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빈 사범일기] 직업으로서 '태권도 사범'은 어떤 장점이 있을까?


  

이유빈 사범일기 2 - 사범의 장점

이유빈 사범

태권도 사범의 장점은 무엇이 있을까?

 

나 혼자 고민해보다 주위 사범에게 물어보기도 했다.

 

"사범을 하면서 좋았던 점이나 장점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그랬더니 하나같이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농담으로 "없는데?"라고 대답하는 사람도 있었고, "음…"  한참을 고민하기도 했다.

 

그래서 질문을 '단점'으로 바꿨다. 그랬더니, 술술 나오기 시작했다.(ㅜㅜ)

 

순간적으로 그 상황이 웃기고 슬프기도 했다. 이게 사범의 현실인가?

 

그런데 누구나 내가 하는 일의 장단점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보지는 않았을 것이다.그 안을 또 들여다봐야 하고 결코 간단하게 생각할 문제는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태권도 생활 17년 중 겨루기 선수를 11년 동안 해오면서 내가 사범이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국가대표가 돼야지!

IOC 위원이 돼야지!

연금 받고 결혼해서 좋은 엄마가 되고, 현모양처가 돼야지!

내 꿈은 이러했다.

 

하지만 한 해 두 해 지날수록 그 꿈은 점점 멀어져 가고, 현실에 부딪혀야 했다. 선수로서 항상 정상을 지킬 순 없었다. 성적을 부진했고, 점점 바닥으로 내려갔다. 힘든 체중 감량에 지치고, 이어지는 부상에 슬럼프를 겪었다. 결국, 그 선수생활을 관뒀다. 

 

"나도 낙오되는구나 싶었다"

이후 "이제 무엇을 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생활비를 벌기 위해 백화점 판매원으로 1년간 일했다.

 

"태권도는 내가 살아온 인생이었는데 백화점에서 일하려고 이때까지 고생하며 선수를 하고 명문 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달려왔나?"라는 자괴감이 들었다.

 

정말 할 거 없을 때 해야지,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를 때, 뭐라도 해야 할 때, 돈을 벌어야 할 때 해야겠다고 생각했던 '사범'을 나는 지금 하고 있다. 나의 사범 생활은 그렇게 시작한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했다. 많이 배울 수 있는 곳이라기에 겨루기밖에 몰랐던 나는 정말 많이 배우고 싶었다.

 

사범을 하려면 포괄적으로 모든 것을 알아야 하는데 지도를 하려면 지식이 있어야 했고, 그로 인해 책임감을 느끼고 내가 모르는 것은 찾아서 배울 수 있다는 점이 정말 좋았다. 품새도 알게 되었고, 시범이나 그 외 체조, 실기적인 것 외에도 많이 배우고 지도할 수 있었다.

 

이렇게 나처럼 전문적으로 한 분야를 했던 사람들은 사범을 통해 전문성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방면에서 많이 배울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그리고 다행히도 좋은 동료 사범님, 관장님을 만나서 좋은 자리도 많이 가고 교류도 많이 하다 보니 내성적이었던 성격도 많이 바뀌어 갔다.

 

여러 세미나, 교육의 기회도 제공해주셨고, 그로 인해 내가 더 많은 것을 얻어가고 배울 수 있었다. 태권도에서도 내 인생에서도 보는 눈이나 생각도 더 넓어졌다. 이러한 사범 교육에서는 관장님의 역할이 아주 중요한 것 같다.

 

말로는 태권도가 발전해야 한다고 하지만 정작 사범을 키우기 위한 도장은 잘 없는 것 같다. 단지 사범을 노동자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서로 Win-Win 할 수 있도록 사범도 도장에 힘써주고 관장님은 사범이 발전할 수 있도록 밑받침이 되어준다면 서로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범도 내가 도장을 하려는 꿈이 있다면 기회가 왔을 때 많이 도전해보고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여러 기회를 제공해도 그것을 놓칠 때가 많기 때문이다.

 

가끔은 이런 생각을 한다.

 

우리 사범들은 '에너자이저'가 돼야 할 것만 같다. 농담으로 사범은 아파서도 안 된다는 말이 정말 와 닿았다. 아파도 맘 놓고 쉴 수 없었다. 항상 아이들을 챙기느라 바쁘지만 정작 내 몸을 먼저 챙겨야 했다.

 

솔직히 늦은 시간까지 많은 에너지를 쏟으려면 힘이 든다. 하지만 어떤 사범은 출퇴근 시간이 마음에 든다고도 말을 한다. 퇴근이 늦긴 하지만 오후쯤 출근할 수 있어서 좋다고 한다.

 

나도 백화점에 다닐 땐 아침 일찍 출근해야 했지만, 태권도장은 아이들 오는 시간이 방과 후이기 때문에 오전에 조금 여유가 있었다. 어떤 사람은 퇴근 후 시간이 없다고 하지만, 자기 상황에 맞춰서 긍정적으로 보는 시선, 생각의 차이인 것 같다.

 

사범들의 대부분은 아마 아이들의 영향이 제일 클 것이다. 나도 그러하다.

