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계 뿌리 깊은 관행 ‘감독 나눠먹기’ 사라지나?

  

KTA 이사회에서 집중 토론… 기준 강화 통해 명예직 감독 관행 정리 의지 모아


정상적인 시각으로 본다면 전혀 이해할 수 없는 태권도계의 관행. 그중 하나가 국제대회에 파견되는 감독이 현역 경기 지도자가 아닌 대한태권도협회와 시도협회 임원이 파견된다는 것이다.

<무카스>는 지난 10년 전부터 이러한 해묵은 관행에 문제를 제기하였고, 최근에 이 문제가 큰 이슈가 되었다. 곧 이 관행이 사라질 분위기다.

대한태권도협회(회장 김태환, KTA)는 과거부터 30여년 이상 관례로 시행되어 온 태권도 국제대회 ‘감독 나눠먹기’를 차단하는 규정 마련에 나섰다. 27일 오전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2015년도 제1차 정기 이사회’를 열고 이번 러시아 첼랴빈스크 세계선수권대회 전후로 논란이 된 국제대회 감독기준을 강화하는 규정 개정안을 상정했다.

KTA는 현행 국가대표 선발 규정 4조 2항의 ‘국가대표 강화훈련에 참여하지 않고 국제대회에 파견하는 지도자는 별도의 선발 절차를 거쳐 확정된 후 국가대표 자격을 가진다’를 ‘올림픽, 아시안게임,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를 대비한 강화훈련(현 전임지도자)에 참가하는 지도자 중에 선발한다’로 개정을 추진했다.

결과적으로 우선 보류됐다. 참석 이사진이 이제는 감독을 명예직으로 파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데 공감대를 이뤘다. 이 중에는 시도협회 임원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럼에도 오히려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다양한 의견에 따라 수정 보완한 개정안으로 다음 상임이사회에 안건으로 보류했다.

어느 정도 수준이 될지는 모르지만, 현재처럼 나눠 먹기식 감독 선임은 관례는 사라질 전망이다.


27일 올림픽파크텔에서 KTA 2015년도 제1차 정기 대의원 총회가 열리고 있다.


KTA는 이사회 이후 이번 규정 개정안이 보류된 것에 대해 “개정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예상 못 했던 문제점에 대해 일부 이사들이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해 ‘검토보류’ 결정을 내렸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이어 “KTA는 빠른 시일 내에 (국가대표 감독 선발에 대한) 보완책을 마련해 다시 이사회를 소집하고 해당 규정을 통과시키고자 노력할 것”이라며 “오랫동안 이어져 온 잘못된 관행에 대해 김태환 회장을 비롯한 임직원은 이를 반드시 바로잡을 것을 약속 한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태권도는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을 제외한 여러 국제대회에 감독을 현장에서 활동하는 현역 지도자가 아닌 KTA 기술전문위원회 의장단 또는 시도협회 전무이사 등을 주로 파견해 왔다.

태권도 발전을 위한 공헌에 대한 배려 차원이었다. 그러나 시대는 바뀌었다. 나가면 종합우승하던 시절이 아닌, 우승은커녕 종합 3위 밖에 밀려난 위기에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세계선수권에서 한국 남자는 이란, 러시아, 우즈베키스탄에 이어 종합 4위의 역대 최악의 성적을 거뒀다.

그럼에도 이번 세계선수권에 파견된 남녀 감독은 종합우승과 무관하게 모두 포장을 수상한다. 문화체육관광부 ‘체육발전 유공자 서훈 기준’에 따르면, 세계태권도선수권은 2년 주기로 금메달은 150점이다. 포장은 150~250점. 감독과 코치 경기 임원 평가 점수는 지도한 선수(남자부, 여자부) 중 가장 높은 성적을 획득한 선수 1명의 점수를 적용받는다.

2014년 서훈 기준이 강화돼 이전 같으면 세계선수권에서 해당 선수가 금메달을 획득하면 최소 체육훈장 ‘기린장’을 수훈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기린장이 150점에서 250점 이상으로 상향 조정돼 ‘포장’밖에 받을 수 없게 됐다. 이 ‘포장’도 일반 지도자는 평생을 지도자로 활동해도 국제대회 지도자로 발탁되지 않으면 꿈도 못 꿀 큰 상이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 김종덕)도 이번 태권도계의 관행에 문제점을 인지하고, 강력한 규정 개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더 이상 명예직 감독들에게 훈·포장을 주는 일을 없을 것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내비쳤다.

문체부의 한 관계자는 “절차상 문제가 없어 모르고 지났는데, 이번에 뉴스를 통해 비정상적인 문제점을 인지해 태권도협회에 소명을 요청했다. 가뜩이나 태권도가 국제무대에서 성적이 안 좋은데 안 좋은 관계를 계속 이어가는 것은 분명 잘못이다. 비정상적으로 훈포장을 주는 일은 없애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KTA는 이번 개정안에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에 한정해 강화훈련, 즉 전임지도자 중에 파견하는 것으로 제한했다. 그러나 그동안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은 명예직 감독은 갈 수 없었다. 즉 세계선수권만 나눠 먹기에서 제한하기로 한 것이다.

감독 나눠먹기 관행을 뿌리 뽑기 위해서는 이번 개정안에서 세부적으로 분류하지 않았던 세계품새선수권대회, 아시아선수권대회(이상 KTA), 세계대학선수권대회, 하계 유니버시아드대회(이상 대학연맹), 월드컵단체대항선수권(실업연맹),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 아시아청소년선수권, 유스올림픽(이상 중고연맹), 세계카뎃선수권(초등-중고연맹) 등의 대회에 파견할 지도자 역시도 기준을 명확하게 설정해야 한다.

적어도 국가대표로 파견되는 지도자는 경기지도자 자격증을 소지해야 하고, 해당 연도 대한체육회에 지도자로 등록하고, 5년 이상의 태권도 종목 지도 경력이 명백하게 있어야 한다는게 현장 지도자들의 요구 목소리다. 이들 중에 각 연맹이 추천하고, 최종 KTA가 승인해 자격 기준을 줌과 동시에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

과연, KTA는 비정상적인 관행을 ‘정상’으로 바로 잡을지 궁금하다.

[무카스미디어 = 한혜진 기자 ㅣ haeny@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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