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철 칼럼]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지도자들에게


  

정준철의 태권도 바로가기 - 별처럼 빛나는 태권도 지도자

오해의 여지가 있지만, 꼭 이야기하고 싶다.

 

의사는 칼을 들어 생명을 살린다. 그 가치가 대단하여 사회적으로 높은 사회적 신분을 유지한다. 그러나 거기에 욕심이 더해지면 상품성 있는 의사로서 존재하게 된다.

 

하지만, 신념 이전에 의사라는 직업은 돈을 많이 버는 직업이다. 신념 이후더라도 결국은 돈을 벌게 되는 직업이다. 신념과 돈, 돈과 신념이 공존하는 직업이다.

 

이국종 교수의 업적을 통해 그의 신념이 빛나고 있다. 대단하고 존경스럽다. 그러나 나는 다른 별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 신념 이후에 돈이 없는 부류들이 있다. 내가 아는 시인들도 그렇고 내가 아는 운동하는 사람들이 그렇다. 성실과 노력이라는 범주에 자리 잡고 있는 ‘얼마만큼 잤느냐?’로 평가하더라도 종종 그들이 더 앞선다.

 

나의 직업군에서도 아무리 신념이라고 치장해도 결국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인 사람들이 넘쳐난다. 지금 나는 시를 안 쓰기에 시인은 모르겠고, 운동하는 사람들이 주로 신념이라 말하는 것들 중 태권도의 전통은 무엇이니, 어디 대회에서 입상했느니, 놀이 태권도는 문제가 있다느니, 난 새벽까지 자지 않고 버티고 있다느니, 하는 대부분의 이야기는 신념의 표방이 아닌 협소한 자기애를 드러내는 것이 고작이다. 신념은 자신의 옮음을 증명하기 위해 비판하기 쉬운 상대를 자신의 반대편에 놓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내가 아는 몇몇은 그런 비판 없이도, 돈을 벌지 못하더라도 자기가 택한 길을 묵묵히 가고 있다. 아이들 지도에 있어 방법론을 논하는 순간 자가당착에 빠진다.

 

“100명에게 통했으니 이 방법이 맞습니다.”라고 한다면 진심으로 한 영혼에 대한 애정이 없다고나는 생각한다. 누군가를 가르치는 것은 객관성도 아니고 주관성도 아니고 내가 바르다고 생각 하는 것을 포기하고 그 아이의 존재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 순간 빅뱅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국종 교수를 보고 배 아픈 게 아니다.

다만, 왜 이 세상은 각자 자신의 자리에서 저마다 자신의 빛을 내는 별처럼 살 수 없는가에 대한 회의감을 말하고 싶다.

별은 서롤 비교하지 않는다. 자신의 역량만큼 빛을 내고 있다.

지구는 거대하지만, 우리의 지구는 당장 우리의 허기에 존재하고 있기 때문일지 모른다. 그럼에도 SNS상에 온갖 넘쳐나는 양념과도 같은 자기 포장이 아니어도 조용히 자신에게 맡겨진 아이들이 이 세상에 전부인 것처럼 지도하는 많은 지도자에게 위로를 표하고, 그들의 삶이 옳은 것이라고 힘주어 응원하고 싶다.

 

다음 생에는 태권도를 통해 아이들을 변화시키겠다는 신념 있는 지도자들이 돈을 많이 버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의사나, 변호사나 더 높은 사회적 가치를 획득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진입장벽이 높은 직업군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번 칼럼은 예전에 써둔 글을 옮기면서 마치겠다.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요즘이다.

그러다 쉼표가 필요했던지 몸살로 하루를 온전히 집에서 보낸다.

성실을 이야기할 때 우리의 표현은 시간의 굴레에 갇힌다.

 

잠을 자지 않았거나

몇 시간을 운전했거나

휴일에도 무엇 한다거나

그리고 결국은 다시 힘을 내겠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때로는 사진을 찍고

때로는 새벽 시간에 글을 남겨 증명한다.

며칠째 잠을 자지 못한다고 떠든다.

몸살로 비몽사몽 가운데 아내의 7시 풍경을 보았다.

두 딸로 정신이 없는 모습을 본다.

 

“여보가 없을 때 난 항상 이래.”

 

우리의 성실은 어쩌면 나를 드러내고자 하는 지극히 이기적 태도가 아니었나 생각을 해본다. 그래서 그렇게 열심히 살고 있다고 잘난 척하고 싶은 게 아닌가 생각을 해본다.

 

그 이면에서 누군가는, 누군가에게 증명되지 않는 희생을 오롯이 고독하게 홀로 감당하고 있다는 사실에 나의 그 성실들이 얼마나 졸렬하고 유치한 건지 느껴본다.

 

우리의 모든 성실이 결국 나를 드러내기 위한 얄팍한 수단이었음을 인정하게 만든 하루였다.

무엇이 내게 정말 중요한 걸까?

타인을 고통을 돌보지 않는 성실이 정말 성실의 의미일까?

주말에도 나가서 일하는 것이 과연 성실일까?」

 

[글 = 정준철 사범 | bambe7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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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철
긍휼태권도장 관장

브랜드발전소'등불'대표
대한태권도협회 강사
TMP격파팀 소속
<도장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겠습니다>
#신념 #성실 #정준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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