 

어떤 날은 출근도 하기 싫은 날이 있다. 출근해서도 바로 퇴근하고 싶은 그런 날! 그런데 아이들이 오기 시작하면 얼굴에 미소가 지어지고 없던 힘이 생기는 것 같다. 이건 많은 분이 공감했다.

 

아마 대부분 사범님은 아이들을 정말 사랑한다고 생각한다. 마냥 즐겁고 순순한 아이들을 보면 정말 힘이 난다. 나도 순수해지는 느낌?

 

내가 이 아이들 때문에 사범을 하는구나 싶기도 하다. 그리고 아이들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것도 느끼는 것도 많다.

 

나는 사람과의 붙임성이 잘 없다. 말주변도 없고, 특히 아이들과 소통하는 법 재밌게 놀아주는 법을 몰랐다. 그래서 조카들 동생들과도 같이 있으면 마냥 조용히 핸드폰만 봤었다.

 

하지만 나는 태권도 교육을 통해서 사람을 진심으로 대하는 법을 배웠다. 지도하기 위해선 진심으로 가르쳐야 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나의 작은 변화 하나에도 척척 알아봐 준다. 그럴 때면 ‘사범은 모범이 돼야 하는구나, 항상 아이들이 관심 가지고 지켜봐 주고 있구나’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내 가르침 속에 아이들이 변화하는 모습을 볼 땐 누구나 보람을 느끼고 뿌듯할 것이다. 아이들이 바뀌어 가고 변화되는 모습을 보면서 아, 이래서 사범이 대단한 직업이구나, 항상 존중받고 대우받는다고 생각한다.

 

나는 사범일 때가 가장 좋은 시기라고 생각한다.

 

"나중에 내 도장을 차렸을 때 과연 하고 싶은 데로 마음껏 다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하나하나가 조심스러울 것이다. 모든 책임을 내가 져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 도장 관장님께서도 사범일 때 경험해보고 기획해보고 많이 해보라고 하셨다. 실수해도 사범은 큰 피해를 보지 않기 때문이다.

 

어떻게 말하면 조금 이기적일 수도 있지만 몇몇 사범들도 이러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내 도장이 아니라고 책임감을 버려서도 안 되지만 어느 정도 도전과 경험은 미래를 위한 발판이 되어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무카스미디어는 일선 태권도장 사범과 관장의 이야기를 공유하기 위해 매주 화요일 신나무태권도장 이동찬 관장의 관장일기와 매주 목요일 이 도장 이유빈 사범의 사범일기를 약 10주간 연재 합니다. 무카스는 태권도, 무예인의 열린 사랑방 입니다. 관장과 사범의 일기를 통하여 일선 태권도장 지도자들의 공감대가 형성되길 바랍니다. - 편집자주.

 

[글. 이유빈 사범 | 신나무태권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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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형철

    멋진 사범님의 습관 배울게 너무 많네요^^
    이런 말이 있죠. "돈만 보고 할거면 쉽고 손님 없는대서 알바를 하고, 배우고 싶고 그것을 내것으로 만들고 싶다면 정말 바쁘고 힘든 곳에서 일하라." 젊어서 고생은 사서하라고 했지만 지금 현실과는 조금 어긋나긴 합니다. 다만 내 미래를 위해서라면 정말 체계적이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곳에서 사범생활을 한다는 것은 축복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2018-05-09 14:17:58 신고

    답글 0
  • 차오름 정

    사범님의 글을 읽으면서
    올챙이 적 생각을 해봤습니다(지금도 올챙이지만요)
    배울것많은 도장에서 좋은분에게 바르게 배우고
    있는 이사범님이 부럽기도하고요.
    잘따라가고 있어서 대견하기도합니다~
    흔들리지않으면서 피는 꽃은 없겠지만
    당신의 순수함과 열정이 지속성을 가지며
    시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멀리서 응원합니다^^

    2018-05-05 00:20:05 수정 삭제 신고

    답글 0
  • JBTTKD

    태권도를 전공한 20대 청춘들에게 사범이란?
    이유빈 사범님의 글을 읽으며 느끼는 점이 많습니다
    20대 청춘 사범님들의 솔직한 대답이 마음 한 구석이 무겁게 느껴집니다만~~~

    20대 청춘사범님들을 응원합니다.....



    2018-05-04 21:46:51 수정 삭제 신고

    답글 0
  • 글쎄

    예쁘다!

    2018-05-04 13:27:46 신고

    답글 0
  • 김사범

    "태권도 교육을 통해서 사람을 진심으로 대하는 법을 배웠다." 직업을 통해 삶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은 참 고마운 일이지요. 이유빈 사범님의 건강한 삶을 응원합니다.~

    2018-05-04 10:43:14 수정 삭제 신고

    답글 0
  • 지나가다

    관리자에 의해 차단된 댓글입니다.

    2018-05-03 22:28:28 신고

    답글 0
  • 반함

    남자친구있나요?

    2018-05-03 18:16:44 수정 삭제 신고

    답글 0
  • ^^

    참 열심히, 힘들었던 그 과정을 통해 지금 너가 있고, 지금이 지난 너는 어떨지 엄청엄청 기대 돼! 너의 과정을 응원할게 ♡

    2018-05-03 15:18:02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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