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본선행 잡은 김소희… 천당과 지옥 오가며 ‘행운의 결실’

  

3년여 쉴 틈 없는 올림픽 예선 레이스 종료, 극적으로 올림픽 자동티켓 획득


2015 WTF 갈라어워즈에 초대된 김소희(한국체대)


“올림픽 무대를 밟는다는 게 이렇게 어려운지 정말 몰랐다”

체력이 다른 선수들보다 좋다. 남자들도 거뜬히 이길 정도다. 그래서 언론에서는 그를 ‘산소탱크’라고 하고, 동료들 사이에서는 ‘말’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2016 리우 올림픽 태권도 국가대표로 파견 될 대한민국 태권도 국가대표 김소희(한국체대, 4학년)가 그 주인공이다.

멕시코시티에서 극적으로 ‘2016 리우 올림픽 자동 출전권’을 획득했다. 그 체력이 좋다던 김소희도 장기전에서는 방전됐다. 올림픽이 출전은 너무 힘든 여정이었다. 출전이 확정된 순간 온 몸에 힘이 빠졌다. 긴장이 풀려서다. 그리고 몸살이 났다. 지난 3년 쉴 틈 없이 전 세계를 돌며 랭킹 점수를 얻기 위해 체력이 바닥이 났다.

올림픽은 메달의 색깔보다 출전 자체가 어렵다. 다쳐서도 안 되고, 여유를 부려서도 안 된다. 그런 순간 출전의 기회는 멀어질 뿐이다. 준비된 자에게 노력하는 자에게 기회가 주어진다. 모든 노력과 혼신을 다한 후 ‘행운’도 노려야 한다.

김소희는 이 ‘행운’이 따랐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지만, 경기 결과에 따라 9위까지 랭킹이 떨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올림픽 자동출전권은 오직 6위까지 준다. 확실히 올림픽에 자력으로 가려면, 마지막 결정전이 되는 ‘2015 멕시코시티 월드그랑프리 파이널’에서 한 경기만 이기면 됐다.


김소희가 우징위를 상대로 뒤차기를 차고 있다.


그런데 첫 상대는 올림픽 3연패에 도전하는 중국 여제 우징위. 김소희도 경력으로 따지면 세계선수권 2연패로 세계 최강이다. 그러나 힘과 체격 등 경기 지배력에서 우징위는 조금 벅찬 상대. 작년에 수조우 그랑프리에서 한 번 져본 경험이 더욱 긴장케 했다. 상대를 잘 분석했다고는 하지만 주위에서 우려했던 것처럼 패배 했다.

“코치님과 정말 많이 준비했다. 나도 긴장했지만, 우징위도 많이 긴장한 걸 느꼈다. 내게 공격을 쉽게 잘 안 하더라. 나는 우징위의 앞발 머리 공격을 쉽게 맞아주는 선수가 아니다. 졌지만, 경기 내용에서 얻은게 있다. 사실 최근 모로코 오픈대회 다녀와서 몸 상태가 너무 안 좋았다. 다음에는 이길 자신감이 생겼다”

분명 다음에는 이길 자신이 있더라도 만날 기회가 주어질까. 우징위에게 첫 경기 패배로 올림픽행에 먹구름이 끼였다. 이제는 경쟁 선수들의 결과에 따라 김소희의 올림픽 출전 여부가 결정된다. 다시 말해 자력으로는 올림픽은 못가는 것으로 결정됐다.

8위로 초청된 멕시코의 이트젤 만자레즈이 첫 경기에서 지면 자동 출전한다. 그런데 이트젤이 첫 경기에서 이 체급 랭킹 1위인 크로아티아의 루치아 자니노비치를 예상을 깨고 역전승을 거두며 준결승에 진출했다.

최악의 상황에 놓였다. 이대로 올림픽 꿈은 멀어지나 싶었다. 이트젤의 피 말리는 랭킹포인트 싸움이 시작됐다. 김소희는 이미 패했기에 이트젤 결과만 지켜봐야 했다. 이트젤이 준결승서 패하더라도 동메달 결정전서 이기면 1.48점 차이로 김소희를 누르고 자동출전권을 확보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 때 김소희는 너무 긴장해 차마 경기를 보지 못했다. 올림픽 출전 여부가 패니팍에 걸렸기 때문. 김소희는 휴대폰 노트에 “태국 이기게 해주세요. 태국 이기게 해주세요. 태국 이기게 해주세요. 올림픽 나가게 해주세요”라고 적어 놓고 간절하게 기도했다.

