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의 힘… 남북 교류 넘어 ‘평화 올림픽’에 기여


  

WT-ITF 꽉 막힌 남북 관계에 태권도 국제 기구간 교류로 세계평화 물꼬

대한민국 평창에서 역사상 첫 동계 올림픽이 막이 올랐다.

 

개막식이 열린 지난 9일은 세계가 크게 놀랐고, 주목했다. 그 이유는 불가능할 것으로 보였던 남과 북이 하나로 뭉쳤기 때문이다. 남북이 하나가 되어 한반도 기를 들고 동시입장해 전 세계에 감동을 선사했다.

 

뿐만 아니라 여자 하키팀은 남북단일팀을 꾸렸다. 또 남한과 북한 주도로 발전한 WT와 ITF가 개막식 식전 공연에 합동시범을 보였다. 북한 응원단이 방문했고, 예술단도 여러 차례 공연을 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 식전공연으로 ITF(좌)와 WT(우)가 한 무대에 올라 시범을 펼쳤다.

개막식 4시간 전에 극적으로 공동 입장이 결정된 사실을 밝힌 토마스 바흐 IOC위원장은 “두 개의 코리아에서 온 선수들이 손에 손을 잡고 순간을 즐겼다. 역사를 쓴 것이다. 특히 정치적으로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우정과 평화의 메시지를 전 세계로 보냈다”고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밝혔다.

 

전 세계가 감동한 이 평화 올림픽을 가능케 한 데는 태권도가 크게 기여 했다.

 

태권도는 단순한 무예, 스포츠에 그치지 않는다. 다양한 강점을 지니고 있지만, 무엇보다 세계를 하나로 묶는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 그 힘은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을 시작으로 계속 확인되고 있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 한반도에 문화적으로 통(通)하는 것이 바로 ‘태권도(跆拳道)’다. 뿌리는 남한에서 내렸지만, 정치적인 이유로 세계태권도연맹(총재 조정원, WT)은 남(南)에서 국제태권도연맹(총재 리용선, ITF)는 북(北)에서 각각 주도로 발전을 거듭해왔다.

 

특히 지난 몇 년간 남북관계는 어느 때보다 꽉 막혔다. 대화마저 단절돼 국내는 물론 전 세계에서도 한반도 정세에 불안함을 가졌다. 민간 교류마저 끊긴 남북관계에 물꼬를 튼 것은 다름 아닌 태권도였다.

 

2015년 스위스 로잔 IOC본부에서 토마스 바흐 위원장과 WT 조정원 총재,
ITF 장웅 당시 총재가 상호 협력데 대한 의지를 재확인 했다. 

남과 북이 같은 무예 태권도로 발전해온 WT와 ITF가 국제 스포츠 교류로 이어왔기 때문이다. 2014년 중국 난징에서 열린 유스 올림픽 기간 양 기간은 태권도의 국제적 발전과 통합을 위해 합의 의정서에 서명했다.

 

이 서명을 계기로 양 단체 교류를 본격화 했다. 2015 첼랴빈스크 WT 세계태권도선수권 개막식에 ITF가 첫 방문해 시범 공연을 펼쳤다. 이후 2017년 태권도 모국인 무주에서 열린 WT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에 ITF가 재방문해 개막식과 폐막식을 포함, 국기원 등 여러 차례 시범 공연을 펼쳤다.  

2017 무주 WT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개막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이 WT 조정원 총재와 ITF 리용선 총재를 비롯한 시범단과 함께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이 기간 문재인 대통령은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개막식에 깜짝 방문했다. ITF 소속 북한 시범단 방문이 주요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새 정부 첫 남북 교류협력이 이뤄진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특히, 한국에서 치러지는 WT 대회에 ITF시범을 보이는 것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양 연맹 화합과 친선은 남북 화해협력과 한반도 평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축사를 밝혔다.

 

이어 “남북 태권도가 이뤄낸 성과가 평창 동계올림픽으로 이어지기 기대한다. 평창 동계올림픽에 북한 선수단이 참여한다면 인류 화합과 세게 평화 증진이라는 올림픽 가치를 실현시키는데 크게 기여하리라 생각한다”고 기대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91년 세계탁구선수권대회와 세계청소년축구대회의 영광을 다시 보고 싶다. 남북 선수단 동시입장으로 세계인의 박수갈채를 받았던 2000 시드니올림픽 감동을 다시 느껴보고 싶다. 북한 응원단도 참가하여 남북 화해 전기를 마련하면 좋겠다”고 희망사항을 이어갔다.

2017 무주 WT 세계태권도선수권 개막식이 깜짝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이 장웅 북한 IOC위원을 반갑게 인사를 하고 있다.

