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수의 인사이트> 설득이 필요 없는 태권도장 브랜드 전략은?


  

3편 - "고객이 이미 결심하고 찾아오는 도장 | 소비자의 시선으로 본 태권도 프로그램 브랜딩 설계

 

 

이제는 학부모들도 압니다. "프로그램이 좋다"는 말이 얼마나 막연한 표현인지. 학부모의 입장에서 태권도장을 바라보면, 가장 먼저 드는 질문은 이것입니다.

 

"그래서 우리 아이가 어떻게 변한다는 거지?"

•    지금 어떤 상태의 아이가
•    얼마 동안
•    무엇을 경험하고
•    그래서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이 질문에 명확하게 답해주는 태권도장은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상담 자리에서 종종 이런 설명을 듣습니다. "처음엔 적응이 필요하고, 2~3개월 지나면 변화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아이마다 속도가 달라서, 상태를 보면서 맞춰가요."

 

물론 틀린 말은 아닙니다. 다만 학부모 입장에서는 '우리 아이가, 얼마나, 어떤 과정을 거쳐, 무엇이 달라지는지'가 선명하게 그려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의 변화"를 말하려면, 먼저 데이터가 있어야 합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가장 신뢰가 생기는 순간은, 도장이 아이의 변화를 '감'이 아니라 '근거'로 설명할 때입니다.

 

이 아이는 집중력이 약한지, 자기표현이 부족한지, 또래 관계에서 어려움이 있는지 혹은 체력, 균형감각, 협응력 중 어디가 약한지. 이걸 막연히 느끼는 게 아니라, 관찰 → 기록 → 비교 → 정리의 과정을 거쳐 데이터로 설명해줄 수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아이의 데이터를 기준으로 도복이나 유니폼에 간단한 표시를 적용하면 도장 안에서도 관원의 특성과 상태를 한눈에 구분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 분류 기준은 공간 구성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습니다.

 

만약 이 구조를 도장 입구에서부터 시각적인 그래픽 네비게이션으로 보여준다면, 상담 전부터 부모는 도장의 프로그램 시스템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됩니다.

 

그리고 상담 과정에서는 그 네비게이션을 따라 프로그램과 성장 구조를 설명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브리핑은 말을 많이 하지 않아도 '체계적으로 설계된 도장'이라는 인상을 한 번 더 분명하게 남기는 가장 간단하고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이후 3개월이 지나 같은 기준으로 정리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아이의 변화와 개선 과정을 다시 브리핑해 준다면, 부모의 인식은 분명하게 바뀝니다.

 

"여기는 우리 아이를 그냥 맡기는 곳이 아니라, 계속해서 보고, 관리하고 있는 곳이구나."

이 신뢰는 광고나 이벤트로는 만들 수 없습니다. 프로그램 설계에서만 만들어지는 신뢰입니다.

 

아마 이미 이렇게 운영하고 있는 관장님도 계실 것입니다. 그렇다면 앞서 1편에서 얘기했던 것처럼, 그것을 공간과 온라인에 보이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랬을 때 효과가 배가 됩니다. 지금 한번 그런 좋은 장점이 도장 내에 되어 있는지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부모는 '차량운행'보다 '내 아이의 단점'을 더 궁금해합니다

 

많은 도장이 아직도 이렇게 생각합니다. "부모님들은 거리, 차량운행, 편의성을 제일 먼저 본다." 물론 중요합니다. 하지만 선택을 결정하는 순간에는 다른 기준이 작동합니다.

 

부모가 진짜로 원하는 것은 이것입니다. "이 체육관이 우리 아이의 단점을 정확히 짚어주고, 그걸 개선해줄 수 있는가?"

 

문제는, 많은 부모가 내 아이의 단점을 정확히 모른다는 점입니다. "소심한 것 같긴 한데…", "집중을 잘 못 하는 것 같기도 하고…", "활발한데 산만한 건지, 성격인 건지 모르겠어요."

 

이 상태에서 부모는 늘 불안합니다. 그래서 더 묻고 싶어 합니다.

"우리 아이는 지금 어떤 상태인가요?"

