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 좋아진 WT-ITF 태권도통합 재추진… 이번에는?


  

WT-ITF 총재단 평양서 합동시범 및 합동훈련센터 등 공동기구 협의

11월 2일 오전 평양 양각도국제호텔에서 조정원 WT총재(좌)와 리용선 ITF총재(우)가
태권도 통합을 위한 기구설립을 하는 합의서에  서명 후 손을 맞잡고 있다.

 하나의 뿌리에서 양분된 ‘태권도’가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국내를 기반으로 세계화에 성공하고, 올림픽 종목을 총괄하는 세계태권도연맹(총재 조정원, WT)과 한국에서 발족했지만 80년대부터 북한을 중심으로 발전해 온 국제태권도연맹(총재 리용선, ITF)이 다시 한번 태권도통합을 추진한다.

 

지난 80년대부터 여러 차례 기구통합과 기술통합 등 다양한 시도는 있었다. 하지만 번번이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흐지부지됐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의지가 남달라 보인다. 최근 WT-ITF 총재단이 평양에서 만나 태권도 통합 추진을 위한 공동기구 구성에 합의했다.

 

WT와 ITF는 지난 2일 평양 양각도국제호텔에서 태권도 통합 및 발전을 위한 합의서를 체결했다. 조인식에는 WT 조정원 총재와 ITF 리용선 총재를 비롯한 양 단체 총재단이 함께했다.

 

양 단체는 ‘태권도 통합’을 추진할 ‘공동기구’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기구 명칭과 성격, 활동내용 등은 앞으로 두 단체가 12월 중에 결정하기로 했다. 합의 사항 이행을 위해 매월 한 차례 이상 실무자 협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태권도 통합을 촉진하기 위한 여러 활동도 공동으로 진행한다. 먼저 2020 도쿄 올림픽을 비롯한 여러 기회에서 일본, 중국과 러시아, 스위스, 미국 등에서 합동 시범공연을 성사시키기 위한 노력을 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합동 시범 공연을 점차 단일 시범단으로 꾸릴 수 있도록 공동훈련을 진행하기 위한 합동훈련센터를 설치하는 방안을 공동기구에서 협의하기로 했다.

 

WT와 ITF는 시범적으로 각 단체 경기 규정으로 진행하는 국제대회 공동 주최를 위하여 노력하기로도 합의했다.

 

이전 합의에서 각 단체에서 주최하는 대회에 교차 출전을 하기로 한 이행 합의를 실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실질적인 단계를 뜻한다.

 

두 연맹 소속 태권도인이 상대 연맹이 주최하는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와 대륙별 선수권대회를 비롯한 국제경기에 참여할 수 있도록 단증과 심판자격증 등을 정해진 절차를 거쳐 인정하기로 했다.

 

더불어 두 단체는 남과 북이 태권도를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에 함께 등재하는 데에도 적극적으로 협력하기로 했다.

 

기구 및 기술 통합을 위해서는 양 단체가 풀어야 할 숙제도 만만치 않아

 

양 단체가 태권도통합을 위한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선행돼야할 과제가 있다.

 

WT는 이번 합의한 내용대로라면, 단증과 태권도 남북 공동 유네스코 등재 등 남과북 태권도 교류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협력해야 할 국기원과 대한태권도협회, 태권도진흥재단 등과 긴밀한 협력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이번 방북단에는 국기원과 KTA가 함께하지 못했다.

 

ITF 역시 국제적으로 여러 갈래로 나뉘어 있는 만큼 ‘풍선효과’가 없도록 ITF 여러 국제기구 간에 통합 과정이 절실하다. 외적으로 WT와 ITF가 통합했더라도, 다른 ITF 국제기구가 여전히 존재한다면 국제적 혼란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WT와 별개로 태권도라는 이름을 쓰면서 다른 기술체계로 세계화한 ITF는 지난 2002년 6월 15일 ITF 창시자인 최홍희 전 총재가 평양에서 사망하면서 분열이 시작됐다.

 

이 바통을 장웅 IOC위원(북한)이 이어받았지만 내부에서 정통성에 반발하면서 최홍희 전 총재 아들인 최중화 계열(캐나다)과 최홍희 전 총재 시절 사무총장을 지낸 베트남계 캐나다인 故 트랑콴 계열(현 트라첸버그, 아르헨티나)로 나뉘어 크게 3개로 분류돼 운영 중이다. 

 

WT는 ITF 파트너로 국제 스포츠를 대표하는 국제올림픽위원회(ITF) 현직 IOC위원으로 활동 중인 장웅 계열을 택했다. 장웅 총재는 2002년 당시 故 최홍희 총재로부터 후계자로 지명 받았다며 유언을 공개하면서 2002년 9월 평양에서 열린 임시총회에서 총재로 선출돼 13년간 ITF를 이끌었다.

 

현 리용선 총재는 지난 2015년 불가리아 프롤브디브 총회에서 전임 장웅 총재가 고령과 건강상의 이유로 불출마해 단독 출마로 만장일치로 선출됐다. 리 총재는 ITF 사무차장부터 주요 국제 업무를 총괄하면서 WT와 이전 기구 및 기술 통합과정에 실무 책임자로 참여한 바 있다.

 

태권도 국제단체는 1966년 ITF(최홍희)가 한국서 먼저 창립했지만, 1972년 캐나다 토론토로 본부를 이전하면서, 1973년 WT(김운용)가 창설됐다. 이후 태권도 국제기구로 각기 다르게 성장하면서 때때로 갈등을 빚어왔다. 그런 두 단체가 반세기 만에 통합을 위한 강한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

 

태권도를 통해 남북 화해의 물꼬를 뜬 평화의 상징이 된 양 단체가 앞으로 어떤 결실을 맺을지 주목된다.

 

WT 조정원 총재를 비롯한 아흐마드 훌리 부총재 겸 아프리카태권도연맹 회장, 하스 라파티 사무총장, 안젤로 치토 집행위원(이탈리아) 등 총재단은 WT시범단(단장 나일한)과 안민석, 이동섭 국회의원, 문화체육관광부, 언론 등과 지난 10월 30일부터 11월 3일까지 4박 5일 일정으로 평양을 다녀왔다.  

 

[무카스미디어 = 한혜진 기자 ㅣ haeny@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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