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희 칼럼] 기본적인 돌려차기도 차는 사람마다 다르다!


  

[치고! 막고! 이동희의 주먹 이야기] 3편 - 돌려차기 하나를 하더라도 100명의 선수가 있다면 100명의 선수 모두가 다르다.

태권도를 계속 수련하며 다양한 무술을 익혔다.

 

전편에서 이야기 한 바와 같이 무에타이를 익히며 입식타격 선수시절을 보내기도 했다.

 

그 외에 현동무(玄同武)라고 하는 복식호흡을 기반으로 한 전통무술을 깊이 수련했고, 결련 택견을 익혀 3급 지도자를 취득하기도 했다.

 

그리고 러시아의 특공무술이라 불리는 시스테마, 이스라엘의 특공무술이라 불리는 크라브 마가의 지도자 자격증을 취득했다.

 

또한, 잠깐 배워 지금은 거의 기억나지 않거나 개인적으로 필요한 부분만 취해 익힌 무술만 나열하자면 다음과 같다.

 

주짓수, MMA, 검도, 유도, 펜싱, 복싱, 레스링, 극진가라데...

 

그 외에 무술은 아니지만 몸을 사용하는 법과 단련법을 익히기 위해 여러 운동들을 섭렵했다. 고대 전사들의 수련법이라 불리는 메이스벨, 스톤리프팅, 페르시안 밀 그리고 현대화 된 클럽벨과 케틀벨, 몸을 인지하고 이완과 통합을 이루는 소마틱스 등이다.

'이동희 태권도장'에서 페르시안 밀 세미나가 끝나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혹자는 말한다. 내가 하는 태권도가 태권도가 맞느냐고.

 

그러면 나는 이야기 한다.

 

태권도에 있는 기술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태권도가 맞다고.

 

필자는 다른 무술을 시작하기 전에 이미 십 년이 훨씬 넘는 기간 동안 태권도를 계속 수련해왔다. 그것도 대충 한 것이 아니라 겨루기, 품새, 시범 모든 종목에서 선수생활까지 하며 깊이 있게 수련했다.

 

상황이 이런데 내가 다른 무술을 배워서 그 영향을 받고 응용을 한다고 한들, 오히려 그 다른 무술을 익혔을 때 거기에 태권도의 색과 움직임이 거꾸로 들어가지 않고 배기겠는가.

 

내가 태권도라고 주장하는 것들은 모두 태권도 교본과 품새, 기술체계 등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손기술을 하거나 넘어트리는 유술적 기술을 해도 ‘국기원 태권도 정식 교본’에 있는 내용을 기반으로 한다는 것이다.

 

뜬금없이 주짓수의 ‘트라이 앵글’ 초크를 하며 이를 ‘누운 겨루기’ 등으로 부르며 태권도라 주장하지는 않는다.

돌려지르기라는 기술 개념이 분명 태권도에 있다. 이 기술은 복싱에서 ‘훅’이라 불리는 기술로 킥복싱, 무에타이 등 손을 쓰는 무술이라면 어디에나 있는 기술 개념이다.

 

무술 이름은 다르지만 이 기술이 서로 얼마나 차이 날까?

 

물론 무술마다 힘을 쓰는 방법이나 디테일한 부분이 다르다고 이야기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점을 나도 알기에 같은 기술이라도 태권도化 시켜 기존의 태권도 기술 특성과 싱크로가 적합하도록 개량을 하는 과정을 거치긴 한다.

 

선수부 제자와 겨루며

그러나 굳이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 하여도 이는 태권도 기술이다. 어느 정도만이라도 실전(경기)을 경험해 보고 수련을 해 본 사람들은 모두 본능적으로 이런 사실을 안다.

 

예를 들어 필자가 경기 겨루기 선수를 했을 당시 모두 열심히 훈련 하고, 이기기 위해 기술과 전술을 개발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각 사람에게 적합한 기술들이 장착된다. 겨루기 선수를 해 보신 분들이라면 모두 동의하실 것이다.

 

돌려차기 하나를 하더라도 100명의 선수가 있다면 100명의 선수 모두가 다르다. 100가지 돌려차기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이 이 다른 100가지 돌려차기를 수많은 상황에 다른 모양으로 바꿔서 응용 한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태권도이다. 그렇지 않은가?

