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희 칼럼] 태권도는 약한 상대와만 붙어왔다!?


  

태권도, 이종격투기에서 이기면 ‘상대방이 너무 약하다’라고 지랄같이 달려드는 이유는?

각종 무술 관련 플랫폼과 커뮤니티를 살펴보면 이종(異種) 격투에 대한 자료가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물론 최근에는 종합격투기(MMA)라는 것으로 격투 체계가 통합되어 이런 자료가 줄어들었지만, 예전에는 정말 많았다.

 

무술 VS 무술...

 

이러한 자료들이 올라오며 태권도가 타 무술에 지는 모습을 보이게 됐고, 덕분에 태권도가 약하다는 평을 많이 듣게 되었다.

 

이런 평가를 한 사람들의 말이 과연 옳은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실이다.

 

맞다. 약해서 진 것이다.

 

그런데 그것은 그 순간’, ‘그 사람이 약해서 진 것일 뿐이다.

 

싸움은 상대적이다. 그것이 무술의 우열을 가릴 만큼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물론 해당 무술을 익힌 사람에게 큰 영향력을 끼치겠지만 말이다.

 

태권도를 수련한 사람이 타 무술을 수련한 사람에게 졌던 것은 다시 말하지만 타 무술을 한 사람보다 약해서 진 것이 맞다.

 

그런데 이것은 소위 실전을 강조하는 사람들이 최고의 무대라고 생각하는 UFC에서도 마찬가지고 주짓수, 무에타이, 복싱, 레슬링 등 어디서나 마찬가지다.

 

약한 사람이 강한 사람에게 진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이제부터다.

 

태권도가 지는 모습도 있지만, 이기는 모습도 많다. 태권도인 자체가 이기는 모습도 종종 있지만, 태권도 기술을 부분적으로 사용해서 이기는 경우도 많다.

 

이런 경우에 사람들의 평가는 가지각색이지만 다음과 같은 평가가 눈에 띈다.

 

상대방이 너무 약했다.”

 

, 태권도인과 싸워 진 사람이 너무 약해서 태권도에 졌다는 것이다.

 

무조건 신토불이(身土不二)가 최고라고 하며 편들어도 문제지만, 가끔은 너무 한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들에게 태권도가 도대체 무슨 잘못을 했다고 자국의 무도를 그렇게 박하게 자학적으로 평가하는지 모를 일이다.

 

그렇다. 태권도인과 싸운 그 사람들이 약해서 진 것이 맞다.

 

그러나 앞서 설명했듯이 그것은 다른 무대에서도 마찬가지다. 어차피 격투 승부란 승패로 나뉜다. 그리고 이긴 사람은 강한 것이고, 진 사람은 약한 것이다. 이게 당연한 것이지, 새삼스레 강조할 일인가.

 

그런 무대에서 경기를 치르기 위해선 보통 선수들의 수련 기간, 전적, 체급 등을 맞춰 동등한 상황에서 싸우게 한다. 그 이후의 결과는 선수들에게 달린 것이다.

 

태권도인이 졌다면 진 것이고, 이겼다면 이긴 것이지.

 

거기서 졌다면 역시 약하다라고 득달같이 달려드는 이유는 무엇이고, 이기면 상대방이 너무 약하다라고 지랄같이 달려드는 이유가 무엇인가.

 

이런 반응은 다른 나라도 아니고, 특히 한국에서 한국인들에게 많이 나타난다.

 

가만히 보면 이런 모습을 보고 외국인들도 배우는 것 같다.

 

현재 2페이지 가량 글을 써 내려가고 있는 중이다. 여기까지 보신 태권도인들은 혹시 무슨 생각이 드시는가? 나의 글을 공감하시고, 이해하고 계시는가?

 

아니면,

 

나는 품새와 시범을 하니까 상관없다.’

 

혹은

 

도장업으로 먹고 사는 문제 때문에 신경 쓸 필요도 없는 글이다.’

 

라고 생각하고 계시는 것은 아닌가?

 

위와 같이 비상식적인 평가를 하는 사람들도 문제지만, 그런 이미지를 만든 것은 안타깝게도 우리 태권도인들이다. 이런 평가는 우리의 미래가 될 수도 있다.

 

요즘처럼 정보가 열려있는 시대에 이런 대중들의 평가는 태권도 이미지에 매우 좋지 않다. 아이들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데, 청소년이나 성인들이 다들 주짓수나 격투기 체육관에 몰리면 태권도의 입지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심지어 타 무술들도 점점 아이들을 타겟팅으로 하고 있다.

 

최근 모 개그맨이 태권도를 체험하는 영상을 유튜브에서 본 적이 있다. 체험을 도와주는 태권도인들은 현역 품새 선수인 대학생들이었다.

 

모 개그맨이 물었다.

 

태권도 선수시니까, 싸움 잘하겠네요?”

 

저희는 품새나 시범을 해서 달라요...”

 

아아~ 싸우는 거랑 다르다?”

 

... 스텝이 꼬인다...

 

똑같이 몸을 쓰는 사람이지만 무용(舞踊)하는 사람에게 싸움 잘하시겠네요?'라고 묻는다면 무용이 싸움이랑 무슨 상관이냐!’며 개소리하지 말라고 할 수나 있을 텐데.

 

품새랑 시범만 해서는 실제 겨루는 것과는 분명 다르니 싸우는 것에 자신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이것도 분명 태권도이고, 무술이기 때문에 격투 기능에 무용(無用)하다는 것도 인정할 수 없으니 여러모로 스텝이 꼬일 수밖에 없다.

 

보시는 분들이 오해하실까 봐 말씀드리지만 내 생각에 태권도는 가장 현대화되고, 대중화된 무술 문화라 생각한다. 싸우기 싫어하고 싸움과 관련 없는 사람들도 부담 없이 하며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최고의 움직임 문화 체계이다.

 

하지만 최소한 무술이라는 정체성을 유지하고,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면 강함의 이미지를 회복하고 개선하는데 노력을 함께 했으면 좋겠다.

 

품새 시합 나가고, 시범 공연하느라 바빠 죽겠는데 격투기도 하면서 싸우라는 소리가 아니다최소한의 관심이라도 가지고 이쪽 세계에서는 '이런 말들이 나오며 이렇게 돌아가는구나' 정도만 알고 지켜보면 좋겠다.

 

그러면 언젠가 서로 도울 일이 있지 않을까.

 

[글 = 이동희 사범 ㅣ jsrclub@nav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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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희
이동희 태권도 관장
이동희 실전태권도 저자
실전태권도 수련회, 강진회强盡會 대표
대한태권도협회 강사
#태권도 #실전태권도 #이동희 #격투기 #종합격투 #종합격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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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힐

    이야~ 지금까지 본 칼럼 중에 제일 재밌습니다! 앞으로도 꾸준히 글 써주세요!!
    -칼럼 보다가 이동희 사범 팬 된 1인-

    2019-08-01 18:04:23 신고

    답글 0
    • 이동희

      감사합니다^^ 부족하지만 앞으로도 제 주장을 자신있게 펼치도록 하겠습니다.

      2019-08-06 13:24:12 신고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