만약 도장이 아이의 현재 상태를 정리해 주고 60%가 아니라 80~100%에 가깝게 파악해 주고 그에 맞는 프로그램을 제안해 준다면 그 도장은 단순한 체육관을 넘어 '아이 성장을 함께 설계해주는 파트너'가 됩니다.

 

그리고 이 과정 역시 말로만 설명되기보다, 이미 정리된 차트와 한눈에 이해되는 시각적 그래픽을 통해 함께 브리핑된다면 신뢰는 훨씬 단단해집니다.

 

마치 병원에서 의사의 설명을 듣고 진단서를 함께 받아보는 경험과 비슷합니다. 그 한 장의 종이는 말보다 더 명확하게 상태를 보여주고, 사람들은 그 기록을 기준으로 믿고 판단하게 됩니다.

 

태권도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의 현재 상태와 변화 과정을 시각적으로 정리해 보여주는 순간, 도장은 '설명하는 곳'이 아니라 신뢰받는 기준을 제시하는 곳이 됩니다.

 

이 지점에서 차량운행이나 거리의 중요도는 자연스럽게 뒤로 밀립니다.

 

프로그램은 많을수록 좋은 게 아닙니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가 하나 있습니다. 프로그램은 많아 보일수록 이해되기 어렵습니다.

 

많은 도장이 이렇게 설명합니다. "체력 프로그램도 있고 인성 프로그램도 있고 놀이도 있고 품새, 겨루기, 줄넘기, 협동훈련도 있고…"

 

이건 내부자 입장에서는 풍부해 보이지만, 학부모 입장에서는 이렇게 들립니다.

"그래서… 핵심이 뭐죠?"

 

잘 설계된 프로그램은 처음부터 복잡하지 않습니다.

•    한눈에 이해되는 이름
•    바로 떠오르는 목적
•    짧은 설명으로 이해되는 구조

 

중요한 건, 겉으로 보이는 프로그램은 단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대신 그 아래에는 다음과 같이 내용이 숨어 있어야 합니다.

•    연령별 세분화
•    수준별 디테일
•    상황별 파생 프로그램

 

즉, 겉은 단순하고, 안은 굉장히 전문적인 구조. 이게 브랜드로서 설계된 프로그램입니다.

(이 부분은 다음 칼럼에서 조금 더 깊이 다뤄보겠습니다. 관장님께서 오랜 시간 고민하고 연구해 만든, 그 가치 있는 프로그램이 어떻게 공간과 시각 디자인을 통해 '보이는 구조'로 전달될 수 있는지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프로그램에는 반드시 '기간'이 보여야 합니다

 

"기본 과정을 차근차근 밟다 보면 자연스럽게 승급하게 됩니다."

이 말은 틀리지 않습니다. 다만 학부모에게는 아이가 얼마 동안, 어떤 단계를 거쳐 성장하는지가 선명하게 그려지지 않는 설명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이렇게 말해보면 어떨까요?

•    "이 프로그램은 12주 과정입니다."
•    "3개월 동안 이 변화를 목표로 합니다."
•    "6개월 뒤에는 이 지점까지 도달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기간이 명확해지는 순간, 프로그램은 경험이 아니라 계획이 됩니다. 그리고 계획이 보이는 순간, 부모는 지불과 기다림에 훨씬 관대해집니다.

 

"아, 그냥 맡기는 게 아니라 과정을 함께 가는 거구나." 란 브랜드 인식이 되는 상황이 중요합니다.

 

프로그램의 '느낌'까지 하나의 브랜드여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프로그램은 따로 노는 메뉴판이 아니라 하나의 태권도 세계관처럼 느껴져야 합니다.

•    이름의 톤
•    브리핑 방식
•    시각적 디자인
•    전달 언어

이 모두가 모였을 때, 부모 머릿속에는 이런 인식이 생깁니다. "여기는 프로그램이 꽉 차 있다."

 

이 지점에서 프로그램은 단순한 커리큘럼을 넘어 브랜드 그 자체가 됩니다. 어쩌면 프로그램 설계는 교육의 문제가 아니라, 브랜딩의 문제일 수도 있단 생각이 듭니다.

 

많은 프로그램을 러프하게 나열하는 도장은 오히려 아무것도 말하지 못합니다.

