사범이 먼저 변해야 하는 거야. 그렇게 되면 태권도장은 자연스럽게 변하게 돼 있어.
양 사범: 교수님 말씀이 맞습니다. 시대가 많이 변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인 것 같아요. 과거에 통용되면 말이나 행동들이 이제는 용인되지 않는 사례들이 넘쳐나고 있잖아요. 저는 나름 시대에 발 맞춰서 변하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아직 멀었네요.
임 교수: 아까 양 사범이 말했던 것처럼 이제 시작일 뿐이야. 아까 내가 예를 들어줬던 것은 정말 빙산의 일각이야. 저런 식으로 경청을 할 수 있다는 거지 그게 정답은 아니야. 중요한 것은 오늘부터 배우는 상담기법을 양 사범만의 스타일로 소화해서 현장에 적용하는 거야. 모든 사람은 성격이 다 다르잖아. 말투도 똑같아 도장의 특성, 사범의 성격, 수련생과 학부모의 유형 등에 따라서 다르게 적용할 수 있어야 해.
양 사범: 네, 명심하겠습니다. 생각에 그치지 않고, 즉시 도장과 제 삶에 적용해보겠습니다. 상담은 아는 것보다 실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단 생각이 듭니다.
임 교수: 당연하지! 그러니까 한 주 동안 경청을 잘 적용해보고 다음 주에 다시 보자.
양 사범: 알겠습니다.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무카스미디어 = 임태희, 배준수, 윤미선, 양윤경 기자 ㅣ tkdym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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