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21 세계태권도선수권' 성공적 개최... 한국, 마지막 날 고교생 문진호·이유민 은메달!

  

차세대 기대주들의 국제경험에 초점, 남자부 종합 5위·여자부 종합 2위

 

한국 태권도가 새롭게 출범한 ‘U-21 세계선수권’ 마지막 날, 남녀 고교생 두 명이 결승 무대 한가운데 섰다.

 

21세 황금 전성기의 전 세계 태권도 세대가 한 자리에 하는 'U-21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6일(현지시각) 케냐 나이로비 모이 국제스포츠센터 카사라니. 사흘 내내 이어진 열기 속에서도 마지막 날 결승장은 조금 다른 공기가 감돌았다. 

 

세계 무대에 선 고교생 문진호(서울체고)와 이유민(관악고)이 나란히 은메달을 목에 걸며, 이번 대회의 의미였던 ‘미래 세대 실전 검증’을 또렷하게 증명했다.

 

지난주 방콕 그랑프리 챌린지에서 장준을 꺾고 우승하며 세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문진호가 다시 한 번 결승 무대에 진출했다.

 

문진호는 남자 -68kg 결승에서 터키의 베르카이 에레르를 상대로 0-2(0-0 우세패, 1-2)로 석패했다. 

 

유럽 강자들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긴 신장과 탄력, 오른발 머리 기술이 돋보였지만 마지막 한 끗이 아쉬웠다.

문진호가 결스에서 상대와 마지막 난타전을 벌이고 있다. 

1회전은 두 선수 모두 오른발·왼발 앞발을 주고받으며 신중하게 거리를 잰 끝에 득점 없이 흘렀다. 종료 직전 클린치 상황에서 문진호가 근접 거리에서 머리 기술이 유효타로 인정되지 않으면서, 유효타 우세 싸움에서 3-4로 져 우세를 내줬다.

 

2회전도 팽팽한 긴장감이 계속됐다. 서로가 비슷한 전략으로 싸우다 보니 섣불리 깊게 들어가지 않고 앞발로만 작은 균열을 노리는 그림이었다. 마지막 10초를 남기고 문진호는 승부수를 던지듯 밀어차기를 계속 선택했고, 베르카이 에레르는 몸통 돌려차기로 계속 되받아쳤다. 그게 1-2로 뒤집히는 결정타였다

 

앞선 준결승에서는 이집트 오마르 무함마드를 2-0으로 누르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동시 머리 득점 이후 3-5까지 밀렸지만 감점 유도와 왼발 머리로 7-5 역전했고, 마지막 공격을 버텨내며 7-6으로 결승행을 확정했다.

 

우리나라 여자 경량급 기대주 이유민은 -46kg 결승에서 개인중립국(AIN) 알리사 안젤로바와 맞서 2-1(12-11 감점패, 19-10, 4-9)로 분전했다.

 

체격에서는 상대보다 뒤쳐지지 않았다. 그러나 힘에서는 열세였다. 빠른 스텝과 주특기인 왼발 타점으로 경기의 리듬을 먼저 쥐었다. 이번 대회에서 내내 보여준 스타일 그대로 거리를 잡아놓고 상대가 들어오는 타이밍을 칼같이 끊어냈다.

이유민이 결승에서 상대에 주특기 왼발 머리 공격을 하고 있다.

1회전 초반, 이유민은 왼발 앞발과 돌려차기를 섞어 연속 선취점을 올리며 금세 8점까지 달아났다. 하지만 문제는 한계선 근처에서 상대의 저돌적인 압박을 받는 과정에서 아웃과 넘어짐이 겹치며 순식간에 40초 동안 감점 4개가 쌓였다. 10-4로 크게 앞서고도 표정에서는 여유가 사라졌다. 상대는 이를 놓치지 않고 계속해서 몸을 들이밀며 경계선을 밀어붙였고, 머리 공격까지 파상공세로 점수를 추격했다. 결국 3.6초를 남기고 또 한 번 넘어지며 12대11로 앞서고도 감점 5개로 감점패라는 뼈아픈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다.

 

2회전은 전혀 다른 경기처럼 보였다. 불필요한 힘싸움을 줄이고, 스텝과 거리 조절을 먼저 정비했다. 상대의 근접 시도를 반발짝 물러서며 흘려 보낸 뒤, 타이밍이 열린 순간마다 왼발 머리를 꽂았다. 머리 연속 득점이 이어지자 안젤로바의 상체가 점점 뒤로 젖혀졌고, 이유민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점수는 19-10까지 벌어졌다. 템포를 쥔 쪽이 얼마나 무서운지, 이유민이 스스로 증명한 라운드였다.

 

마지막 3회전은 초반 연속 실점이 끝내 발목을 잡았다. 시작과 동시에 오른발 돌려차기를 허용하며 0-2, 이어 근접 머리까지 맞으며 0-5까지 밀렸다. 중반 다시 머리 득점을 내주며 점수 차는 더 벌어졌다. 몸통 득점으로 4-9까지 추격했지만, 노련한 상대는 이유민의 공세를 막아내며 경기는 끝났다. 아쉬움에 이유민은 고개를 떨궜다.  

