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빈 사범일기] '사범' 이라는 직업에 비전은 있을까?


  

이유빈 사범일기 6 - 나는 태권도장의 정체 혼란과 회의감에 빠지고 싶지 않다. 태권도 교육을 하고 싶다.

[사범일기]를 연재하는 수원 신나무태권도 이유빈 사범

사람의 습관, 행동, 생각을 교육을 통해 변화시키기는 정말 쉽지가 않다.

 

도장에서는 정말 많은 수련생을 만난다. 각각 다른 성격과 색깔들. 그것을 어떻게 파악하고 맞춰 가야 할지 처음엔 정말 막막하기만 했다.

 

하지만 아이들은 정말 단순했다.

 

무엇보다 아이들의 마음을 보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한 사람 한 사람 소통을 하기 위해 신경을 썼고 그러다 보니 아이들은 마음의 문을 열고 나를 믿고 따라와 주었다. 나의 스타일이 아닌 소심한 아이도 밝고 어두운 아이도 주의력이 부족한 아이도 다양한 그 아이들에게 맞추어 갔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태권도 교육을 통해 제자들이 조금씩 바뀌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나로 인해 누군가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건 정말 대단한 것 같다. 가정에서도 힘든 부분을 우리 사범들은 해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도 나는 아직 많은 부족함을 많이 느낀다. 그러면서 반성을 하고 반성을 통해 조금씩 발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올라갈 곳이 많다는 것은 좋은 것 같다.

 

겨루기 선수 생활을 할 때도 그랬지만 1등을 하고 금메달을 받으면 너무너무 좋다. 하지만 그 자리를 지키는 것이 더 힘든 것이다. 내 인생에 정상은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끝없이 올라가고 싶다. 1등을 하고 싶지도 않고 그냥 꾸준히 계속해서 한 걸음 나아가고 싶다. 그것이 오래 살아남는 방법이라 생각한다.

 

그렇게 꾸준히 평생을 사범을 할 수 있을까? 물론 힘들 것이다.

 

'나중엔 내 도장을 꾸려 가야겠지' 하며 많은 생각을 한다.

 

나의 아버지는 꽤 오랜 시간 태권도장을 운영하셨다. 나도 이렇게 사범을 하다가 아버지 도장을 물려받으면 되겠구나, 아주 어려울 게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버지도 연세가 드시고, 변화되는 시대에 따라가지 못하셨다.

 

편하게 생각하고 있었던 나에게도 고민이 찾아왔다. 주위에 많이 물어보기도 했다.

 

'태권도장 하는 건 어떻게 생각하세요?' 라고 질문을 하면 '요즘 도장도 많고, 아이들도 없어서 힘들지 않을까 오래 할 수 있을까'라고 걱정하시는 분들이 많다. 경쟁에서 살아남기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아무것도 못 하겠지,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디 있을까.

 

조금 더 안정적이고 노후가 보장되어 있으면 좋겠지만, 아이들이 없다면 우리 고객 대상을 아이들이 아닌 청소년과 성인으로 바꾸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들어오면 그 아이들이 꾸준히 배워서 청소년이 되고 성인이 될 때까지 할 수 있도록 교육 방향을 잡으면 어떨까.

 

변화가 곧 살길 이다.

 

사범이라면 내가 태권도를 배워왔고 지도자로서 자부심이 있다면 포기하고 방향을 바꾸는 것보다 한 길로 쭉 목표를 세웠으면 좋겠다. 요즘은 직업도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로봇으로 대체 되어가고 있다. 이렇게 태권도장도 화상 수업을 진행하고 집에 할 수 있으면 편리하고 좋을 것이다.

 

하지만 오래 살아남을 수 있는 직업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다. 로봇 태권도가 나와 태권도를 알려 줄 수 있을지는 몰라도 감정을 알아줄 수는 없다.

 

결국, 사범은 인간이기에 우리 제자들의 마음을 알아주고 보듬어주고 이해해줄 수 있으며 직접 마주하고 태권도 수련을 통해 서로 정을 쌓아 간다. 태권도 외의 여러 고민 상담도 해줄 수 있을 것이며, 그러기에 제자들이 태권도장의 관장님 사범님을 믿고 신뢰하며 시간이 지나서도 찾아오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사범의 고민 중 하나가 미래를 봤을 때 경제적 상황이 어렵다면 도장을 하고 싶어도 못할 것이다. 자금이 없다면 많이 힘들 것으로 생각한다. 나 또한 부모님의 도움 없이 혼자의 힘으로 모든 것을 꾸려 나가야 한다.

 

'태권도장도 기업처럼 시스템이 바뀐다면 많은 예비 사범들이 사범을 하려고 하지 않을까?'

 

미래가 보장된다면 누구나 해보려고 할 것이다. 이미 그렇게 하는 도장들도 있지만, 자신의 상황에 맞춰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사범 근무 5년 이상 했을 시 2관을 내어주거나 도장을 인수 할 수 있다면, 또는 도장 창업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사범들이 조금 더 안정적이게 일을 하고 더 열심히 목표를 세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범도 여러 가지 복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사범 시절은 다 있었을 것이다. 서로가 입장을 조금만 이해해준다면 더 나은 사범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사범을 선택한 것에 후회 하지 않는다. 내가 어디 가서 어른들에게 대우받고 이런 존경을 받을 수 있을까, 그리고 내가 알고 있는 태권도를 지도할 수 있음에 감사한다.

 

그 가르침을 제자가 기억해주고 있다가 ‘사범님이 이렇게 하라고 알려주셨습니다’라고 얘기할 때 정말 큰 감동을 받는다.

 

'이래서 힘들어도 사범을 하는 거구나'

 

다들 그런 마음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는 겨루기 대회에서 항상 금메달을 따고 싶단 생각은 했지만 절실함이 없으면 절대 나의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 1등을 하고 싶다는 그 절실함과 간절함이 있으면 가능하다는 걸 직접 느껴보았다. 그래서 하고자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노력한다면 불가능은 없다고 확신한다.

 

나는 태권도장의 정체 혼란과 회의감에 빠지고 싶지 않다. 태권도 교육을 하고 싶다.

 

나는 태권도 속에도 겨루기라는 전문성이 있었기 때문에 태권도장 안에서도 전문성이 있는 사범이 되고 싶다. 초심에 흔들리지 않는 탄탄한 교육을 하고 싶은 꿈이 있고, 사람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것, 내가 어떤 가치관과 사명감을 가지고 얼 만큼 노력하느냐에 따라 나의 인생이 결정된다고 말해 주고 싶다.

 

무카스미디어는 일선 태권도장 사범과 관장의 이야기를 공유하기 위해 매주 화요일 신나무태권도장 이동찬 관장의 관장일기와 매주 목요일 이 도장 이유빈 사범의 사범일기를 약 10주간 연재 합니다. 무카스는 태권도, 무예인의 열린 사랑방 입니다. 관장과 사범의 일기를 통하여 일선 태권도장 지도자들의 공감대가 형성되길 바랍니다. <무카스>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습니다. 기고, 연재, 제보는 press@mookas.com로 보내주세요. - 편집자주.

 

[글. 이유빈 사범 | 신나무태권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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