 

그렇다면 돌려지르기 하나를 가지고 ‘어떠한 특정 이론, 방법론이나 수련형식으로 해야만 태권도다.’ 라는 말이 얼마나 성립이 안 되는 허무맹랑한 것인가! 이런 것을 가지고 꼬투리를 잡고 깎아 내리는 사람들이 있다.

 

죄송한 말씀이지만 이런 분들은 좀 더 경험을 해보고 생각을 해보셔야 한다. 보통 직접 겨루는 경험이 많지 않고 형식적인 폼(Form)만 수련하여 ‘이것이 곧 어떤 무술이다.’ 라고 고착화 되었을 때 이런 편협한 시각을 갖기 쉽다.

 

자, 같이 생각해 보자.

 

최근 마블 시리즈 영화가 유행하고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다.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 시리즈에는 평행우주라는 개념이 있다.

 

이는 실제로 과학계에도 있는 이론으로써, 우리의 선택에 따라 차원이 갈라지며 다른 우주가 펼쳐진다는 것이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아직은 모르겠지만...)

 

예를 들어 내가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따듯한 아메리카노를 가지고 고민을 하다가 어느 한 가지를 선택했을 때 그만의 우주가 펼쳐지며 역사가 이어진다는 것이다. 즉, 내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선택한 우주와 따듯한 아메리카노를 선택한 우주 두 개가 각각 펼쳐지는 것이다.

(필자가 워낙 천학(淺學)이라 잘 이해하고 말한 건지는 모르겠다. 만약 틀린 점이 있다면 양해 부탁드린다.)

 

자! 그렇다면 우리 이런 상상을 해보자.

 

우리 선배들이 태권도 경기 겨루기의 규칙을 제정하는 과거로 돌아가 보자. 이때 경기 겨루기의 규칙이 태권도 기술 체계에 있는 내용을 기반으로 다음과 같이 결정됐다고 생각해 보자.

 

1. 얼굴을 주먹으로 타격이 가능하지만 글러브를 착용한다.

2. 하단차기가 허용된다.

3. 무릎과 팔꿈치로 공격이 가능하다.

4. 근접 상황에서 몸싸움이 가능하며 넘어트리는 것도 가능하다.

 

이상의 규칙으로 태권도의 경기 겨루기가 제정된 또 다른 평행우주의 지구가 있다.

 

사실 규칙이 딱히 말이 안 되는 것도 아니다. 태권도 교본을 단 한 번이라도 보신 분들을 알고 있겠지만 위에 있는 규칙들은 모두 태권도 기술에 있는 것들을 기반으로 한 것이다. 심지어 품새에도 다 나온다. 그렇지 않은가!

 

자, 이쪽 세계의 태권도는 아마 도복만 입었을 뿐이지 지금의 무에타이와 동일한 모양으로 발전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것은 무에타이인가? 태권도인가?

 

...?...

 

음?

 

내친 김에 다른 평행우주도 한 번 살펴보자.

 

이곳에 사는 한 태권도인은 태권도 교본을 보며 수련 중이다. 아직 기술이 발달되지 않아 인터넷도 없고 그저 책을 보는 것이 정보를 취득하는 방법의 전부이다. 이 태권도인은 타고난 능력이 손이나 발로 타격하는 것에는 영 재능이 없다. 그런데 태권도 교본을 보던 중 업어치기 기술과 넘기기 기술들을 보게 되었다(실제로 태권도 교본에 있다.).

 

‘아니! 이런 기술들이 있었다니!’

 

이 태권도인은 이 기술들만 집중적으로 파고들어 수련하고 연구하기 시작했다. 몇 년 후 이 태권도인은 현재 우리 세상의 유도나 주짓수와 같은 형태의 기술을 구사하는 사람으로 완성되었다.

 

자, 이야기 해보자.

 

이 사람은 유도인인가? 주짓수인인가? 아니면 태권도인인가?

 

필자 생각에 본인은 태권도인이라 믿어 의심치 않을 것 같은데...

 

자, 다시 우리 세상의 지구로 돌아오자.

