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택용의 태권도다움] 태권도와 호신술은 다른가?
발행일자 : 2025-05-29 09:47:13
수정일자 : 2025-05-29 09:47:39
[곽택용 교수 = 용인대학교 태권도학과 / ]


태권도 호신술의 개념과 자격증 제도, 실전 활용 가능성에 대한 현실적 고찰
현대의 호신술이란 무엇인가?
이는 단순한 격투 기술이 아닌, 주위 관찰, 위급 상황에서의 판단, 의사소통 능력, 그리고 자기방어를 포함하는 포괄적인 개념이라 할 수 있다.
가장 기본적이고 효과적인 호신 방법은 ‘주위를 관찰’하여 위험을 사전에 인지하고, 이상하다고 느껴지면 빠르게 벗어나는 것이다. 사람이 많은 곳으로 이동하거나 즉시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좋은 대응이 될 수 있다.
『손자병법』에서도 ‘줄행랑’—즉, 도망치는 것이 최고의 병법이라고 했다. 시대가 변해도 싸움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피하는 것이 상책이며, 빠른 상황 판단과 예측을 통해 사전 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한, 위험한 상황에서 자신의 감정을 어떻게 통제하느냐도 중요하다. 태권도를 배움으로써 스스로 느끼는 공포를 다스릴 수 있을까? 수련의 깊이와 강도에 따라 위급한 순간 대처 능력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태권도를 배웠다고 하여, 상대의 위협에 ‘강 대 강’으로 맞서는 것은 매우 위험한 대응이다.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 호신의 개념은 종종 경기 방식에 익숙한 움직임에 제한되어 있다. 허용 기술과 제한 기술에 길들여진 몸은 실제 상황에서의 긴장감이나 돌발 변수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수 있다.
태권도에서 사용하는 신체 부위는 사실상 전신이다. 모든 부위가 방어이자 공격의 도구가 될 수 있다. 또한, 강한 목소리는 상대를 위축시키는 ‘기세의 공격’이자, 주위에 경각심을 줄 수 있는 ‘도움 요청의 방어 기술’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위기 상황에서의 고함이 오히려 상대의 공격성을 자극할 수도 있기 때문에, 그 상황에 맞는 대응이 중요하다. 요컨대 호신의 기본은 주위 관찰과 빠른 판단이며, 피치 못할 상황에서 방어와 도피를 우선시하는 것이 생존에 유리하다는 것.
그렇다면 가장 '효율적인 방어'는 무엇인가?
급소에 빠르고 강한 충격을 가한 뒤 벗어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눈 찌르기, 낭심 차기, 하단부위 차기, 팔꿈치 돌려치기, 머리 박기, 관절 꺾기 등은 매우 효과적이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은 반복 수련을 통해 몸으로 체득되어야 한다. 동시에 과도한 훈련은 신체적 무리를 초래할 수 있다.
태권도의 기술은 혼자 하는 수련과 상대와의 실전 수련이 병행되어야 진정한 의미에서 ‘몸에 배는 기술’이 된다. 반복된 수련을 통해 의식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몸이 반응하는 수준에 이르러야 실전 호신으로 연결된다.
태권도와 호신술, 정말 다른가?
현재 국기원에서는 ‘호신술 3급 자격연수’ 과정을 운영하며, 연수 후 시험에 합격한 사람에게 자격증을 수여하고 있다. 자격증이란 특정한 업무나 지위를 수행하기 위한 조건과 능력을 갖췄음을 인정하는 제도다(위키백과, 2025).
그렇다면 논리적으로 생각해보자. 태권도도 영역별로 겨루기, 품새, 격파, 태권체조 등으로 나뉘는 만큼, 각각의 자격증을 별도로 운영해야 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실제로 국기원은 2017년 ‘인성 자격증’을 한때 발급했으나 현재는 중단된 상태이며, 2022년부터는 태권도 호신술 지도자 자연연수를 다시 시작했다.
그렇다면 기존의 ‘사범 자격증’과는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일까?
또한, 태권도는 1단에서 9단까지의 승단 심사가 존재하며, 각 단에 따라 일정한 기술 수준을 인정받는다.
문제는 이처럼 자격증이 다양화되고 난립하면, 태권도의 정체성이 흐려질 수 있다는 점이다. 너무 많은 자격증은 타 무술과의 경계 혼선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며, 자칫 태권도의 위상을 낮추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정체성은 유지하되, 변화는 유연하게
태권도 호신술은 그 본질이 손과 발을 통한 자기 방어의 예술에 있다. 경기에서의 기술은 공정성과 안전성을 전제로 구성된 룰에 따르며, 이는 현실의 위협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발기술은 하루아침에 따라할 수 없지만, 손기술은 비교적 빠르게 익히고 응용할 수 있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그러나 아무리 익히기 쉬워도, 경험과 수련이 부족하다면 실전에서는 무용지물이 된다.
앞으로는 현대 사회가 요구하는 실용적 호신술과 태권도의 기술을 결합한 현장 중심의 세미나가 더 필요하다. 자격증보다는 수료증 중심으로, 다양한 응용 기술을 알리고 가르치는 것이 더 현실적인 접근이라 생각된다.
태권도의 철학과 기술은 정체성을 지키되, 시대 흐름에 맞는 방식으로 진화할 수 있어야 한다. 호신술이 그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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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곽택용 교수 = 용인대학교 태권도학과 ㅣ press@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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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택용 교수 = 용인대학교 태권도학과 |
곽택용 교수는 태권도 엘리트 겨루기 선수 출신으로, 월드컵 세계대회와 세계군인선수권대회에서 우승했다. 은퇴 후 국기원 태권도시범단에서 활동하며 다방향 격파 등 새로운 시범 기술을 개발해 주목받았고, 세계태권도한마당대회에서도 우승을 차지했다. 이후 세계태권도품새선수권대회, 세계유니버시아드대회,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대표팀 지도자를 역임했으며, 현재 대한태권도협회 태권도시범단 감독을 맡고 있다. 겨루기, 품새, 시범을 모두 아우르는 정통 태권도인으로 평가받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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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5-30 19:40:38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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