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아이티' 아바 순 리 U-21 세계선수권 값진 은… 알고보니 3대 태권도 패밀리!
발행일자 : 2025-12-05 01:09:26
[한혜진 / press@mookas.com]

미국 유소년 월드챔피언에서 2020 모친 국적 아이티로 소속국 전환해 승승장구

세계태권도선수권 시리즈 사상 아이티 최고의 기록을 세운 주인공은 한국계 3세였다.
한국계 아바 순 리(Ava Soon Lee)가 4일(현지시각) 세계태권도연맹(WT) 주최로 케냐 나이로비 모이 국제스포츠센터 카사라니에서 열린 ‘나이로비 2025 U-21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여자 -73kg에서 은메달을 따냈다.
여자 –73kg 결승전 전광판에 ‘HAI(아이티)’가 뜨자 경기장은 잠시 술렁였다. 아이티가 WT 세계선수권 결승에 오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더 놀라웠던 건 그 이름, ‘아바 순 리(Ava Soon Lee)’. 한국계 성씨를 단 아이티 대표가 사상 첫 결승 무대를 밟았다.
순 리는 공격 흐름을 주도하며 결승전을 풀어갔다. 1회전 초반 왼 앞발로 압박을 걸어 거리를 잡았지만, 예상 밖 주먹 득점을 내주며 흐름이 흔들렸다. 몸통 타이밍을 노리다 머리 내려차기까지 허용해 0-4로 첫 라운드를 내줬다.
2회전은 길고 팽팽한 탐색전이었다. 순 리는 거리를 조절하며 타이밍을 노렸다. 전진 움직임은 안정적이었다. 하지만 유효타 연결이 부족했다. 종료 직전 또 주먹 공격에 허를 찔리며 1점을 실점했는데, 마지막까지 승부를 뒤집지 못했다. 은메달이 확정됐다
아이티의 세계선수권 최고 성적은 2019 타슈켄트 유소년 세계선수권 남자 –41kg 라이언 마틴의 동메달이 유일했다. 사실 순 리도 그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 한 바 있다. 그러나 당시 소속국가는 USA(미국)이었다. 이듬해 모친의 국가로 소속국을 변경했다.

따라서 이번 대회 순 리의 은메달은 아이티의 첫 세계선수권 시리즈 여자 첫 메달이자 남녀 통합 최고 성과다. 생소한 국기 옆 한국계 이름이 더 큰 관심을 모은 이유다. 최근 우시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아쉽게 8강에서 져 메달 획득에 실패한 아쉬움을 씻어냈다.
순 리의 배경을 보면 이번 성과가 우연이 아님을 알 수 있다. 3대째 이어지는 ‘이(李, LEE) 패밀리’ 태권도 가문 출신이다.
할아버지 故 이병열 사범(~2009)은 1969년 한국을 떠나 미국 미네소타로 이민해 월드태권도아카데미(World Taekwondo Academy)를 세웠다. 미국 태권도 초창기를 이끈 대표적 개척자로 미국 중서부 지역 태권도 기반을 닦은 인물로 알려져 있다.
순리의 코치이자 부친 이의영 사범(Eui Young Lee)은 고교 시절부터 태권도에 매진하며 30년 넘게 지도자로 활동했다. 미네소타에서 대표팀 코치 경력을 쌓았고, 2000년부터는 아이티 태권도팀의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해 선수 육성과 시스템 구축에 힘쓰는 중이다.
모친 셰리 리(c 역시 태권도 1단 유단자이다. 세 자매 모두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태권도에 뛰어들었다. 지금 세 자매는 모두 아이티 국가대표이고, 아버지 이의영 사범은 대표팀 코치를 맡고 있다.
첫째 로렌 리(Lauren LEE)는 미국 청소년 대표 출신으로 –67kg에서 2020 도쿄 올림픽에 아이티 대표로 출전했다. 막내 제시카 리(Jessica LEE)는 이날 –57kg에 출전해 16강까지 올랐다. 세 자매가 모두 국제무대에서 경쟁하는 보기 드문 태권도 패밀리다.

순 리는 2020년 모친 국적을 따라 아이티 대표로 전향했고, 지금도 미네소타에서 월드태권도아카데미를 기반으로 훈련하며 세계대회를 소화하고 있다.
이의영 사범은 “세 딸 모두 2028 LA올림픽 본선에 서는 것이 목표”라며 “한국에서 태어나진 않았지만, 우리 가족에게 한국은 늘 특별하다. 방문할 때마다 사람도 음식도 문화도 따뜻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순 리의 커리어는 이미 견고하다. 2019 타슈켄트 세계유소년선수권 우승을 시작으로 팬암게임, 프레지던트컵, 여러 국제대회를 휩쓴 강자이다. 팬암 지역에서는 절대 강호로 자리 잡고 있다.
한편, 이날 한국은 메달을 추가하지 못했다. 남자 -80kg 박재원은 8강에서 개인중립국(AIN) 선수에게 0-2(2-4, 6-7)로 아쉽게 패했다. 국제대회 경험이 많아 기대를 모았던 –63kg 정우혁(한국체대)은 32강에서 브라질 카우안 페레이라에 0-2로 패하며 힘을 쓰지 못했다. –73kg 노희승(한국체대)은 32강 승리 후 16강에서 순 리와 맞붙어 0-2(2-4, 1-4)로 아쉽게 패했다.
[무카스미디어 = 케나 나이로비 - 한혜진 기자 ㅣ haeny@mookas.com]
<ⓒ무카스미디어 / http://www.mooka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혜진 |
| 태권도 경기인 출신의 태권도·무예 전문기자. 이집트 KOICA 국제협력요원으로 태권도 보급에 앞장 섰으며, 20여 년간 65개국 300개 도시 이상을 누비며 현장 중심의 심층 취재를 이어왔다. 다큐멘터리 기획·제작, 대회 중계방송 캐스터, 팟캐스트 진행 등 태권도 콘텐츠를 다각화해 온 전문가로, 현재 무카스미디어 운영과 콘텐츠 제작 및 홍보 마케팅을 하는 (주)무카스플레이온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국기원 선출직 이사(언론분야)와 대학 겸임교수로도 활동하며 태권도 산업과 문화 발전에 힘쓰고 있다. |

무카스를 시작페이지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