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태권도 문화주의 사관을 提唱(제창)함
발행일자 : 2016-04-04 17:34:14
<글. 서성원 기자 | 긴급구조 태권도 진행자>
새로운 태권도 역사 서술을 바라며
태권도의 기원과 유래를 해석하는 사관(史觀)은 (1)태권도는 고대로부터 전승된 한국의 전통무예라고 하는 전통주의 사관(傳統主義 史觀) (2)1945년 해방 전후 일본 가라테(空手道)의 영향을 받아 생겨난 신생무술이라고 주장하는 사실(수정)주의 사관(事實主義 史觀) (3)가라테의 영향을 일부 받았지만 한국의 맨손무예를 전승한 전통무술이라고 하는 신전통주의 사관(新傳統主義 史觀)으로 나눌 수 있다.
학자들에 따라 태권도 전통설, 태권도 수정설, 가라테 유입설로 부르기도 한다.
전통주의 태권도사는 삼국시대-통일신라시대-고려시대-조선시대 등 왕조시대별로 태권도를 서술하고 있다. 고구려 무용총에 있는 벽화와 신라의 화랑무예, 통일신라시대 석굴암 금강역사상 등을 그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송형석은 이 같은 태권도 역사 서술을 ‘태권도 제도권 이론’이라고 지적한다.
양진방은 전통주의 태권도사의 맹점을 공론화한 대표적인 학자이다. 1997년에 발표한 ‘태권도 역사 연구의 새로운 방향성 모색을 위한 논의’(용인대학교 무도연구지, 1997, 제8집, 제2호)에서 그는 기존의 태권도사는 사실성(事實性)이 부족하고, 역사적 의미가 결여되어 있으며, 무술에 대한 보편적 지식체계를 차단하고 기술 내용이 너무 추상적이라고 지적했다. 태권도사의 고립성과 폐쇄성, 추상성을 비판한 것이다.
양진방은 “전통성의 지나친 강조는 폐쇄 고립을 가져오고 폐쇄 고립은 무지나 편협을 결과하기 쉽다”며 “태권도 전통성 확보를 위해 있지도 않은 사료를 찾는 노력이나 견강부회적 끌어대기 식 해석의 개발에 머리를 쓸 것이 아니라 동양무술 세계의 보편한 개념 체계를 종합화하고 우리 것으로 만들어 나감으로써 태권도 개념체계와 지식적 세계를 만들어 나가는데 노력해야 할 것이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1955년 태권도 명칭이 나오기 이전의 태권도는 ‘태권도사’가 아닌 ‘한국무예사’로 다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창후는 “그것은 마치 해방 이전의 한국 역사를 대한민국 역사로 보지 말자는 말과 같다. 이것은 아마도 단절론의 가장 극단적인 형태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태권도는 택견의 전통을 계승하면서 발전한 한국의 전통무술이다. 택견의 전통이 일제 강점기를 거쳐서 현대의 태권도로 발전하면서 가라테의 영향을 일부 받기도 했지만 그것은 한국의 무예전통의 본질적인 측면에는 영향을 주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쯤에서 기자는 새로운 사관을 제창(提唱)한다. 바로 ‘문화주의 태권도사관’(文化主義 跆拳道史觀)이다. 아직 다듬고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지만 용기를 내어 주창해 본다.
주영하가 펴낸 『차폰·잔폰·짬뽕』(2009)는 동아시아, 즉 한·중·일 세 나라의 음식 문화의 역사와 현재를 흥미롭게 다루고 있다. 우리가 흔히 먹고 있는 짬뽕과 짜장면에 대해 주영하는 이렇게 말한다.
“한국의 중국식당에도 짬뽕과 우동, 다쿠앙이 나오고, 나가시키의 차이나타운 중국식당에서도 다쿠앙이 나온다. 한국식 짜장면이 나가사키의 중국식당에서 판매된다. 짜장면은 일제강점기 한국의 화교들이 만들어 낸 음식이다. 이들이 나가사키의 화교들과 연결되면서 한국식 짜장면이 일본으로 건너갔고 잔폰이 한국으로 들어왔다. 이 모두가 일제강점기 시절 한반도와 일본의 화교가 공생의 길을 걸었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한·중·일 세 나라의 음식 문화는 같은 것 같으면서도 다르고, 다른 것 같으면서도 다르다.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기 때문이다. 젓가락도 마찬가지다. 음식물의 무게와 두께, 단단한 정도에 따라 젓가락 끝부분의 모양과 길이, 재질이 다르다.
이처럼 한·중·일 세 나라의 문화는 지리적인 위치로 인해 많은 것이 비슷하지만 각기 다른 특질을 보여준다. 세 나라는 ‘한자’와 함께 ‘쌀’이라는 동일한 문화의 뿌리를 가지고 있다. 시대가 변하고 세월이 흐르면서 ‘한자’와 ‘쌀’은 그 나라의 토양과 환경에 맞게 변화했다. 문화의 원천이 같다고 해도 독자성과 고유성을 유지하려는 DNA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것이 문화의 특질이고 독자성이다.
태권도의 경우도 이와 같지 않을까? 태권도는 무예, 스포츠이기 전에 문화다. 문화는 살아 있는 생명체여서 움직이고 흘러가면서 변화하고 변용한다. 그 과정에서 인접 지역 및 국가의 문화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뒤섞이고 혼합된다.
따라서 태권도가 중국 무술, 일본 가라테와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든 간에 한국인에 의해 한국의 토양과 환경에 맞게 창조적으로 변용되고 만들어졌다면 한국 무술이다. 굳이 ‘전통’을 불일 필요도 없다.
태권도 문화주의는 여러 문화의 다양성을 받아들이는 문화 상대주의를 넘어 서로 다른 문화 사이의 상화작용을 인정한다. 앞으로 태권도 문화주의 사관은 서로 다른 문화 사이의 상호작용을 인정하는 토대 속에서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
[글.긴급구조 태권도 진행자 = 서성원 기자 | 태권저널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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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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