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고추 매운맛 보여준 강미르… 4전5기 세계 최정상 우뚝


  

상대적 단신, 저돌적인 기술과 전투적인 공격력으로 상대들 제압

네 살 때 택견을 시작한 성주의 한 어린아이. ‘택견신동’으로 불린 그 아이가 여섯 살이 되던 해 태권도를 배우기 시작했다. 곧 재능을 보이며 ‘태권도 신동’까지 됐다. 그 주인공은 성주여중 3학년 강미르다.

 

초등학교 6학년까지 태권도와 택견을 함께 수련하며 대회에 출전했다. 두 분야에서 남녀 구분 할 것 없이 또래에 경쟁자가 없을 정도로 기량이 뛰어났다. 강미르는 더 이상 신동을 넘어서 차세대 한국 여자 태권도 기대주로 부상했다.

강미르가 세계 무대에서 강한 인상을 남긴 경기를 하고 있다.

강미르는 지난 9일(현지시각) 튀니지 함마메트에서 막을 올린 ‘2018 WT 세계태권도청소년태권도선수권대회’ 여자 42kg급에서 한국청소년대표팀에 첫 금메달을 안겼다. 예선부터 결승까지 전 경기에서 20점차 이상으로 모두 ‘점수차승’으로 이겼다.

 

예선부터 무표정으로 경기에 몰두한 강미르는 상대를 압도적인 실력으로 제압하고 꿈의 그리던 국제대회 첫 금메달을 확정지었다. 그제야 태극기를 휘날리며 밝은 미소를 지었다. 앞서 이틀 전에 열린 유스올림픽 세계예선전에도 출전해 2위를 거둬 10월 부에노스아이레스 유스올림픽에 출전하게 됐다.

 

유스선발전에서 오른발
무릎에 부상을 참고 계속 뛰었다.

유스올림픽은 -44kg급 출전. 세계청소년은 -42kg급에 출전했다. 그러다보니 유스올림픽 경기 다음날 계체를 위해 당일 물 0.3리터와 초콜릿 한 조각이 먹은 게 전부였다.

 

8강전에서 난적 이란 선수를 꺾으며 체력을 다 썼다. 경쟁 선수들에 비해 키가 5~10cm가 작기에 더 많이 움직이고 힘을 써야 했다.

결국 결승전 1회전을 마친 후 탈진해 제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게다가 세계청소년선수권 당일 날 강미르는 시종 여유 있는 모습이었지만, 몸 상태는 결코 좋지 않았다.

 

유스올림픽 선발전 경기 때 다쳐 오른 무릎이 퉁퉁 불고 멍까지 심하게 들었다. 그럼에도 경기에서는 전혀 아픈 기색 없이 한시도 쉬지 않고 상대를 압박하고, 몸통과 머리를 연속 공략해 완전히 제압했다.

 

4전5기 끝 세계무대 정복… 다음은 ‘유스 올림픽’ 금메달 도전!

강미르가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에서 우승 직후 태극기를 휘날리며 밝은 미소를 짓고 있다.

초등학교 때부터 이미 또래에 상대가 없었다. 2015년 소년체전 신설 여초부 초대 우승이후 중학교에 가서도 1학년부터 소년체전을 우승하더니 지난해까지 3연패를 이어가고 있다. 다음달 열릴 소년체전도 큰 이변이 없는 한 우승을 예약해 놓았다. 4연패가 눈앞이다.

 

이제는 국내보다는 국제대회에서 그 경쟁력을 보일 때다. 생각보다 국제무대에 경쟁자는 많다. 2015년 무주 세계유소년선수권대회에 첫 국가대표에 선발됐지만 체중감량에 어려움을 겪어 8강전에서 컨디션 난조로 패해 메달획득에 실패했다.

 

그해 아시아카뎃선수권대회 선발돼 결승까지 진출했지만, 이란의 네자드 카테사리 모비아(Mobin NEJAD KATESARI)에 져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그리고 2년 후 청소년이 역시 국가대표로 선발돼 ‘2017 카자흐스탄 아시아청소년선수권대회’ 결승에서 이란의 모비아와 재대결을 펼쳤지만, 노련한 상대의 경기력을 이겨내지 못해 연패에 빠졌다.

휴식 시간 아빠 강호동 코치로부터 작전 지시를 받고 있는 강미르.

그리고 이번 유스올림픽 예선전에서 이란의 다른 선수를 제압했지만 우승 문턱을 넘지 못해 ‘준우승’ 징크스를 가지게 됐다. 다섯 번째 도전인 국제대회서 경기장의 많은 선수단과 관계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으며 최정상에 올랐다.

 

국제대회에서 160cm 키는 작은 편에 속한다. 신체적 한계를 기술로 극복했다. 긴 다리로 기습하는 상대를 반 박자 빠르게 근접해 몸통과 머리 공격으로 허를 찌른다. 심한 몸싸움에도 전혀 밀리지 않는다. 강한 승부욕 또한 승리를 견인했다.