고작 8개월이 채 안 남은 상황에서 희망사항 이었다. 방한팀을 이끈 장웅 북한 IOC위원에게도 특별히 당부했다. 올림픽 참가부터 단일팀 구성 등 어느 한 가지 쉬운 일이 없었다. 민간 교류마저 꽉 막힌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이후 북미 간 관계가 더욱 악화돼 8월 평양에서 개최되는 ITF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에 방북 예정이었던 WT시범마저 무산됐다.

 

우여곡절 끝에 민간 교류 협력과 남북 대화로 극적인 평화 올림픽 무대를 만들 수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무주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개막식에서 불가능하리라 생각한 희망사항이 모두 이뤄진 것이다.

 

평화 올림픽 물꼬를 뜬 태권도는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 식전 공연을 시작으로 10일 속초, 12일 서울시청, 14일 MBC에서 총 네 차례 WT와 합동공연을 갖고 15일 귀북 한다. 이전에 첼랴빈스크와 무주에 이어 세 차례 교류지만, 이번이 가장 마음도 통하고, 세계 여러 사람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대체로 시범은 WT와 ITF가 각각 기술 특성에 맞춰 25분씩 별도로 시범을 선보였다. 이어 양시범단원 8명이 한 무대에 올라 WT는 발기술을 ITF는 손기술 위주로 연합 동작으로 합동 공연을 펼쳤다.

WT 최동성 감독(좌)이 송판을 잡고, ITF 송남호 감독이 격파를 하고 있다.

양 시범단이 함께 할 시간이 부족해 합동무대 시간은 비교적 길지 못했다. 하지만, 함께 무대를 꾸민 것 만으로 많은 관람객이 감동했다. 특히 마지막 WT 최동성 감독이 송판을 잡고, ITF 송남호 감독이 격파를 한 후 손을 잡은 모습은 더 큰 감동을 선사했다.

 

ITF와 교류를 시작으로 남북교류와 평화 올림픽 물꼬에 최전선에서 앞장선 조정원 총재는 “ITF와 WT는 너와나가 아닌 ‘우리’이고, 당신네 시범단, 이쪽 시범단이 아니라 ‘우리 시범단’으로 얘기했다. 다른 단체가 아니라 이제 한 태권도 가족이라는 것을 재확인 하고 그런 방향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WT 시범단 마지막 피날레는 '하나의 세계, 하나의 태권도(One world, One Taekwondo)인 것에 그 뜻이 모두 담겨있다.  

태권도로 남북교류부터 세계 평화 올림픽을 안긴 WT 조정원 총재(맨 우측)와 ITF 리용선 총재(중앙), 북한 장웅 IOC위원 겸 ITF 명예총재(맨 좌측)이 함께 WT-ITF 합동 시범을 흐뭇하게 관람하고 있다.

국제태권도연맹 리용선 총재는 "이번 방문은 ITF가 WT와 함께 처음으로 우리 민족 전통무도인 태권도를 국제 올림픽 무대에 펼쳐 보인 참으로 의의 깊은 계기가 됐다"며 "이번 대회가 올림픽의 숭고한 이념에 맞게 성과적으로 진행해 우리 민족의 화해와 통일의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크게 기여하리라고 본다"고 의미를 밝혔다.

 

최근 수년간 잦은 교류 덕분인지 양 단체 관계도 조금은 유연해졌다. 11일 WT 한국본부에 방문한 ITF 리용선 총재는 “양 기구의 기술을 통합해 ‘통합된 룰’로 ‘합동 경기’를 치르자”고 제안했다.

 

10일 속초 강원도진로교육원에서 WT-ITF 두번째 합동 공연을 한 후 기념촬영

한편, 10일 속초 강원도진로교육원 시범을 관람한 교황청 산체스 데 토카 문화평의회 차관보는 WT-ITF 합동시범을 보고 감탄했다. 그러면서 “6월 로마에서 열릴는 태권도 대회 때 바티칸에서 남북 태권도 시범단이 합동공연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뜻을 WT와 ITF에 제안했다.

 

데 토카 차관보는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평창 올림픽과 관련해 평화에 대해 많은 말씀을 했다”고 전한 뒤 “이번에 스포츠를 통해 남북한이 하나가 됐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이것이 평화의 길이다"라고 덧붙였다.

 

태권도를 통한 세계 평화의 감동 이벤트는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무카스미디어 = 한혜진 기자 ㅣ haeny@mookas.com]
<ⓒ무카스미디어 / http://www.mooka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ITF #남북교류 #평창 #ITF시범단 #WT시범단 #WTF-ITF #조정원 #장웅 #토마스바흐 #IOC #평화 #올림픽 #평화올림픽

댓글 작성하기

자동글 방지를 위해 체크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