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향기·양준영, U-21 첫 세계선수권 준우승… 드디어 성인 무대 넘어서!
발행일자 : 2025-12-04 01:26:28
[한혜진 / press@mookas.com]

세계태권도연맹(WT), 열정과 패기 넘치는 17~21세 세계무대 창설

케냐 나이로비의 뜨거운 열기가 한국 차세대 태권도 선수들의 패기와 만났다.
차세대 한국 태권도를 이끌 여자 -49kg 김향기(서울체고)와 남자 +87kg 양준영(한국체대)이 3일(현지시각) 케냐 나이로비 모이 국제스포츠센터 카사라니에서 열린 역사적인 첫 'U-21 세계선수권'에서 나란히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두 선수 모두 시니어 메이저대회 첫 메달이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의 함성 속에서 한국 태권도 차세대의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 시켰다.
김향기는 여자 -49kg 결승에서 다수 유럽대회 우승과 최근 우시 세계선수권 은메달을 획득한 개인중립국(AIN) 밀라나 베쿨로바와 맞섰다. 라운드 스코어 0-2(1-2, 0-0 우세패)로 패했지만 결코 초라하지 않은 싸움이었다.
1회전, 김향기가 머리 공격을 시도한 직후였다. 베쿨로바의 오른발 바깥 몸통 안차기 변칙 기술이 파고들었다. 날카로운 돌려차기로 만회를 노렸으나 전자호구는 무심했다. 유효타로 인정되지 않았다. 1-2로 내줬다.
2회전은 팽팽했다. 양측 모두 앞발 공방으로 빈틈을 찾지 못했다. 김향기의 몸통 돌려차기가 여러 차례 날아갔지만 점수로 연결되지 않았다. 0-0으로 끝났다. 유효타에서 앞선 베쿨로바에게 우세승이 선언됐다.
상대는 지난 6월 샬럿 그랑프리 챌린지 8강에서 김향기를 꺾었던 그 선수. 설욕의 기회였지만 다시 한 번 고배를 마셨다. 그러나 준결승에서 보여준 김향기의 경기력은 눈부셨다. 세르비아 안드레아 보칸을 상대로 종료 1초 전 오른발 머리 공격을 적중시켜 9-6 역전승을 거뒀다. 경기장이 들썩였다.
경기를 마친 김향기의 눈빛은 오히려 더 빛났다. "시니어 첫 메달이라 매우 기쁘다. 올해 가기 전에 메달 따서 너무 다행"이라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이어 "성인무대에 올라와 나보다 경험 많고 노련한 선수가 많아서 내 실력으로 상대할 수 없나 자신감까지 잃었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김향기는 "올해 계속 메달을 못 땄지만, 크고 작은 여러 국제대회를 경험하면서 성장하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라며 “동계훈련 더 단단하게 해서 내년에는 반드시 꼭 정상에 서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고교생 신분으로 올해 국가대표 1진에 발탁된 김향기는 화려한 청소년 커리어를 자랑한다. 2022 소피아 세계유소년선수권 우승, 2024 춘천 세계청소년선수권 준우승, 올해 춘천 코리아오픈과 아시아청소년선수권 우승. 승승장구했다. 현재 세계랭킹 6위다.
하지만 성인 무대는 달랐다. 국가대표 1진 자격으로 출전한 우시 세계선수권, 샬럿·무주·방콕 그랑프리 챌린지에서 연이어 메달권 진입에 실패했다. 벽은 높았다. 이번 은메달은 그 벽을 넘기 시작했다는 신호탄이다.