 

아빠는 코치, 언니는 국가대표 1진, 쌍둥이 남동생들도 태권도 선수

 

강미르 네 가족은 모두 택견과 태권도를 하는 무예 가족이다.

강미르 가족은 그야말로 태권도 가족이다. 아빠는 태권도장과 택견 전수관을 운영하고 있으며, 성주지역 태권도 선수단 코치를 맡고 있다. 엄마 이일문 씨는 아빠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도장 관리를 모두 도맡고 있다. 쌍둥이 남동생 강대한과 강민국도 현재 초등학교 6학년에 태권도 선수로 활약 중이다.

 

태권도와 택견에 빠진 아빠 강호동 관장 영향으로 강미르와 모든 남매는 어린 나이부터 택견과 태권도를 자연히 시작했다. 먼저 시작한 택견은 태권도 경기 선수로서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남녀 구분 없이 무제한급으로 상대를 넘어트리는 단판승 경기방식에서 승부욕과 몸싸움, 머리 공격 기술 등 최근 태권도 경기 룰에 매우 유리하다. 강호동 관장은 태권도가 올림픽 종목으로써 많은 대회가 있기에 6학년 때부터 태권도에 집중시켰다.

아빠 강호동 관장이 이번 대표팀 코치를 맡아 강미르 우승을 합작했다. 

이번 유스올림픽 세계예선전과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 세컨은 아빠 강호동 관장이 지켰다. 든든하게 뒤를 지키고 있는 아빠 덕분에 강미르는 경기에 집중할 수 있었다. 두 부녀가 세계청소년선수권 우승을 합작했다.

 

강미르가 또래 경쟁 선수들을 압도할 수 있는 비결은 언니 강보라 영향이 크다. 어릴 때부터 유일한 스파링 파트너가 언니였다. 그 언니 강보라는 지금 한국 여자 태권도 핫스타로 부상 중이다. 지난 2월 리우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김소희(한국가스공사)를 꺾고 국가대표 1진에 선발됐다. 이달 말에는 아시안게임 선발전에서도 매우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언니랑 함께 훈련 하는 게 너무 좋다. 언니의 장점을 다 빼앗은 덕분에 빨리 실력이 늘었다.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아빠에게 지도를 받는 것도 매우 좋다. 누구보다 나를 잘 알기에 내 부족함을 잘 지적해주고, 채워 주신다. 경기 때는 합이 잘 맞아서 믿고 시합을 뛸 수 있어 좋다”

강미르(좌)가 초등학교 시절 언니 강보라(우)와 함께 택견 시범을 선보이고 있다.

앞으로 2~3년 후면 두 자매가 올림픽 출전권을 놓고 다투게 될 전망이다. 이에 강미르는 “다른 선수랑 할 때는 내 의도대로 경기가 잘 풀리는데, 언니랑 할 때면 내 생각대로 전혀 안 돼 ‘짜증’ 날 때도 있다. 정말 잘한다. 아직 힘이 부족해 언니를 해볼 수 없지만, 성인이 되면 꼭 이길 것이다.(웃음) 다음 올림픽은 내가 안 되면 언니 둘 중 한명이 나가게 될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강호동 관장은 “이번 대회에서도 준비한 기량을 충분히 잘 발휘해서 유스올림픽도 선발되고, 세계대회도 우승해줘 너무 고맙고 대견스럽다. 특히 이란 선수를 이긴 경험이 값지다”면서 “내 판단 잘못으로 유스 선발전에서 영향 공급을 못해 탈진했다. 나 역시 부족함을 채워 앞으로 잘 준비해서 유스올림픽 본선에도 꼭 금메달을 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미르가 “미르가 성인이 돼 언니를 꼭 이겨 올림픽 대표가 되겠다고 했다”고 하자 “아직까지 그런 얘기는 안 해봤는데, 정말 그랬느냐(웃음)”고 반문한 뒤 “그래주면 얼마나 좋겠느냐. 보라는 이미 성인 국가대표가 됐다. 동생 미르가 언니를 이기려면 성인국가대표 대열에 서야하는 것이다. 그런 목표를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모두가 행복한 고민”이라고 웃었다.

 

언니 강보라에 대해서도 “너무나 잘 해주고 있다. 2주 후에 열릴 아시안게임 선발전에서도 잘 해줘서 꼭 아시안게임까지 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미르 역시도 언니에 대해 “늘 함께 했던 언니가 진천선수촌에 들어가 많이 허전하다. 하지만, 잘 준비해서 꼭 아시안게임에 선발됐으면 좋겠다. 가끔 기복이 있는데, 집중만 하면 꼭 이긴다”고 조언했다.

 

앞으로 성주 강 씨네 태권도 가족이 한동안 한국 태권도 돌풍을 이어갈 전망이다.

 

[무카스미디어 = 한혜진 기자 ㅣ haeny@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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