간절함은 통했다. 이트젤이 준결승전서 랭킹 5위 프랑스의 자스미나 아지에즈에게 연장전에서 패한데 이어 동메달 결정전에서는 태국의 패니팍 웅파타나키트에게 석패했다. 그래서 7위로 종지부를 찍었다.

올림픽은 6위까지 자동출전 한다. 이 체급에는 태국의 손캄 차나팁과 패니팍 웅파타나키트 두 명이 상위에 랭크돼 있다. 한 체급에 한 국가만 출전이 되는 거라 그 한 자리가 빠지면서 김소희가 자동적으로 그 티켓을 얻는 행운을 얻었다.

“정말 너무 좋았다. 첫 경기에서 우징위에게 져서 하늘도 무심하지 올림픽에 갈수 없나보다 생각했다. 그런데 파니팩이 마지막 이트젤을 잡아줘서 하늘이 도왔다고 생각했다. 워낙 긴장해서 경기도 못 봤다. 경선 언니가 이트젤이 졌다고 해줬다.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었다. 원래 이 체급에 손캄 선수를 좋아했는데, 파니팩이 이제 더 좋다(웃음)”

지치고 힘들었던 지난 1년, 올림픽은 아무나 가는 것이 아냐


올림픽 준비 과정은 너무도 혹독했다. 지난 3년 전부터 오픈대회와 일반 대회는 -46kg급, 그랑프리는 올림픽 체급인 -49k급에 출전하면서 몸의 균형이 흐트러졌다. 게다가 여러 나라를 돌면서 시차적응과 음식도 안 맞고, 무엇보다 여유 있게 쉬지도 못해 피로가 누적됐다.

힘든 여정에 큰 힘이 된 것은 단짝 친구였다. 서울체고 동창으로 현재는 동아대에 재학 중인 서보경 전 선수. 멀리 떨어져 지내지만 매일 통화하고, 메신저를 주고받으면서 지칠 때마다 따뜻한 격려보단 따끔한 질책으로 흐트러진 정신을 바로 잡았다고.

한 번은 “나 올림픽 나가는 거 힘들 것 같어”라고 메시지를 보내자 “미쳤냐”면서 욕으로 격려했다. 그게 지난 3월 24일 이었다. 이 메시지는 그랑프리와 오픈대회 여정을 보내면서 힘들 때마다 늘 보면서 마음을 다잡았다. 이제야 친구와 약속을 지켰다며 그동안 표현하지 못한 고마움을 전했다.

김소희가 힘든 여정 속에 전담 코치인 정광채 교수(한체대)를 통해 큰 힘이 됐다고 소개했다


또 소속팀 한체대 교수이면서 현재 대표팀에서 김소희를 전담하는 정광채 코치에게 각별한 고마움을 밝혔다. 특히 올해 후반부터 모스크바, 삼순, 맨체스터 그랑프리와 카자흐스탄, 크로아티아, 모로코 오픈대회 강행군이 이어지면서 정신과 신체 모두가 방전될 즈음 정 코치가 곁에서 힘이 되어줬다고 소개했다.

“지난 10월 맨체스터 그랑프리 이후 오픈대회를 연달아 세 번을 뛰면서 정말 많이 힘들었다. 어린 나도 이렇게 힘든데 교수님은 더 힘드셨을 것이다. 경기 스타일 변화도 교수님 덕분이다. 이전 스타일을 혼자서 유지했다면, 올림픽 출전은 힘들었을 것이다. 늘 대회 전후로 부족한 내 상태와 상대 선수들을 완벽히 분석해 준비 해주신다. 그걸 모두 기록해 훈련과 대회에 임했다. 대회에서 지고 지칠 때면, 소희야 세상에 참 쉬운 게 없지라며 다독여 줘 용기를 얻었다. 올림픽 못 갔으면 정말 큰 죄를 지을 뻔했다”

김소희는 정광채 교수의 조언으로 기록하는 습관을 가졌다. 훈련 계획, 대회 출전 소감 등 수시로 느낌을 휴대폰 노트에 기록해 되새긴다. 잠시 보여준 그의 휴대폰 노트에는 얼마나 많은 노력과 준비를 했는지를 충분히 느끼게 했다.