필자가 초등학생 때 학교에서 어쩌다 옆 반 대장과 싸우게 됐을 때 배운 게 태권도밖에 없어 발차기로 가격을 했다. 아무래도 경기가 아니다보니 강하게 차기 위해 크게 ‘휙!’ 휘둘러 차서 쓰러트린 적이 있다.

 

이땐 인터넷도 뭐도 없을 때다. 다른 무술에 대한 정보가 없었다.

 

훗날 와서 생각해보면 이 발차기는 내가 무에타이를 수련할 때 배운 것과 똑같았다.

 

그럼 나는 무에타이를 한 것인가? 아니다. 난 분명 태권도로 싸웠다.

어떤가?

 

독자 여러분들 생각은 어떠신가?

 

어떠한 특정 기술로 무술을 구분하는 것이 과연 가능한가? 합당한가?

 

필자는 그러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필자가 타 무술을 배우며 태권도를 연구하기 위해 위와 같은 고민을 매우 많이 했다. 그러면서 인식과 개념의 틀이 계속 벗겨지고 깨지는 경험을 반복하게 됐다. 

 

아마도 태권도만 수련했으면 불가능 했을 것이다.

 

그러면서 얻은 결론은 특정 무술이라는 것은 우리의 머릿속, 즉 관념에서만 존재한다는 것이다. 무술의 대한 정체성은 결국 우리 각자의 마음이 결정하게 된다. 내가 태권도인이라는 자부심과 자존감, 그리고 그를 행하는 정신과 행동에서 이것들이 태권도라고 결정하게 된다.

사실 기술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무술을 기술로 판단하여 구분하려고 한다면, 어떠한 특정 기술이 어느 무술이라고 정의하기 위해 계속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사실 무술에 대한 구분이 없어진다.

 

남는 것은 그저

 

 

이 한 글자뿐이다.

 

모든 무술이 그저 치고받고, 부딪치고, 뒹구는 것으로 똑같이 보이는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는 겨우겨우 생각의 단계를 좁히고 좁혀야 무술과 무술을 구분하고, 기술로 구분할 수 있게 된다. 

 

태권도 발기술과 다름이 없는 기술을 구사하는 타 무술인들을 생각해 보자. 특히 가라데에서 많이 보이기도 하고, 어떤 전설적인 무에타이 선수는 나래차기를 매우 잘 구사하기도 한다. 태권도의 영향을 받았을 수도 있지만 독자적으로 했을 수도 있다. 이건 모르는 일이다.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적어도 필자 주위에 무술의 종류를 떠나 일정 단계 이상으로 수련하고 겨룸을 해보신 분들은 모두 이상과 비슷한 결론에 도달하고 인정하고 계신다. 그저 그 안에서 본인이 수련한 무술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활동하실 뿐이며, 그 와중에 ‘그나마’ 본인의 무술에서 특기할만한 기술(혹은 수련 형식)들을 특징으로 삼을 뿐이다.

 

마치 태권도 특징이 발기술인 것처럼.

 

이십대 중반 즘, 필자는 나름 위와 같은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그렇게 싸울아비라는 실전태권도 동아리를 만들어 활동하고, 학교의 여러 공연에서 주인공도 하며 재밌게 잘 지내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수업에서 손기술에 대한 과제를 받게 되어 영상을 촬영해 올리게 되었다.​​​​​

 

(위 영상은 2014년 당시에 만들어진 것을 재편집 한 것)

 

그렇게 내 인생의 진로가 결정될 줄 사실 생각지도 못 했다.

 

 

[글 = 이동희 사범 ㅣ jsrclub@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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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희
이동희 태권도 관장
이동희 실전태권도 저자
실전태권도 수련회, 강진회强盡會 대표
대한태권도협회 강사
#태권도 #무술 #무예 #무도 #평행우주 #실전태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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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관장

    이동희 사범, 글 너무 좋습니다. 자신만의 소신을 가지고 행동하는 모습 보기 좋아요. 응원합니다.

    2019-05-09 16:51:33 신고

    답글 0
    • 이동희

      응원 감사드립니다^^

      2019-05-09 18:40:41 신고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