남자 +87kg 양준영의 활약도 눈부셨다. 결승에서 카자흐스탄 베이바르스 카블란과 격돌했다. 카블란은 준결승에서 지난해 춘천 세계청소년선수권 우승자 이란 아미르모하마드 아슈라피를 꺾고 올라온 강자였다. 라운드 스코어 0-2(2-3, 2-4)로 패했다.
1회전, 상대의 주먹과 오른발 돌려차기에 먼저 내줬다. 2-3. 2회전, 양준영이 빠른 오른발 돌려차기로 선취했다. 분위기가 바뀌는가 싶었다. 하지만 곧바로 동점을 허용했다. 2-2. 후반 20초를 남기고 몸통을 내줬다. 2-4. 아쉬운 패배였다.
양준영은 "국제대회 네 번째 도전 만에 처음으로 메달을 획득해 국제 경쟁력을 보여준 것 같아 스스로 희망적인 대회였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국제대회는 올림픽 체급(-80kg)으로 뛰다보니 헤비급(+87kg)에서 내 강점인 빠른 편이 통합체급에서는 안 먹혔다"며 "이번 대회 입상으로 자신감도 얻고 앞으로 보완해야 할 점을 느꼈다. 내년에 꼭 국가대표에 선발되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우시 그랜드슬램 챌린지에서 단 한 번의 승리를 기록하는 등 성과가 없었으나 이번 대회에서 3전 4기 끝에 첫 메달을 만들었다. 올림픽 통합체급 중심의 시니어 대회에서는 번번이 자신의 장점이 통하지 않아 예선에서 탈락했다. 이번 체급에서는 비슷한 체중의 상대들을 만나 자신감을 되찾으며 기량을 폭발시켰다.
이날 남자 -58kg은 우시 세계선수권 우승자 아볼파즐 잔디(이란)가 올해 열린 세계선수권 타이틀을 모두 휩쓸었다. 여자 +73kg은 2019 타슈켄트 세계유소년선수권 우승자 제흐라 베굼 카부크추오글루(튀르키예)가 정상에 올랐다.
U-21 세계태권도선수권은 WT가 17~21세 선수들에게 독립된 세계무대를 제공하기 위해 올해 처음 창설한 세계선수권 시리즈다.
첫 대회부터 우시 세계선수권 우승자를 비롯해 WT난민팀과 개인중립국(AIN)을 포함한 74개국 452명이 모였다. 세계 정상급 선수와 기대주들의 대거 출전으로 첫 대회부터 수준 높은 경기가 펼쳐졌다.
청소년과 시니어 사이 격차를 해결하고 가장 열정과 폭발력이 넘치는 연령대에 맞춤형 무대를 제공한다는 취지다. 첫 대회부터 최근 우시 세계선수권 우승자를 비롯해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대거 출전했다.
이번 대회는 G-4 등급으로 우승 40점, 준우승 24점, 동메달 14.4점의 높은 랭킹 포인트가 부여된다.
한국은 올해 시니어 국가대표 1진 중 U-21 연령에 해당하는 4명 모두 출전했다. 우시 세계선수권 우승으로 단숨에 세계랭킹 1위에 오른 -54kg 서은수(성문고), 방콕 그랑프리 챌린지 정상에 올라 시니어 경쟁력을 입증한 -67kg 곽민주(한국체대), 차세대 에이스로 꼽히는 -49kg 김향기(서울체고), 2025 아시아선수권 금메달리스트 -62kg 이가은(울산스포츠과학고)이 주축 전력이다.
여기에 대한태권도협회(KTA)의 전략 추천 선수 7명이 합류했다. 방콕 챌린지 우승자 -68kg 문진호(서울체고), 샬럿 챌린지 우승자 -63kg 정우혁(한국체대), 2024 춘천 세계청소년선수권 우승자 -80kg 박재원(경북체고), 전국체전 우승자 -73kg 노희승, +87kg 양준영(한국체대), 세계청소년선수권 우승·MVP에 올해 아시아선수권까지 석권한 -46kg 이유민(관악고), 아시아선수권 우승자 -53kg 김시우(서울체고)까지 총 11명이 U-21 대표팀을 구성했다.

조정원 WT 총재는 “2020 도쿄 올림픽 때부터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선수들이 많이 활약하고, 또 가장 열정적이고 폭발적인 기량을 뽐내는 시기”라며 “청소년보다 숙련됐지만 시니어 노련파들과는 다른 패기와 생동감이 경기장을 가득 채우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황금전성기 선수들이 U-21 카테고리를 중심으로 태권도를 더욱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며 “첫 대회를 아프리카에서 개최한 것 자체가 WT 세계화 전략의 중요한 이정표”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경기 후 개막식이 열렸다. WT 조정원 총재, 양진방 부총재, 서정강 사무총장, 아프리카태권도연맹 이사카 이데 회장, 케냐올림픽위원회 샤드랙 말루키 위원장, 케냐체육문화유산부 피터 툼 차관, 주케냐한국대사관 강형식 대사 등이 참석했다.
개막식 후 공연으로 2036 전라북도 올림픽 유치단과 함께한 전주대 싸울아비태권도시범단의 축하 공연이 펼쳐져 현장의 참가자와 관중들에게 큰 호응을 받았다.
한편, 대회는 6일까지 나흘간 열리며, WT는 이번 나이로비 대회를 통해 글로벌 저변 확대와 차세대 스타 발굴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무카스미디어 = 케냐 나이로비 - 한혜진 기자 ㅣ haeny@mookas.com]
<ⓒ무카스미디어 / http://www.mooka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혜진 |
| 태권도 경기인 출신의 태권도·무예 전문기자. 이집트 KOICA 국제협력요원으로 태권도 보급에 앞장 섰으며, 20여 년간 65개국 300개 도시 이상을 누비며 현장 중심의 심층 취재를 이어왔다. 다큐멘터리 기획·제작, 대회 중계방송 캐스터, 팟캐스트 진행 등 태권도 콘텐츠를 다각화해 온 전문가로, 현재 무카스미디어 운영과 콘텐츠 제작 및 홍보 마케팅을 하는 (주)무카스플레이온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국기원 선출직 이사(언론분야)와 대학 겸임교수로도 활동하며 태권도 산업과 문화 발전에 힘쓰고 있다. |

무카스를 시작페이지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