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철 칼럼] 어린이날 선물은 어린이 눈높이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


  

[정준철의 태권도 바로가기] 어린이집과 태권도장, 내가 보기에 불편한 것들

아이를 키우면서 무의식적으로 확장되는 영역들이 있다.

가장 민감하게 작용했던 부분이 어린이집 혹은 유치원 선생님, 원장님 이었다.

그들의 표정과 단어 한마디에 따라 이곳이 어떤 곳일지에 대해서 판단하게 된다.

 

어쩌면 이것은 평생 그럴지도 모른다.

 

둘째 딸아이를 데려다주면서 본 선생님의 인상은 그다지 좋지 못했다. 인사도 시원치 않았다. 그런데 내가 보기에도 예민한 둘째 딸아이가 잘 적응하면서 다녔다.

 

사실 내가 좀 더 지혜로웠다면, 그것 자체로 내가 느끼는 감정 보다는 아이가 잘 적응하고 있다는 사실이 진짜임을 알아차렸어야 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부모이기 이전에 자기 시각에 갇혀 사는 협소한 인간이었다. 이것이 최대의 약점이다.

많은 어른들은 아이보다 본인의 감정으로 세상을 사는지 모른다.

이사를 하고 옮긴 어린이집에서 둘째가 적응을 못한다.

 

그런 소식이 어쩌다 이전 선생님께 전해졌다. 그리고 이전 선생님이 아내에게 둘째가 걱정 된다고, 잘 적응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는 연락을 했다고 한다. 고마운 일이다.

 

도장에서 수업 중간에 전화가 오거나 문자가 오면 나는 예민해진다. 이 순간에 전화를 받거나 답장을 한다면 수련생들에게 최선을 다하지 않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답장의 내용이나 전화의 내용이 퉁명스럽다.

 

내가 상당히 불쾌하고 불편하게 여겼던 둘째 어린이집 선생님처럼 우리 학부모님들은 나를 그렇게 볼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전화 받고 문자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도장에는 개인의 아이 말고도 여러 아이들이 함께 어울려 지내고 있다.

아이를 키우면서 무의식적으로 확장되는 영역들이 있다. 지금 당장 내가 보기에 불편한 것들과 내 아이와는 아무런 연계성이 없는 것이다. 그건 그냥 내가 불편한 것이다.

 

둘째 선생님은 당장 내게 인사하는 것 보다는 키 작은 내 아이를 바라보는 것에 집중했는지 모른다. 나의 무례함은 모른 체 오롯하게 내가 느끼는 감정에 따라 선생님을 판단한 사실이 무척이나 부끄럽다.

 

어린이집은 아이를 위해 보낸 곳이고 태권도장 역시 아이를 위해 보낸 곳이다.

그곳에는 내 아이 말고도 많은 아이들이 있다. 그것을 나는 모르고 있었거나 잊고 있었다.

 

이제 곧 '어린이 날'이다.

 

많은 태권도장에서 아이들을 위해 선물과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 물론 경영의 한 부분이겠지만 결국은 아이들이 즐거웠으면 하는 바램 일 것이다.

 

도장을 보내시는 학부모들 역시 어린이날을 맞이하여 자신의 자녀에게 가장 좋은 것들로 채색시키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가장 값진 선물은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생각하고, 그 생각의 층위에 자신의 감정을 투영시키지 않는 것일지 모른다.

 

예전 우리 어머님은 내가 학교에서 사고 치고 오면 연신 고개를 조아리면서

 

“제가 잘못키웠습니다. 죄송합니다. 선생님”

 

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때 어머님은 자신의 감정을 꾹꾹 눌러가면서 죄송하다는 말을 내뱉었던 것인지 모른다.

 

나는 부모가 되기에 한참 멀었다.

 

나를 내려놓고 아이의 눈으로 푸르른 세상을 바라보고 싶다. 둘째 선생님께 죄송한 마음이 든다.

 


[글 = 정준철 관장 | bambe7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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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철
긍휼태권도장 관장

브랜드발전소'등불'대표
대한태권도협회 강사
TMP격파팀 소속
<도장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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