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지 칼럼] 아직도 '여자아이'라서 태권도를 못한다고?


  

[딸내미 대장 이은지의 별책부록] 1탄 - '여자'라는 고정관념

여아전문태권도장 <태권숲>을 운영하는 이은지 대표가 수련생을 지도하고 있다.

“지금 상담 가능한가요?”

 

무더운 여름, 엄마가 남매를 데리고 상담을 왔다.

 

남자 아이는 초등학교 1학년, 여자 아이는 초등학교 4학년이었다.

 

앉으라는 소리도 하지 않았는데, 엄마는 바로 자리에 앉았다. 나는 상담을 시작했다.

 

상담을 시작하려고 하는데, 엄마는 나의 말보다는 본인의 말이 더 중요했다. 엄마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동안 아들은 도장을 뛰어다니고 구르고 문을 열었다가 닫았다가 하고 상담실과 밖과 도장을 자유자재로 다니기 시작했다.

 

아이 엄마는 “아이가 산만해요. 제가 감당하기가 너무 힘들어요. 운동 좀 빡세게 시켜서 보내주세요”라며 하고 싶은 말들을 마구 쏟아냈다. 일단 엄마의 말을 듣는 것이 우선인듯했다.

 

엄마의 말이 이어질수록 나는 옆에 앉아 있던 누나에게 시선이 갔다. 엄마의 이야기 도중 나는 자연스럽게 누나에 관한 이야기로 상담을 이어갔다. 누나는 무더운 여름이라 그런지 가벼운 옷차림이었고 가벼운 옷차림 때문에 가슴이 살짝 나온 것을 알 수 있었다.

 

보통의 여자아이들은 일반도장에 태권도를 다니려고 할 때 친구 또는 남자 형제가 있으면 남동생, 오빠를 보호자로 대동하고 운동을 시키는 경우가 있어 나는 당연히 누나도 입문을 하는 줄 알았다.

 

그러나 상담이 끝날 무렵 엄마가 남동생만 운동을 시킬 것이라는 말을 했다. 엄마에게 왜 누나는 입문하지 않는지 물었다.

 

“초등학교 고학년이고 시간이 없어요, 영어도 해야 하고 수학도 해야 하고 바빠요.”라는 답변이었다.

 

나는 “그래도 지금 운동이 필요한 건 누나 같은데 학업도 중요하지만 한 번 더 생각해 보시죠?”라고 했더니 엄마는 그냥 웃고 말았다.

 

아들은 도장에 등록했고, 다음날 누나와 함께 태권도장을 왔다. 나는 ‘첫날이니까 누나가 데려다주나 보다’라고 생각하고 수업을 마쳤다. 그런데 다음날도 누나가 남동생을 데리고 도장에 와서 남동생이 하는 운동을 다 보고 마치면 동생을 데리고 집으로 갔다.

 

‘남동생이 혼자 다닐 수 있게 며칠간 도와주나보다’라고 가볍게 생각하고 넘겼는데 누나는 동생을 데리고 일주일, 한 달, 그렇게 1년을 함께 와서 수업을 지켜보고 데리고 갔다. 1년이 지날 때쯤 나는 엄마에게 왜 누나를 태권도를 시키지 않았는지 물어봤다.

 

“여자아이가 무슨 태권도예요. 그것도 다 큰 여자아이가요. 남자아이들하고 섞여서 발길질하고 부딪치고요. 다치면 안돼요.”

 

지금이 8~90년대도 아니고 2012년도에 이런 생각을 하는 엄마가 있다니 나는 망치로 머리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태권도를 한 사람으로서 그냥도 아닌 여자 사람으로 이렇게 좋은 태권도를 여자아이라서 배울 수 없다는 것이 너무도 속상했다.

<태권숲>은 여자 태권도 수련생을 전문으로 지도하고 있다.

요즘 성조숙증 때문에 부모들은 힘들어하고 운동할 곳을 찾는다. 태권도만큼 성장에 좋고 다양하게 운동을 할 수 있는 곳이 없는데 여자아이라는 이유로 할 수 없다는 것이 이해할 수 없었다.

 

이 고정관념을 깨고 싶었다. 그러나 이 고정관념은 얼마 지나지 않아 나에게 심각한 고정관념이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그 고정관념은 새로운 브랜드 ‘여아전문태권도장’을 시작 할 수 있는 발판이 되었다.

 

고정관념은 나를 스스로 가두는 자물쇠였고 그것을 푸는 열쇠 또한 나에게 있었다. 이 좋은 태권도를 여자아이라는 이유로 시작조차 하지 못한다면 세 번째 실패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이어지는 내용은 오는 4월 40일 연재되는 [딸내미 대장 이은지의 별책부록] 2탄에서 공개됩니다.

 

무카스미디어는 일선 태권도장 지도자의 이야기를 공유하기 위해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금요일에 다양한 칼럼리스트의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딸내미 대장 이은지의 별책부록]은 매월 첫째주 화요일과 금요일에 공개됩니다. 무카스는 태권도, 무예인의 열린 사랑방 입니다. 무카스 칼럼을 통해 일선 태권도장 지도자들의 공감대가 형성되길 바랍니다. - 편집자주.


[글 = 이은지 사범 ㅣ tkdn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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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지
<태권숲> 여아 전문 태권도장 대표
여아운동코칭연구소 대표
대한민국태권도협회 강사, 여아 태권도 전문가
동기부여 강연가, 자기계발 작가
#이은지 #칼럼 #여아태권도장 #1탄 #태권숲 #여자 #고정관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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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민정

    멋집니다 최고최고!!! 가슴이 왠지 뭉클합니다..

    2019-04-07 21:44:47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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