김소희는 본인이 느끼고, 생각나는 것, 바라는 점 등 수시로 휴대폰 노트에 기록한다.


“1차 그랑프리 때 나는 부담감이 없고, 마음을 비우고 시합을 뛰었다. 2~3차 그랑프리 때는 올림픽이 이제 눈앞에 보이니깐 내 마음은 심리적인 부담감과 압박감에 큰 짐이 되었다. 그래서 2차, 3차 때 몸 컨디션이 1차때 처럼 몸놀림이 전혀 나오지 못했다. 그리고 오픈대회를 카자흐스탄, 크로아티아, 모로코 오픈에서는 나 스스로가 10점만 더 따면, 이거 무조건 1등하면 올림픽에 갈 수 있다는 생각이 먼저 들어서 상대의 연구와 분석보다는 어떻게든 1등해야 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시합을 뛰니깐 오히려 몸이 급해지고 멍해져서 내 실력발휘를 못했다.(김소희 노트 中)”

모스크바 그랑프리 첫 우승, 막연했던 올림픽 출전의 꿈 부활


다섯 번째 도전 만에 첫 지난 8월 모스크바 그랑프리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김소희


사실 연초만 하더라도 김소희에게 올림픽은 막연히 가고 싶은 꿈의 무대였다. 가고 싶지만, 쉽지 않게 여겼다. 세계선수권 3연패 도전도 실패했다. 대학 후배에게 덜미를 잡히며, 국가대표 선발도 좌절되면서 올림픽 꿈이 더 멀어지는 듯 했다. 그럴 즈음 8월 모스크바 그랑프리 1차 시리즈에서 첫 우승을 하면서 올림픽 출전에 대한 ‘욕심’이 나기 시작했다.

“큰 욕심 없이 뛴 모스크바 1차전에서 우승해 14위였던 랭킹이 단숨에 4위로 올랐다. 이때부터 올림픽을 바로 보는 관점이 달라졌다. 나도 갈수 있겠구나 생각했다. 부담 때문일까. 2차와 3차전에서 계속 졌다. 낙심을 하게 되고, 못가면 어쩌지 두려움이 생겼다. 모스크바 이후 하루도 편해본 날이 없었다.”

올림픽까지 이제 남은 시간은 8개월. 올림픽에서 유리한 고지에 서기 위해 계속 국제대회에 출전해야 한다. 상위 랭킹을 유지해야 시드 배정을 받기 때문. 그래서 이번 대회가 끝난 후 곧바로 승점을 얻기 위해 월드컵 단체전에 출전했다. 우승하면 20점을 얻는다. 한 자리수 점수 때문에 올림픽을 가느냐 못가느냐 애간장을 태웠던 것을 생각하면, 매우 큰 점수다.


죽을 각오로 훈련에 임해야만 어떤 기회도 주어진다고 믿는 김소희의 훈련장면


한국으로 가면 무엇을 하고 싶냐는 질문에 망설임이 없이 “쉬고 싶다” 였다. 훈련과 대회 때문에 집에도 자주 못 갔던 김소희는 “(제천) 집에 내려가서 엄마가 해주시는 집 밥 먹고, 아무생각 없이 푹 자고 싶다”고 말했다.

김소희는 내년 2월 한국체대를 졸업한다. 실업팀은 내년에 여자팀이 창단하는 한국가스공사에 동기생 장유진, 서지은과 함께 입단한다. 이미 계약을 한 상태. 그래서 한국가스공사도 입단을 앞둔 김소희의 올림픽 예선과정에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줬다.

올림픽에서 각오를 묻자 “ 징크스는 없는데 큰 욕심을 부리면 부담 때문인지 꼭 성적이 안 좋더라. 그래도 정말 우징위를 꼭 한번 잡아보고 싶다. 올림픽이 그 무대였으면 한다. 가장 잘 하는 선수고, 내게 2패를 준 선수다. 지난 두 번은 졌지만 다음 에는 절대 지지 않겠다. 그렇게 준비하면 올림픽에서 좋은 결과가 있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리우 올림픽에서 어떤 활약을 펼칠지 기대된다.

[무카스미디어 = 멕시코시티 | 한혜진 기자 ㅣ haeny@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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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티켓 #김소희 #국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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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나무


    김소희 선수..리우올림픽서 좋은 성적 거두세요
    태권도 전문지 기자들도 응원합니다.

    2015-12-11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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