 

반대로, 아이의 변화를 데이터로 설명하고 단점을 정확히 짚어주며 3~5개의 핵심 프로그램으로 단순화하고 기간과 결과가 명확한 구조를 가진 도장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부모가 먼저 이해하고 선택합니다.

 

이것이 제가 생각하는 태권도 프로그램 브랜딩 설계입니다. 정리하자면, 잘 만들어진 프로그램이 쉽고 명확하게 설계되어 있어야 하며, 이것을 시각적으로 공간에서 표현되는 것입니다.

 


 

(다음편에서 계속...)

 

[필자 주] 이 글을 쓰는 이유  

필자 설명수는 시각디자이너이자 브랜딩 마케터다. 상업 디자인 현장에서 일하다 약 15여 년 전 무카스 인테리어 디자인과 무토(MOOTO) R&D 디자이너로 활동하며 태권도와 인연을 맺었다. 현재는 멧디자인(MAT Design) 대표로서 다양한 상업시설의 인테리어와 브랜딩 마케팅 실무를 맡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태권도장과 체육시설 분야에 가장 큰 애정을 두고 있다.

내 디자인의 출발점은 언제나 '의뢰자의 생각'이다. 생애 첫 도장을 준비하는 관장님, 그리고 리모델링을 통해 새롭게 재도약을 고민하는 도장 모두에게, 평생 자부심이 될 브랜드를 갖게 해주는 것이 내 일의 핵심이다. 관장님이 무엇을 생각하는지, 어떤 철학을 갖고 있는지, 10년 후 20년 후 어떤 도장을 그리고 있는지를 먼저 듣고, 그 아이덴티티를 브랜드와 공간에 녹여낸다.

지난 10년간 수많은 태권도장과 체육관 관장님들과 인연을 맺어왔다. 어렵게 대출과 지인의 도움으로 시작한 도장이 어느덧 2관, 3관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보며 이 일이 누군가의 삶과 깊이 연결돼 있다는 걸 느꼈다.

최근에는 국내를 넘어, 전 세계의 훌륭한 태권도 사범님들부터 차세대 젊은 관장님들까지 만나는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문화와 환경은 달라도, 태권도를 향한 고민과 진심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현장에서 느끼고 있다.

이 모든 활동의 근저에는 하나의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 대한민국 태권도를어느 스포츠보다 훌륭한 스포츠로 키우고 싶다는 마음이다. 교육으로서, 문화로서, 그리고 하나의 브랜드 산업으로서 태권도가 더 제대로 가치 있는 평가 받길 바란다.

그래서 이 연재를 시작했다. 제3자의 시선에서 본 태권도장 관장님의 강점을 소개하고, 도장 안에서는 분명하지만 바깥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진심과 철학을 대신 전하고자 한다. 이 글은 철저히 관장님 편에서 쓴다. 가르치기 위함이 아니라, 조금만 보완하면 더 잘할 수 있는 지점을 함께 짚어보기 위한 기록이다. [필자 주]

 

[글. 설명수 대표 = 멧디자인 ㅣ chance2you@naver.com]
<ⓒ무카스미디어 / http://www.mooka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명수
스포츠 브랜드를 전문으로 다루는 브랜딩 전문  멧디자인(MAT Design) 대표이사. 태권도 도장과 무도·스포츠 시설, 교육·헬스케어 공간 등에서 브랜드 전략 수립부터 네이밍, BI·CI, 시각 아이덴티티, 공간 콘셉트 및 시공까지, 초기 단계부터 브랜딩을 공간에 전략적으로 반영하는 방식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해 왔다. 태권도 전문 미디어사의 디자인 업무와 글로벌 무도·스포츠용품 브랜드 디자이너로 활동하며 10여 년간 태권도 산업 전반의 상품·공간·마케팅 디자인을 경험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국내 및 북미 태권도장의 브랜딩·리뉴얼과 태권도 도장의 상품화·브랜드화 사례를 꾸준히 만들어가고 있다.
#공간디자인 #브랜딩 #브랜드 #디자인 #인테리어 #멧디자인 #설명수 #학부모 #상담 #마케팅

댓글 작성하기

자동글 방지를 위해 체크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