 

준결승에서는 브라질 줄리아 실바를 상대로 경기력 자체가 완벽에 가까웠다. 빠른 왼발 내려차기와 템포 조절로 1회전을 20-4, 2회전을 13-1로 압도했다. 청소년 세계대회 MVP다운 집중력과 기술 완성도가 그대로 드러났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남자부에서 은메달 2개로 이란(금3, 은1, 동2), 터키(금2, 은1), 카자흐스탄(금2, 동1), 이집트(금1, 동1)에 이어 종합 5위를 기록했다.

 

여자부는 곽민주(한국체대)의 금메달 1개와 은메달 2개로 터키(금2, 은1, 동2)에 이은 종합 준우승을 차지했다. 모로코(금1, 동3), 이란(금1, 동1), 그리스(은1, 동3)가 그 뒤를 이었다.

 

한국의 이번 파견 구성을 보면 애초부터 ‘종합성적보다는 ‘미래 그림’에 방점을 찍고 있었다. 별도의 선발전 없이 올해 시니어 국가대표 1진 가운데 21세 이하 선수 4명을 우선 파견했다. 또 빈 체급에는 국제 경험과 잠재력이 높은 선수, 출전을 희망하는 팀 등을 대상으로 놓고 최종 7명을 대한태권도협회(KTA)가 전략 추천해 총 11명을 꾸렸다.

 

결과적으로 이 선택은 절반 이상 성공했다. 김향기(서울체고)와 안준영(경희대)은 성인무대 첫 8강 벽을 넘어 곧바로 은메달까지 거머쥐었다.

 

곽민주(한국체대)는 방콕 그랑프리 챌린지 첫 우승의 기세를 그대로 이어와 금메달을 추가해 국제대회 자신감이 더 높아져 내년부터 본격화 될 올림픽 본선경쟁력에 가속이 붙었다.

 

마지막 날 문진호와 이유민의 연속 은메달은 이 대회의 엔딩을 ‘아쉬운 패배’가 아니라 ‘다음이 더 기대되는 결말’로 바꿔 놓았다.

 

우시 세계선수권 MVP로 주목받았던 서은수(성문고)는 인도의 복병에게 패해 16강에서 멈췄다. 그러나 지나치게 빠르게 세계 정상에 오른 흐름을 고려하면 이번 패배는 오히려 성장에 필요한 ‘예방접종’이었다.

 

 대부분이 이제 막 청소년을 졸업하고 시니어에 진입한 고교생·대학 초년생이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이 성적표가 지닌 무게는 더 커진다.

 

특히 여자부 흐름은 최근 우시 세계태권도선수권과 대조적이다. 한국 여자부는 최근 3회 연속 세계선수권에서 금메달을 얻지 못했고, 종합순위도 2회 연속 10위권 밖으로 밀렸다.

 

나이로비에서는 정반대 장면이 나왔다. 어린 선수들이 큰 경기에서 주도권을 움켜쥐고, 필요할 때 과감히 전술을 바꾸며 승부를 뒤집는 장면이 여러 번 연출됐다. 한국 여자 태권도의 향후 4~8년을 이끌 얼굴들이 어디에 있는지, 이번 대회가 꽤 분명하게 보여줬다.

 

올해 첫 창설된 U-21 세계선수권(G-4급)은 세계태권도연맹(WT)이 청소년과 시니어 사이를 잇기 위해 새로 만든 세계선수권 시리즈다. 출전 연령은 17세부터 21세. 가장 박진감 있고, 가장 많이 성장하는 연령대를 한 자리에 모으겠다는 의도다.

 

실제로 이번 나이로비 대회에서는 기존 강국 쏠림 현상이 완화되고, 다양한 국가의 국기가 시상대에 올라가는 장면이 연출됐다. 경기 내용도 청소년보다 성숙하고, 시니어보다 더 거칠고 거침없는 ‘21세 이하 특유의 색깔’이 분명했다.

 

조정원 WT 총재는 “세계선수권과 올림픽 무대에서 메달리스트 연령대가 점점 낮아지고 있다.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시기에 맞춘 세계선수권이 필요해 이 대회를 출범시켰다. 이들이 아마도 2028 LA 올림픽의 주역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첫 21세 이하 세계선수권이 WT 역사상 처음으로 아프리카에서 열렸다는 점도 매우 뜻깊다. 아프리카 태권도 보급과 저변 확대에 분명한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차기 U-21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는 2027년 불가리아에서 열린다. 나이로비에서 한 번 자신감을 확인한 이 세대가, 불가리아에서는 어떤 색깔로 다시 등장할지 지켜볼 일이다.

 

[무카스미디어 = 케냐 나이로비 - 한혜진 기자 ㅣ haeny@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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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혜진
태권도 경기인 출신의 태권도·무예 전문기자. 이집트 KOICA 국제협력요원으로 태권도 보급에 앞장 섰으며, 20여 년간 65개국 300개 도시 이상을 누비며 현장 중심의 심층 취재를 이어왔다. 다큐멘터리 기획·제작, 대회 중계방송 캐스터, 팟캐스트 진행 등 태권도 콘텐츠를 다각화해 온 전문가로, 현재 무카스미디어 운영과 콘텐츠 제작 및 홍보 마케팅을 하는 (주)무카스플레이온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국기원 선출직 이사(언론분야)와 대학 겸임교수로도 활동하며 태권도 산업과 문화 발전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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